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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次韻寄鄭伯容(차운기 정백용

by 까마귀마을 2024. 2. 13.
次韻寄鄭伯容(차운기 정백용)
 

二月將闌三月來 (이월장난삼월래)   이월이 무르익어 삼월이 오니

一年春色夢中回 (일년춘색몽중회)   한 해의 봄경치 꿈이런 듯 지나가네

千金尙未買佳節 (천금상미매가절)   천금으로도 살수 없는 가절이라

酒熟誰家花正開 (주숙수가화정개)  뉘 집에 술익고 꽃 활짝 피었을꼬

                -----鄭以吾(정이오)-----

 

註.

次韻: 남의 시의 운에 맞추어 시를 짓는 일.

將闌: 장차 다하다.(闌(난) : 쇠퇴하다, 저물다)

夢中回: 꿈속에 돌아가다.

尙: 도리어.

未買: 사지 못하다.

酒熟: 술이 익다.

誰家: 누구네 집.

花正開: 꽃이 막 피려고 하다(正은 지금, 바로).

 

위 시제 次韻寄 鄭伯容(차운기 정백용)은 "차운하여 정백용에게 보냄"으로 알려져 있지만 春色(춘색)으로 된 본도있다.

二月將闌三月來 (이월장난삼월래) 一年春色夢中回 (일년춘색몽중회)의 1.2구절은  두보()의 詩 9首로 된 연작시 절구만흥()의 4首에 “이월이파삼월래() 점노봉춘능기회()”( 이월 이미 지나고 삼월이 왔네, 나날이 늙어가니 봄날을 몇번이나 맞을까? )의 구절을 변용()하였고, 千金尙未買佳節 (천금상미매가절) 酒熟誰家花正開 (주숙수가화정개)의 3.4구절은 소식()의 詩 춘소()의 “춘소일각치천금() 화유청향월유향()(봄날 밤의 한 순간은 천금의 값어치가 있으니 꽃에는 맑은향기 있고 달 뜨니 그림자 진다)이라는 구절을 변용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처럼 전대의() 시구()에서 자연스럽게 변용한 이러한 수법이 높이 평가되어, 허균은 마땅히 조선 초 절구시() 중에 가장 으뜸이다 (당위국초절구제일()라 평했고, 성수시화에서는 당나라 사람의 좋은 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불감당인가처())라는 평을 가하고 있다.
 
 

이 詩가 지어진 배경은 아마 정백용이란 사람이 시인에게 시 한 수를 보내왔거나 아니면 두 사람이 같이 앉아 시문을 주고 받았던 상황을 선뜻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상호 나누었던 운자는 같은 운자는 첫 구의 래(來)자와 넷째 구인 개(開)자를 놓았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정백용에 대한 인물은 검색되지 않아 그 행적을 찾을 수 없다. 정자에 앉아 나이 연만(年滿)한 사람끼리 모여 순서를 돌려가면서 원운을 하나 지어 빙 돌아 앉아 돌려 읽고 차운하는 식의 작은 시회(詩會)는 당시 능사였다. 흥이 익어갈 무렵에는 제각기 한 시창 한 마당을 했고, 이를 시조창으로도 불렀다. 멀리 사는 친우에게 서찰을 부칠 때도 시 한 수를 지어 보내 원운에 의한 차운을 하면서 교환했다.

 

장차 이월이 다하면 다시 삼월이 오리니.

한 해의 봄빛이 꿈속에 돌아가는구나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가절에

술이 익는 누구네 집에서 꽃이 막 피려는 것인지.

 

歲月(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대지는 어느새 봄 기운이 만연하다. 季節은 저마다 그 계절이 지닌 나름의 색깔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엄동설한 끝에 남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수줍은 듯 꽃망울을 터드리며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매향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무런 代價(대가)를 치루지 않아도 봄은 뉘 집 부지런한 일손이 빚은 술을 익혀주고 꽃을 개화하는 陽春佳節(양춘가절)을 우리에게 膳物(선물)한다.

이월이 가고 삼월이 오고 그렇게 세월이 가면 또 한 해가 가는 세월의 덧없음을 천금같은 봄빛이 꿈속에서 돌아간다는 시상에서 느낄수 있지만 추위끝에 찾아온 봄빛은 어느집의 술을 익게 하고 뉘집 안마당의 꽃들을 활짝 피우게 하는 천금을 주고도 살수없는 귀한 선물이다. 양춘가절 이 아름다운 계절에 한편으로는 나 같은 늙은이는 이 봄을 몇 번이나 맞이할수 있을까 하는 세월 무상의 안타까움과 조바심에 젖어보지만 시인은 천금을 주고도 살수없는 봄빛에 술 익어가는 마을을 찾아 만개하는 꽃 아래서 마음껏 취하라며 은유적으로 노래하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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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오(鄭以吾:1354~1434)

고려말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진주(晉州), 자는 수가(粹可), 호 교은(郊隱), 우곡(愚谷), 시호 문정(文定)이다.

1374년(공민왕 23년) 급제하였다.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했고 성품도 질박하고 겉치레가 없었다. 일찍이 이색과 정몽주의 문하에 들어 학문을 닦았으며 늙어서는 성석린(成石璘)·이행(李行) 등과 교유하였다. 특히 그는 시(詩)에 재능이 뛰어났다 한다. 영의정에 추증되었으며, 저서로는 교은집(郊隱集) ·화약고기(火藥庫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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