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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細雨濕衣看不見 閑花落地聽無聲 (別嚴士元, 별엄사원)

by 까마귀마을 2024. 5. 7.

                               別嚴士元(별 엄사원) 엄사원과 헤어지며

 

春風倚棹闔閭城 (춘풍의도합려성)    봄바람에 배를 타고 합려성으로 떠나는데

水國春寒陰復晴 (수국춘한음복청)    물 세상의 봄은 춥고 흐리다 개이길 반복하네.

細雨濕衣看不見 (세우습의간불견)   가는 비에 옷이 젖지만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閑花落地聽無聲 (한화락지청무성)   시든 꽃은 땅에 지는데 들어도 소리가 없구나.

日斜江上孤帆影 (일사강상고범영)    해 비낀 강 위에 외로운 돛배 흐릿한데

草綠湖南萬里情 (초록호남만리정)    풀빛 푸른 호남땅 만 리 먼 곳에도 정은 있다오.

東道若逢相識問(동도약봉상식문)  나를 아는 이를 만나게 되어 안부 묻거든

靑袍今已誤儒生(청포금이오유생)  청포입은 이 사람 이제 유생길 그르쳤다 말해주오.

 

                                   ----- 劉長卿----
 
 

註.

倚棹(의도) : 배를 저어가다.(많은 이들이 정박하다로 해석하기도 하였지만 시의 전체 문맥상 맞지 않다. 배를 저어 이제 출발하다는 뜻이다)

闔閭城(합려성) : 지금의 江蘇省(강소성) 蘇州市(소주시).

水國(수국) : 水國은 시인이 폄적되어 가는 蘇州일대를 가리킨다. 그 일대에는 호수와 강이 많기에 水國이라 하였는데, 水鄕과 같다.

閑花(한화) : 쓸모없는 꽃. 호박. 시든 꽃

孤帆(고범) : 단 한 척의 돛배. 에 쓸쓸한 의미를 담고, 작자는 이 배를 타고 가는 것이다.

湖南(호남) : 洞庭湖(동정호) 남쪽. 지금의 湖南省(호남성) 근방.

萬里情(만리정) : 멀리 떨어져 서로 상대를 그리워하는 정.

東道(동도) : 東道主人(동쪽 길의 주인)을 뜻하며, 춘추시대 鄭나라가 秦나라 사신을 맞이하며, 동쪽 길에서 마중 나온 자신을 가리킬 때 사용하던 말이다.)진의 동쪽에 정나라가 있다). 여기에서는 시인 자신을 뜻하면서도, 장안에 있는 사람의 뜻도 있다고 보았다.

靑袍(청포) : 唐代에 8, 9품의 末職이 입던 관복.

今已(금기) : 이 사람

誤(오) : 시간을 지체하다가 일을 그르치다, 시간을 허비하다, 지체하다, 머물다

 

뛰어난 對句(대구)로 유명한

細雨濕衣看不見 (세우습의간불견) 가랑비가 옷을 적시면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閑花落地聽無聲 (한화낙지청무성) 한가한 꽃이 땅에 떨어지면 들으려 해도 소리가 없다.

유장경이 지은 詩, 別嚴士元란 시의 3-4구절이다.  

別嚴士元(별엄사원)이라는 詩는 몰라도 위의 두 구절은 많이 알려져 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우리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는細雨濕衣(세습우의)란 성어는 여기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당의 유장경이 지은 시 別嚴士元은 2007년 치러진 북경지역의 대학 입시 문제에서 자유제목으로 글을 쓰게 한 논술(작문)문제로 출제되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세우(細雨)는 가랑비이고, 한화(閑花)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피어있는 꽃을 의미한다.

"간불견(看不見)"  "청무성(廳無聲)" 

이 성어에는 한자가 갖는 독특한 묘미를 더하고 있다. 看(볼 간)과 見(볼 견)은 둘 다 본다는 뜻이지만 看은 사물을 내가 본다는 것이고, 見은 사물이 내개 보여진다는 것으로 차이가 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지만 젖은 옷의 비는 내가 보려 해도 보여지지가 않는다는 뜻이다.聽(들을 청)은 내가 듣는 다는 것이고, 聲(소리 성)은 들려오는 소리이다. 한적한 곳에 핀 꽃이 떨어지는 것은 알겠는데 그 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인터넷에 올리어져 있는 別嚴士元 제목의 유장경 시는 대부분 8구로 되어 있지만 일부는, 

舊友若逢相識問 (구우약봉상식문) 나를 아는 옛 친구 만나 묻거든

京坡端願下圍棋 (경파단원하위기경파가 바둑 한 판 두자고 하더라고 전해주게. 2구절이 추가되어 10구절로 된 본도 있다.

 

 

작가가 호남지방 합려성으로 轉勤(전근)함에 즈음하여 친구 嚴士元(엄사원)과 이별하며  말단직으로 좌천하는 자기의 심경을 스스로 비웃으며 한탄한 시이다.

이 시의 對句(대구)는 뛰어난 것으로 定評(정평)이 나 있다. 특히 3-4구 細雨濕衣看不見  閑花落地聽無聲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으며 7-8구 東道若逢相識問  東道若逢相識問(주연 베푼 嚴士元이여 벗들이 나의 소식을 물으면, 청포입은 이 사람은 이미 학자의 일생을 그르쳤다고 말하게나.)도 유명하다. 학자로 이름을 날리려던 젊은 날의 꿈은 무참히 좌절되고, 하급관리로 발령되어 친구와도 이별하고 호남으로 홀로 떠나야 하는 慚愧(참괴)와 悔恨(회한)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劉長卿 (유장경)

오언시(五言詩)에 능하여 ‘오언장성(五言長城)’이라는 칭호를 듣던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이다. 안후이성(安徽省) 선성(宣城) 또는 후베이성(河北省) 하간(河間) 출생으로 알려져 있으며 젊었을 때는 뤄양(洛陽) 남쪽의 숭양(嵩陽)에서 살면서 청경우독(晴耕雨讀)하는 생활을 하였다. 자는 문방(文房)이다.  733년(개원 21)에 진사가 되었다. 회서(淮西) 지방에 있는 악악(鄂岳)의 전운사유후(轉運使留後)의 직에 있을 때 악악관찰사(鄂岳觀察使) 오중유(吳仲儒)의 모함을 받아 육주사마(陸州司馬)로 좌천당하였다. 그러나 말년에는 수주자사(隨州剌史)를 지내 유수주(劉隨州)라고 불렸다. 강직한 성격에 오만한 면이 있어 시에 서명할 때는, 자기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자부심에서 성을 빼고 ‘장경(長卿)’이라고만 표기하였다. 시의 동일표현이 돋보이며, 전원과 산수묘사는 도연명(陶淵明)과 왕유(王維), 맹호연(孟浩然)과 통하는 바가 있다. 관리로서도 강직한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 자주 권력자의 뜻을 거슬리는 언동을 하였다. 그래서 2차례나 유배를 당하여 실의의 세월을 보냈다. 그의 시에 유배당하여 실의 속에 보내는 생활과 깊은 산골에 숨어 살려고 하는 정서를 그린 것이 많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또, 일부의 작품에는 동란의 시대의 사회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작품에 유수주시집(劉隨州詩集)10권과 외집(外集)1권이 있다.(네이버 지식백과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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