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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江村(강촌) 杜甫

by 까마귀마을 2024. 7. 10.

                                   江村(강촌) 강마을
 
淸江一曲抱村流(청강일곡포촌류) 맑은 강 한 굽이가 마을을 안고 흐르는데,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긴 여름 강촌에 일마다 한가롭다.
自去自來梁上燕(자거자래양상연) 절로 가며 절로 오는 것은 들보 위의 제비요,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서로 친하고 가까이 하는 것은 물 가운데 갈매기라.
老妻畵紙爲棋局(노처화지위기국) 늙은 처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어린 아이는 바늘을 두드려 낚시바늘을 만드네.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많은 병에 필요한 것은 오직 약물이니
微軀此外更何求(미구차외갱하구) 하찮은 몸이 이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요?
                                  ---- 杜甫(두보 712-770)----
 
註.
曲(곡) ; 굽이.
抱(포) : 껴안을.

事事幽(사사유) : 모든 일이 조용함
梁上 (양상연) : 들보 위에 제비집. 燕(연) : 제비.
鷗(구) : 갈매기(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列子(열자)에 사람에게 갈매기를 해칠 뜻이 없으면 가까이 다가오고, 해칠 뜻이 있으면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棋局(기국) : 바둑판.

敲針(고침) : 바늘을 두들김
釣鉤(조국) : 낚시 바늘.
微軀(미구) : 미천한 몸, 하찮은 몸.
更(갱) : 다시.
 

이 시는 두보 49세때 성도에서 지은 칠언율시로, 
어느 여름날 오후 한가롭고 나른한 강촌의 정겨운 풍경이 소박한 한 폭의 동양화가 되어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맑은 강이 마을을 안아 흐르고 제비와 갈매기가 한가롭게 나는 모습을 통해 강촌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전반부의 선경(先景)을 이어받아 집안에서는 아내가 종이에다 바둑판을 그리고 아들은 고기를 잡을 낚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마지막 미련에서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병을 다스릴 약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면서 안분지족(足)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많은 병을 앓고 있는데도 약을 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자연의 한가한 모습과 인간의 소박한 생활이 짝을 이루면서 현재의 삶에 대한 화자의 만족감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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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712-770)는 중국 성당(盛唐) 때 활동했던 시인이며, 자는 자미(子美)다.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서 시성(詩聖)이라 불렸으며, 이백(李白)과 함께 이두(李杜)라고 병칭되기도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시를 잘 지었으나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하고 각지를 방랑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유하였으며 이러한 행적은 그의 시가 사회 부정에 대한 격렬한 분노와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표출되기도 하였다.
하급관리직으로 잠시 관직에 머물기도 했지만 거의 평생을 실의와 좌절 속에서 방랑생활을 하며 궁핍하게 지냈다. 하남성(河南省) 양양(襄陽)에서 출생한 두보가 성도(成都)에서 생활한 것은 759년에서 763년, 그의 나이 49세에서 51세까지 3년가량이다.
참혹한 안록산의 난을 겪고 난 후 중원에 대기근이 들자 관직을 버리고 방랑하는 신세가 된 두보는 이곳 사천지방까지 흘러들어와 성도 서쪽교외 완화계(浣花溪)의 초당사(草堂寺)에 묵었다. 이듬해 760년 마침 이 지방의 절도사로 있는 옛 친구의 도움으로 초당사에서 조금 떨어진 완화계 서쪽에 초당을 짓고 살게 되었는데, 이 완화초당이 바로 지금의 두보 초당이다.
초당(草堂)은 뜻 그대로 우거진 풀로 덮여 있는 곳이다.대나무가 많아 걷다보면 시상이 저절로 떠오를 만하다.냉혹하고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고 울분을 토로하던 그도 전란과 기근을 벗어나 여기에서 비교적 평화롭고 안온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두보의 생애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했던 이 시기에 약 240여 수의 시를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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