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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치료 일지

위암 치료 일지 8. 9.

by 까마귀마을 2024. 3. 30.

8. 서울 삼성병원 진료.

수술을 하려면 직 한달이나 기다려야 한다.

대부분의 암 환자가 암 진단을 받고 나면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이겠지만 현재 암 진단이 제대로 된것인지? 오진은 아닌지? 수술을 기다리는 한 두달 사이에 암이 확 퍼지는것은 아닌지등으로 불안해 하며 안절부절 할것이다. 나 역시 이런 불안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받은 위암 진단이 정확한지? 설사 위암이라 해도 위를 다 잘라내는 수술 밖에는 방법이 없는지? 암 진단을 받고 몇날 며칠 잠을 설치며 고뇌하다 혹시 좀더 빠른 시일에 수술을 하고 혹시 위를 전부 절제 하지 않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며 여기 저기 검색을 하고 뒤지다가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진료 상담을 한번 더 받아 보기로 하였다. 서울삼성병원, 서울대병원에 온 라인으로 진료 신청을 하였더니 삼성병원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담당 교수는 위장관 외과 ㅇ교수였다.

삼성병원에 제출할 영상및 서류들을 발급받기 위해 진료 하루전인 11월 21일 혼자 부산을 출발하여 서울아산병원으로 가 cd영상및 조직검사 결과서등 필요한 서류를 떼어 동탄 아들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동탄에서 열차를 이용 수서역으로 가 셔틀 버스로 삼성병원을 내원하였다.

보호자 1명을 대동하여야 한다는 병원측 요구에 부산에 있는 아내가 입석편으로 올라와 수서역에서 만나 동행할수 있었다.

진료상담을 담당한 교수는 여자분이었다. 가지고 간 영상과 조직검사등을 보며 아산병원에서 이미 검사를 다했는데 여기 온 이유를 물었다. 내 설명을 들은후 교수는 삼성병원에서 수술을 하려면 다시 검사를 하고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 현재 수술 일정을 감안 할때 올해 안에는 불가능 하며 한 두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검사를 해 봐야 위 절제 범위가 정해지겠지만 아산병원에서 위 전절제 수술이 결정 되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며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권유하였다.

나의 입장에서는 평생에 한번 얻은 병이고 어쩌면 나의 남아있는 삶의 전부이고 생명이 달린 운명적인 일이지만 나 같은 처지의 절박한 암 환자를 하루에 수십명씩 진료를 해야하는 교수의 입장에서 환자 마다의 개인적인 희망사항이나 사정을 다 반영 할수도 없을 것이고 나름 순서나 정해진 규칙에 의 하겠지만 혹시나 하는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병원을 찾은 나로서는 실망과 좌절만 잔뜩 안은 상담이었다.

여기서 다시 한 두달을 더 기다린다는 것은 도저히 내가 버텨내지 못할것 같았다. 이미 정해진 아산병원의 일정과 치료방법에 의존 할수밖에 없었다.

 

 

9.기다림.

한달이나 남았다는 여유로움도 잠시 어느새 12월이다.

요즘 많은 생각에 잠긴다. 혹 위 수술이라도 하게되면 지금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을런지. 아니면 예후가 좋지않아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지? 아침에 일어나면 무언가 알수없는 답답함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몸 컨디션이 안좋고 체중도 조금씩 줄어드는 기분이다. 여러가지 상념으로 밤잠을 설친것이 원인인지.

가끔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부처님은 인생을 생노병사라 했다. 우리 인생사를 볼때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 우리인생의 이 과정을 누가 벗어 날수 있을까? 인간만이 아니라 이 땅에 존재하는 생명있는 모든 것들이 가야할 길이다. 

득도한 스님들은 죽음도 삶의 연속이라 했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만큼 확실한 경계가 있을까?

삶은 한 조각의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의 구름이 흩어짐이라 말했지만 과연 죽음이 한 조각 구름이 흩어질 정도의 가벼움일까?

죽음이란 한마디로 무이다. 나도, 신도, 세상도, 인연도,추억도, 고통도, 기쁨도, 사고(思考)도, 존재도 모두가 소멸되는 것이 죽음이다. 우주와 다름없는 한 거대한 인격체가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다. 그리고 슬픔이다. 난 내세(來世)를 믿지 않는다. 내세는 죽음이 두려워 공포에 질려있는 우리 인간을 보고 뛰어난 어느 선각자가 아니면 천재적인 어느 사기꾼이 만들어 낸 사기이다. 죽음 그것은 오로지 산자의 기억속에서만 존재하는 실존이 아닌 무일 뿐이다.

 

30대 젊어서는 산을 좋아해 주일이나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영남 알프스등 근교의 산을 찾았고, 40대 부터는 거의 매일 새벽에 해운대 달맞이와 동백섬을,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는 온천천을 한 시간씩 조깅을 했다. 60대가 되면서 왼쪽 무릎에 이상이 생기고 부터는 주 3-4회 한시간 정도 6-7k를 걷고 30분 정도는 스트레칭과 바벨을 드는등 근육운동을 하여 왔다. 그러나 위암 진단을 받고 난 이후부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천천으로 운동을 나가고 있다.

운동을 한다고 뱃속의 암덩어리가 줄어 들지도, 분열을 멈추고 그대로 있지도 않겠지만, 아니 운동으로 인해 몸이 활발해지면 더 빨리 자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나가 운동을 함으로 내가 건재하고 살아있음을 느낄수 있고 또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수있는 유일한 한 방법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 내게 운동은 일종의 종교적 의식이나 다름없다.그러나 이 운동도 계속 할수있을지는 의문이다. 12월 20일이 되면 나는 위가 없는 사람이 된다. 그러고도 살아갈수 있다는게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지만 5년전 위암수술을 받은 동생은 이제 예전과 같이 건강한 모습을 찾아 일상에 잘 적용하며 살고 있으니 희망을 가져보지만 사람마다 몸이 다르고 또 같은 병이라도 암은 사람마다 모두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천천히를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우선 밥먹는 것부터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입에서 위로 들어가면 위는 위산을 내어 위 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죽으로 만들어 위 아래 운문부에서 조금씩 소장으로 내려 보내는데 위가 없으면 먹는 음식물이 식도를 거쳐 소장으로 바로 들어가게 된다. 예전처럼 대충 씹어 급히 삼키게 되면 소장은 이를 받아 들일수 없게되고 부작용을 일으키는데 설사를 하고 식은 땀이 나고 어지럼등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는데 이를 의학용어로 덤핑증후군이라 한다고 한다. 식사를 40여분의 긴 시간으로 해야 한다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않다. 최근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려 연습을 해보지만 20여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내가 할수있는 일은 습관을 들이고,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 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힘들고 어렵겠지만 이를 받아드리고 순응하지 못하면 내삶, 내인생은 끝나고 말거다. 76년, 많은 나이도, 작은 나이도, 죽는다고 애달파 할 나이도, 죽기에 알맞은 나이도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는 수 천가지 이지만 죽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고, 마음도 편안히 가지고, 아무도 미워하지 말고, 오늘 살아 있음을 감사하고, 나의 생각과 나의 주장을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내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그렇게 살다 가리라.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남은 인생을 최대한 열심을 다하고 선한 영향력을, 흔적을, 아낌없이 남기고 가리라.

 

수술후 퇴원하고 한달가량 암 전문 요양병원에서 요양을 하는것이 어떨지 하는 문제로 아들과 전화로 협의를 하고있다. 비용도 문제지만 과연 치료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요양병원 장소를 어디로 할지 여러가지 논의를 하였다. 수술후 겪게될 합병증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는 검색정보가 많아 걱정을 많이하고 있다.

아들과 며느리가 동탄에서 멀지 않은 곳의 ㅇ요양병원을 내원하여 입원 상담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산에도 암 전문 요양병원이 있지만 멀리 있는 병원을 생각하는것은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병문안 이랍시고 오는 친지들이나 지인들의 의례적이고 선심이라도 쓰는것처럼 동정적으로 보는, 흥미 위주로 말하는 그 태도가 나는 너무 싫다. 내가 암에 걸린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이 몹쓸 병에 걸린건 하늘의 저주도 나의 죄도 아니다. 나는 76년간 개차반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항상 부지런하고 정직하며 열심히 살아왔으며 나름대로 절제하고 노력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먹는음식도 최대한 정결하게 먹었다. 그러나 타고나면서 부터 내 몸속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내가 어찌 할수 있겠는가. 이렇게 무너지는 건 너무 분하고 억울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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