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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江碧鳥逾白(강벽조유백) : 杜甫의 詩 絶句

by 까마귀마을 2024. 6. 12.

絶句(절구)
江碧鳥逾白(강벽조유백) 강물이 파라니 새 더욱 희고,
山靑花欲燃(산청화욕연) 산이 푸르니 꽃은 타는 듯 더 붉구나.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올 봄도 눈앞에서 이렇게 지나가는데
何日是歸年(하일시귀년) 고향에 돌아가는 날 그 언제일꼬.

 

註.

逾白(유백) : 더욱 희다. 逾(넘을 ‘유’)는 ‘더욱, 한층’의 뜻.

花欲燃(화욕연) : 꽃이 활짝 피어서 불붙는 듯하다.

 

764년 봄, 두보가 피란지 성도(成都)에서 지은 무제(無題)의 절구 2首로 위에 올려진 시는 2首이다.( 나머지 1首는 아래 따로 올림) 봄 정경을 그림처럼 묘사한 명시이다. 시의 제목이 絶句로 되어 있지만 절구는 시의 제목이 아니라 오언절구 , 칠언절구와 같이 시의 형식을 말하고 있다.

절구는 네 () 이루어지는 한시(漢詩) 형식으로 구가 다섯 자면 오언 절구(五言絶句), 일곱 자면 칠언 절구(七言絶句)한다. 한시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절구시(絶句詩)가 압권(壓卷)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대중가요 가사에 가까운데 위의 두보의 시 절구는  보편적인 정서를 절제 있고 아름답게 표현한 전형적인 先景後情의 詩이다.  앞 두 구에서는 시인이 바라본 봄의 경관을 벽(碧)· 백(白)·청(靑)·홍(紅)의 화려한 색채의 조화로  아름답게 읊었고, 뒤의 두 구에서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애절한 마음을 서술했다.  두보의 시는 개인적이고 일상에 밀착되어 있으며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언어로 표현해 당대에는 크게 환영받지 못했지만 새로운 시도와 보다 자유롭게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한 두보의 오언절구는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마침내 그를 시성의 반열에 올린다.

 

강이 푸르니까 새가 더욱 희다. 

그냥 자연의 풍광을 본 것이 아니다. 

푸른 강에 새가 떠가는 그런 풍경이 아니다. 

새가 도드라져 보이는 풍경이다. 시인 자신이 본 자연, 파악한 자연이다. 

碧(벽)과 靑(청) 모두 ‘푸르다’는 의미이지만 강물의 푸름은 벽으로 산의 푸름은 녹이 아니라 청으로 표현했다 새롭게 인식한 자연이다.  산이 푸르니 꽃이 불타오르려 한다는 것도 그냥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시인이 새롭게 인식한 자연의 모습이다. 꽃이 의지를 가지고 피는 듯한 모습을 그렸다. 시인은 이 봄에 자연을 새롭게 인식하고 자기만의 자연을 가지게 된 것이다.

불 붙듯 타오르는 꽃은 지고 시절은 어느듯 녹음이 짙은 초여름. 갑진년 올해 봄은 건강을 잃은 한 노인의 숱한 시름을 간직한채 어렵고 힘들게 지나갔다, 아니 하늘에 구름이 무심히 떠 가듯 내 노력 내 힘으로는 어찌할수 없는 숙명이 되어 그렇게 흘려보내었다. 

 

두보가 '안록산의 난'을 피해 성도에 머물면서 지은 시로, 기약 없이 세월만 보내면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읊은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봄의 정경, 그 봄이 또 지나감을 아쉬워하며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읊은 걸작이다. 화려한 색채의 조화와 거기에 조응된 작가의 소박한 삶과 향수를 역력히 읽을 수 있다. 찬란한 봄날. 가고 싶지만 오가지 못하는 나그네의 깊은 시름과 슬픔을 시로 달래었으나 죽을 때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이 시를 지은지 6년후인  770년 집으로 돌아가는 작은 나룻배에서 병사했다.

 

나머지 1首

遲日江山麗(지일강산려) 해 더디 지는 봄날 강과 산은 아름다운데,
春風花草香(춘풍화초향) 봄바람은 화초 향기 싣고 솔솔 불어오네.
泥融飛燕子(이융비연자) 진흙 녹으니 집 지으려는 제비들 날아들고,
沙暖睡鴛鴦(사난수원앙) 모랫벌 따스해지니 원앙이 짝지어 조는구나.

 

註.

遲日(지일) : 나른한 봄날 

泥融(이융) : 겨울이지나 흙이 녹다.

飛燕子(비연자): 제비들이 분주히 날다.

沙暖(사난) : 모래가 포근하다. 

睡鴛鴦 (수원앙) : 원앙이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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