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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치료 일지

위암 치료 일지 12.

by 까마귀마을 2024. 4. 13.

12. 첫 외래진료후 3개월.
 
24년1월 14일.
아산병원을 퇴원한지 오늘로서 20일이 되고 요양병원을 퇴원한지 5일째다.
부산의 암 전문 요양병원에 다시 입원을 할까도 생각 하였지만 집에서 일상회복을 하기로 하였다.
일주일에 100만원이 훌적넘는 병원비도 부담스러웠고 지난 2주간의 요양병원 입원으로 경험 해본 결과 그 비용만큼 회복에 효과가 있는지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았다.
1월 9일 첫 외래진료 이후 부터는 죽 대신 진 밥을 먹고있다. 죽을 먹을 때나 진 밥을 먹을 때나 가장 힘든 것은 우선 입맛이 없는 것이다. 무엇을 먹어도 그 맛이 그 맛이다. 한숟갈 떠기가 너무 힘든다. 아내는 위 절제 환자의 회복을 돕는 요리서 까지 구입하여 메뉴를 정하고 여러 음식을 정성을 다해 차려 주지만 먹기가 너무 힘든다. 먹어야 살텐데...
집에서 가까운 1차 병원에서 영양제를 1주일 2번씩 맞고 있다. 비용은 1회 주사에 6만원 정도다. 다행히 진료를 담당하는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친절하고 상담에도 적극적이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되었다. 매일 점심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온천천 운동을 나간다. 한 시간 정도 걷는데도 많이 힘들고 버겁다.
 
오늘로 수술을 한지 한달,
잘 물든 단풍은 이월의 봄 꽃보다 아름답다며,
늙음에 순응하며,
배우고 익히고,
노년의 아름다운 낙을 즐기던 노인은 어디로 가고,
노쇠하고 병색이 짙은,
초라한 한 늙은이로 여기에 서있는가?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어더운 굴의 한 복판일까?
아니면 이미 목적지에 도달했을까?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이 깜깜하고 어더운 굴을 벗어나 파란 하늘을 볼수 있을런지?

수 천년전,
한 선각자는 우리 인생을 생노병사(生老病死)라 했다.
참 나는 교만하고 우매 했다.
이제야 그 뜻을 깨달았으니...

비가 오고있다.
봄비는 아닐진데...
이 암담함 속에서도,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비를 기다림은,
신이 우리 인간에게 준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마지막 선물인,
그 희망 때문 이리라.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함은,
내일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이 하루에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더 많은 연민과 선함은,
내 인생에 후회를 적게 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24년 1월 25일.
오늘로 아산병원을 퇴원한지 한달이 되는 날이다.
한달이 지났지만 별로 달라진것은 없다. 여전히 배고픔을 도저히 느낄수 없고 밥맛이 없다. 밥상을 마주하면 먹고 싶은 식욕이 전혀 솟지 않으니...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차려주는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먹고싶은 욕망이 없으니 나도 참으로 난감하다. 이렇게 먹지 못하니 체중이 빠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건강할때와 달라진 것은 밥먹을때는 물론 먹고난후에 수시로 방귀가 나왔다. 아마도 음식을 먹을때 공기가 흡입되고 흡입된 공기가 위가 없으니 머물지 못하고 소장으로 내려가 소장의 연하작용으로 이내 대장을 거쳐 방귀로 나오게 되는것 같았다. 그리고 변이 물에 뜨고 냄새가 지독하게 났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은 식도를 거쳐 위로 들어가면 위에서 위액이 나와 소화를 시키고 위액이 음식물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되는데 위가 없으니 위액이 나오지 않아 생기는 현상인것 같다.
 
24년 2월 3일.
수술후 맞는 2월!
며칠전 부터 비가 찔금 찔금 내리고 있다. 봄비 라기에는 바람이 무척 차다. 그러나 내일이 입춘이다. 이렇게 계절은 바뀌고 세월은 가나보다. 
출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걷기가 아니면 비가 와도 특별히 꼭 나갈일도 없으니 비가 온다고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조용히 내리는 비가 마음을 안정 시키고 비를 핑계삼아 걷기운동도 안하게 되니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하다. 
시간은 끊임없이 지나가지만 몸은 전혀 변함이 없다. 배가 고프고 허기가 저 먹겠다고 식탁에 앉으면 두 세 숟갈만 뜨고 나면 도저히 넘어 가지를 않으니...
입맛이 없고 입맛이 없어 먹지 못하니 체중이 감소하고 체중이 빠지니 기력도 없다. 어제는 차려진 밥상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맛있던 음식들을 앞에 놓고 먹고 싶은 식욕이 없어 이렇게 앉아 있으니. 이게 사람 사는 것인지. 언제 이 고통을 벗어 날수 있을런지?  정말 힘들다.
 
24년 3월 1일.
세월은 어느새 3월이다.
가는 세월 잡을수 없다더니 수술후 맞이하는 첫 3월이다. 아침부터 몸 컨디션이 정말로 안좋다. 아침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서예자습을 하였지만 어지러워서 이내 그만 두었다.
제대로 먹지 못하니 빈혈인지 아니면 저혈압인지? 혈압을 재보니 110-70이니 혈압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것 같은데....
올해 98세인 숙모님 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 전화로 내 병 상태를 말씀 드렸더니 몹씨도 놀라며 안타까와 하셨다. 혹 먹고싶은 건 없는지? 거동이 불편하지만 장 조카의 위암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라도 구해 오겠다는 숙모님의 말씀에 눈물이날 정도로 고마웠다.  숙모님! 인명은 재천이라 했는데 장수는 하늘로 부터 받은 축복입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길 빕니다.
 
24년 3월 5일.
매콤한 라면이 먹고 싶어 정말 두 젓가락 정도 먹었더니 다음날 이내 설사가 나왔다. 오늘이면 수술한지 두달하고 보름이 지난다. 이제는 밥도 진밥이 아닌 일반인 들과 같은 밥을 먹고 반찬도 일반인들이 먹는 음식  대부분을  먹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먹는 음식에 많은 제한이 있다. 수술 3개월이 지나면 정상인과 같은 식사를 할수있다 했는데 과연 그럴수 있을런지....
몸 컨디션이 하루에도 몇번씩 다르다. 특히 자고나면 정말 힘들다. 무엇인지 표현하기 힘든 어둠같은 절망감 같은 것이 전신을 감싸고 몸과 마음을 한 없이 밑으로 가라앉게 만든다. 하루 한 시간씩 하고 있는 온천천 산책이 버거운지 산책중 가끔 허기가 지고 식은 땀이 나며 어지러울 때가 있었다. 쇠약으로 인한 저혈당 증세인것 같아 요즘은 산책을 나갈때 사탕 몇개를 꼭 가지고 나간다. 그래도 산책을 하고 샤워를 하고 나면 몸 컨디션이 훨씬 나아지는것을 느낄수 있어 산책을 계속하고 있다.
3월들어 비가 자주온다. 오늘도 예보에 없는 비가 오고있다, 말라있는 초목이 꽃을 피우고 싹을 돋게하는 자연의 배려 인가보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저렇게 조용히 소리없이 내리는 비로 봄은 오고 있나보다. 봄이오고 꽃이피고 잎이 돋고 생명이 돋아나는 봄이면 나의 일상도 봄을 맞을수 있을런지?....

 

24년 3월 20일.
오늘로 수술한지 3개월이다.
정말 몸 컨디션이 안좋다. 체중도 더 빠지고 입맛은 없다. 어제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기전 혈압검사에서 혈압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맥박은 80이 넘었다. 평소는 60정도인데 맥박이 이렇게 빨리 뛰는 것은 음식을 먹고 난후에 일어나는 일종의 덤핑 증후군 증세인것 같다. 그래서 인지 어제 하루는 하루종일 몸 컨디션이 안 좋았다.
조금만 씹는걸 소홀히 하거나 평소 먹던 음식이 아니거나 조금만 기름기있는 음식을 먹으면 이내 설사가 났다. 지금 이 상태에서 설사는 최악이지만 위를 절제한 환자들이 겪는 흔한 일이라고 한다. 설사는 겨우 지켜온 체중을 감소시키고 몸을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그러나 다행한 것은 먹는 음식을 조심하고 꼭꼭 씹어 먹으면 이내 설사는 그쳤다.
식욕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몸 컨디션도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 3개월이 지나면 어느정도 밥맛이 돌아오고 음식이 땡길거라고 담당교수는 말했지만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말 힘들다. 살이 빠지니 등어리와 엉덩이가 아파서 딱딱한 의자에 좀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든다. 갈수록 체중이 더 빠지는 것 같다. 먹는 양은 조금씩 늘어 나는데도  체중감소가 계속되는 것은 먹는 양이 절대 부족하고  위 절제로 인한 변화된 장 환경이 영양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이유인것 같다. 아니면 매일 한 시간씩 하는 걷기가 운동량이 많은건지? 변은 여전히 물에 뜨고 냄새도 고약하다. 

 

24년 4월.1일.

4월이다.

온천천에는 다시 벚꽃이 활짝 피었다.

요 며칠 온천천에는 벚꽃 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건강이 회복되고 일상회복이 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도 저 벚꽃을 다시 볼수 있을런지?

6개월간의 복지관 증축공사가 끝나고 오늘부터 서예실도 개강을 하였다. 당분간 몸이 회복 될때까지 서예실 수강을 쉬며 몸을 추스르고 싶지만 작년부터 서예실 회장을 맡고있어 안 나갈수 없었다. 6개월 만에 보는 회원들은 눈 여겨 보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말을 하지 않는 건지 여윈 내 모습에 별 말은 없었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2시간 자습을 하고 왔다.  복지관을 가고 올때 아프기 전에는 항상 지하철을 이용 했지만 몸이 아직도 정상이 아니어서 승용차를 이용하였다. 약간 허기가 지고 피곤 하였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24년 4월 9일.

위 수술후 첫 외래진료가 있고 오늘이 3개월이 되는 날이며 혈액 검사가 있는 날이다. 원래 예약일은 4월 16일 이었지만 담당교수의 출장으로 진료가 1주일 앞당겨졌다. 동탄에 있는 아들 집에서 아침 7시30분경 집을 나서 병원에 도착하니 9시가 채 못되었다. 채혈실에 들려 채혈을 하고 병원 지하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얼마전 까지는 한끼정도 식사를 하지 않아도 건강할때 비축해 놓은 에너지로 버티어 왔지만 지방이 줄고 체중이 빠진 지금은 한끼라도 제때 먹지 못하면 금방 몸에 이상이 나타났다.
담당교수의 진료 예약시간은 11시 15분 이었지만 10시쯤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진료실 앞으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휴대폰에 깔려있는 아산병원 엡으로 먼저 확인한 혈액검사 결과는 여러가지 수치에 이상이 있었다. 혈소판수 부족, 간 기능의 저하, 사구체 여과율의 저하등으로 건강할때는 모두가 정상 이었는데 위 수술후 먹지 못해 빗어진 영양부족으로 인한 이상으로 여겨졌다.
예전 같으면 진료 대기실에 진료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었지만 3-40십명이 대기할수 있는 대기실은 서너사람만 있었다. 얼마전 정부의 의대정원 2천명 증원에 반발하여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함으로 수술등에 많은 차질이 있고 수술자체가 많이 줄었다는 뉴스 보도가 사실임을 체감 할수 있었다. .
교수님은 현재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체중이 많이 빠지고 우선 밥맛이 없으며 기운이 없다고 하자. 교수는 수술후 3개월 즈음부터 6개월 까지가 가장 힘들때라며 지금보다 체중도 1-2k 더 빠질수도 있다 하였다. 통계적으로 수술후 6개월 까지 10-15%의 체중 감소가  일어나지만 6개월 이후 부터는 감소된 체중을 유지하다가 1년이 지나면 차츰 회복 된다고 했다. 수술전 내 체중이 65k 임을 감안할때 6-10k의 체중감소가 있을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며칠간은 겁이나서 재어보지 않았지만 현재 체중이 58k정도이니 경우에 따라서는 1-2k 정도는 더 빠질수 있다고 예상된다. 암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 간다는 것은 어찌보면 길고 긴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혈액검사상에 나온 몇가지 낮은 수치는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 하며 간 기능을 좋게하는 약과 장 유산균약을 을 처방해 주었다. 식사는 고기등 입맛이 당기는 음식은 가리지 말고 먹으라 했다. 3개월후 혈액검사와 ct검사 예약을 하고 처방된 약을 병원 밖 약국에서 구입하였다. 보통 지방의 큰 대학병원도 병원문을 나서면 병원앞이나 부근에 바로 약국이 즐비 하지만 아산 병원은 규모가 하도 커서 병원 밖의 약국까지 걸어서 가기는 너무 멀었다. 다행히 자차를 가지고 가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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