天際彤雲晝不收(천제동운주불수) 하늘가 붉은 구름 낮에도 걷히지 않고
寒溪無響草莖柔(한계무향초경유) 차가운 개울물 소리 없고, 풀줄기는 부드럽네
人間六月多忙熱(인간육월다망열) 人間世上 六月은 바쁘고도 무더우니
誰信山中枕碧流(수신산중침벽류) 산 속 푸른 개울물 베게 삼은 나를 어찌 믿을까
-----金時習-----
註.
天際(천제) : 하늘가, ~끝의.
彤雲(단운) : 붉은 구름.
晝(주) : 낮.
不收(불수) : (熟)익지, 여물지 않는다.
寒溪(한계) : 오싹한 골짜기.
無響(무향) : 소리, 메아리도 없는데.
草莖柔(초경유) : 풀 줄기가 부드럽다. (莖 :줄기)
忙熱(망열) : 바쁘다. 어수선하게, ~고 뜨거운.
誰信(수신) : 누가 믿겠는가?
계절은 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 되는 유월.
유월의 뜨거운 열기는 걷힐줄 모르지만
깊은산속 차가운 개울물은 소리없이 흐르고
푸른 풀들은 부드럽기만 하다.
인간사 유월은 바쁘고 무덥지만
내가 깊은 산속에서 푸른 물을 베게 삼고 있다면 그 누가 믿어 주리오.
매월당 김시습이 지은 한여름 낮 풍경을 읊은 칠언절구 시 이다.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그는 세조의 정변(계유정난)과 왕위 찬탈에 대한 불만으로 .평생 조정에 출사하지 않고 21세에 머리를 깎고 전국을 유람하며 방방곡곡 산수를 유랑하는 삶을 살았다. 어릴 때부터 똑똑하여 만 3세에 시를 짓기 시작했고, 5세에는 세종 앞에서 시를 지어 모두를 놀래키기도 하였다(감탄한 세종이 그에게 비단을 하사하였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는 이 천재 시인이 방랑 생활로 한 세상을 살아가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그는 백성들의 삶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였고, 때때로 시를 지어 세상의 허무함을 읊기도 했는데, 매월당시사유록 (每月堂詩四遊錄)에 그때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인간 세상의 유월은 바쁘고도 무덥다지만,
산 속 푸른 개울물 베개 삼은 나를 어찌 믿을까?
전국을 유람하며 때로 깊은 산속에서 경치를 즐기는 자신은 푸른 개울물 소리를 베개로 삼을 정도로, 번잡한 속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롭고 넉넉한 마음이 담겨있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일에 달관하며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한 인간의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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