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수술 후 5개월
24년 5월 20일.
오늘로서 위 절제 수술을 한지 꼭 5개월이 된다.
흰눈이 소복히 내려앉은 병원을 나선지가 얼마되지 않은것 같은데 어느새 매화가, 목련이, 벗꽃이, 진달래가 피고 지고 장미가 피었다.
계절은 초록의 생명이 물결치는 계절의 여왕 5월이다. 그 사이 계절이 3번 바뀌었지만 아직도 일상회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나 시간은 희미하지만 희망의 불빛이 되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수술 후 빠지기만 하던 체중이 감소를 멈추었다. 수술전 65k 이던 몸무게가 56.6k 까지 줄어들더니 보름전에 제어 본 몸무게는 58k로 늘어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감소하여 57.3k부근을 왔다 갔다 하고있다. 위 절제 수술을 한 위암 환자의 체중감소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통계에 의하면 수술후 6개월 동안은 계속 줄어들다가 6개월 이후부터는 감소된 체중으로 유지 하지만 1년이 지나면 조금씩 늘어난다고 한다.
암환자가 겪는 가장 큰 난관중 하나가 체중감소 임을 감안 할때 일단 체중 감소가 멈추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암 환자에게 매우 반가운 조짐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여전히 입맛은 돌아오지 않고 몸 컨디션은 몸이 조각조각 부숴지는 것 같은 처짐과 피곤함, 권태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된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 수술을 괜히 했다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혹시 위암 진단을 받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위암환자나 가족중 나이가 80이 가까웠거나 넘었다면 위 절제수술은 심각히 고려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암을 이겨내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저자인 이병욱 박사에 의하면 그가 수술한 수백명의 위암 환자중 같은 암은 한명도 없을 정도로 암은 사람마다 다른 위치, 다른 성질,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암의 이런한 특성이 치료를 어렵게 하고 재발이 잘 되며 완치 되지 않는 무서운 병임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조기 발견이 늘어나고 치료기술의 발달로 조기 위암은 5년 생존률이 거의 95%가 넘는다 하니 희망을 갖고 이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 내고있다.
위 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의 일반적인 증상 일수도 있지만 최근 몸에 나타나는 특이한 증상은 밥을 먹고 2-3시간쯤 지나거나 끼니를 제때 먹지 않으면 허기가 지고 맥박이 빨라지며 진 땀이 나는 증세가 매일 몇 번씩 되풀이된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입맛이 살아나고 먹는 양도 많아지면서 체중도 늘고 지방이 쌓이면서 이런 증세는 완화 되거나 없어지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현실은 수술 한지 5개월이 지나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식욕이 없고 식욕이 없어 먹지 못하니 체중이 늘지 않고 기력이 쇠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배가 고프고 허기가 지면 시간에 관계없이 음식을 먹어 보려 하지만 서너 숟가락만 뜨고 나면 딸국질이 계속 나오고 무얼 먹어도 맛을 느낄수 없다. 인생의 낙중 하나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인데 먹는 일이 이토록 힘들고 괴로우니...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 될런지?
여러가지 음식을 준비 해주는 아내의 정성에도 밥맛이 돌아오지 않아 음식을 앞에 두고 바라보기만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처량하고 가련하다. 위가 없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을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입맛이 없다보니 억지로, 억지로 적은 양을 하루 5-6끼로 나누어 조금씩, 조금씩 먹고있다. 반찬은 생선, 채소등 골고루 먹어 보려고 노력 하지만 입에 맞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기름기가 많거나 매운 음식 그리고 위 절제 환자가 먹지 말아야 할 찰떡, 감, 김, 거친 나물등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조금만 덜 씹어 삼키거나 평소 먹지 않는 음식은 먹기만 하면 이내 설사를 하곤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증세는 많이 완화되고 변은 가끔 무른 변을 보기도 하지만 하루에 한번씩 정상적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방귀는 여전히 시도 때도 없이 나오며 변은 고약한 냄새가 나고 물에 뜨고 있다.
현재 먹고있는 약은 수술을 한 아산병원에서 처방해준 우루사 300mg 1정, 유산균 켑슐 1정을 매일 복용하고 있으며 오메가3 1정, 비타민c 750mg, 종합 비타민 1정은 몸이 건강할때 먹어온 약제라 수술후에도 습관적으로 매일은 아니더라도 거의 매일 복용해 왔다. 얼마전 부터 허기가 들때는 어김없이 속 쓰림 증상이 하루에도 몇번씩 반복되어 영양제 주사를 처방 해주는 가정의 선생님에게 진료 상담을 하였더니 먹고 있는 비타민제가 속쓰림의 원인이 될수 있다며 비타민제는 꼭 식사 도중에 먹기를 권유하였다.
비타민c나 종합 비타민은 건강한 사람도 속 쓰림을 유발할수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나 같이 위를 절제한 경우 식사후에 바로 비타민제를 먹는다 하여도 위가 없으니 위에 머물며 음식물과 용해되지 못하고 음식물은 음식물대로 비타민제는 비타민제로 따로 장으로 내려가는 상황의 반복이 속쓰림의 원인이 아닌가 여겨졌다. 당분간 비타민제 복용을 중지하고 상태를 지켜 보기로 했다. 식사로 채우지 못하는 영양은 암 환자용 영양음료 하루 1-2개와 일주일에 두번, 집 가까운 병원에서 영양제 주사로 보충하고 있으며 1회 주사 비용은 60.000원정도 들어간다. 평소 가지고 있던 지병으로 약한 고혈압이 있었지만 체중이 빠지면서 약을 먹지 않아도 혈압은 오히려 약간의 저혈압을 보이고 있다. 심장이 두근거려 먹고 있는 안정제와 전립선 비대증 약은 지금도 계속 복용중이다.
힘에 부치지만 운동은 일주일에 5-6회 한 시간씩 걷기 운동을 하고 있으며 단 몇분 이지만 근육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을 감안하면 거의 매일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기울이는 이런 습관과 노력이 위 절제수술을 한 위암환자의 예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수 없지만 시간이, 세월이 지나면 내가 이 병마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 갈수 있다는 소망 하나로 내가 할수 있는 일들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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