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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杜甫(두보)의 漫興 絶句 (만흥 절구 )

by 까마귀마을 2024. 1. 24.

杜甫(두보)의 漫興 絶句 (만흥 절구 ) 봄을 맞아 흥이 나는 대로 지은 절구.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 상원(上元) 2(761) 봄 두보의 나이 50세 때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渓)의 초당(草堂)에서 지은 시이다. 두보는 당시 기근으로 벼슬을 버리고 촉으로 들어와 성도 완화계에 초당을 짓고 곤궁한 생활을 하였다. 완화계로 돌아온 지 1년 되던 해 봄날 객지생활의 시름에 젖어 즉흥적으로 칠언절구 시 만흥 9수를 지었다.

 

 

其一

眼見客愁愁不醒(안견객수수불성) : 나그네 시름에서 깨어나지 않음이 분명한데

無賴春色到江亭(무뢰춘색도강정) : 봄빛이 속절없이 강가 정자에 이르렀네.

即遣花開深造次(즉견화개심조차) : 곧장 꽃들이 성급하게 피어나 짙어지고

便敎鶯語太丁寧(변교앵어태정녕) : 꾀꼬리들 재잘 거림도 정녕 간절하기만 하네.

註.

漫興(만흥) : 즉흥(). 저절로 일어나는 흥취.

眼見(안견) : 눈으로 보다. 직접 보다.

客愁(객수) :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

無賴(무뢰) :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함부로 행동함.

造次(조차) : 급작스럽다. 경솔하다.

江亭(강정) : 강가 정자. (강은 탁금강(濯錦江)을 말하며 성도의 완화계라는 강의 별칭이다).

鶯語(앵어) : 꾀꼬리의 노래하는 소리.

丁寧(정녕) : 재삼 부탁하다. 신신당부하다.

 

9首로 된 시의 첫 首로, 객지생활 나그네의 시름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온갖 꽃 만개하고 꾀꼬리 재잘거리며 시인이 머무는 완화계의 초당에도 어느새 봄이 왔음을 노래하고 있다.

 

其二

手種桃李非無主(수종도리비무주) : 손수 심은 복숭아와 자두에 주인이 없겠는가?

野老牆低還是家(야노장저환시가) : 담장 낮게 두른 이 집이 촌로의 것이라오.

恰似春風相欺得(흡사춘풍상기득) : 봄바람은 흡사 속이기라도 한 듯

夜來吹折數枝花(야래취절수지화) : 밤사이에 몰래 와서 꽃 핀 가지 꺾어 놓았네.

註.

手種(수종) : 손수(직접) 심다.

桃李非無主(도리비무주) : 두보 자신이 주인이라는 뜻. (두보의 시 강반독보심화칠절구(江畔獨歩尋花七絶句) 5수에 桃花一簇開無主(도화일족개무주) : 한 떨기 복사꽃 주인 없이 피었다.”라는 표현이 있다).

野老(야로) : 시골 늙은이. 두보 자신을 말한다. (두보의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야로(少陵野老)이다. 두보가 두릉(杜陵)의 포의(布衣)또는 소릉(少陵)의 야로(野老)라고 자칭한 것은 장안(長安)의 남쪽 근교에 있는 두릉 땅에 두보의 선조가 살았기 때문이다).

恰似春風相欺得(흡사춘풍상기득) : 흡사 봄바람이 집주인이 자기인 것처럼 밤에 와서 꽃가지를 마음대로 꺾어 놓아 섭섭하다는 표현이다.

 

완화계의 초당이 누추한 집이지만 집에 꽃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봄바람이 마치 자기 집 인양 나뭇가지를 꺾어 놓았다는 푸념 어린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其三

熟知茅齋絶低小(숙지모재절저소) : 띠로 엮은 지붕 작고 낮다는 걸 알고서

江上燕子故來頻(강상연자고래빈) : 강가의 제비들 자주 찾아오는 게지

銜泥點汚琴書內(함니점오금서내) : 진흙 물어 나르다 책과 거문고 더럽히고

更接飛蟲打著人(갱접비충타착인) : 더러는 벌레 잡다가 사람에게도 부딪는다.

註.

熟知(숙지) : 익숙하게 앎. 익히 알다.

茅齋(모재) : 초가집. 두보의 완화계 초당을 말한다.

燕子(연자) : 제비

銜泥(함니) : 진흙을 입에 물다.( 두보의 시 絶句二首(절구2) 泥融飛燕子(이융비연자) : 진흙 묽어지니 제비가 날아오고라는 표현이 있다).

點汙(점오) : 더럽히다. 오염시키다.

接飛蟲(접비충) : 날벌레를 잡다.

 

봄이 되니 두보의 완화계 초당에 제비가 날아 들어와 귀찮게 하지만 초가집이라도 제비가 찾아옴을 은연중 즐기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其四

二月已破三月來(이월이파삼월래) : 이월도 이미 가고 어느새 삼월이 왔구려.

漸老逢春能幾回(점노봉춘능기회) : 점점 늙어가니 봄을 몇 번이나 만날는지

莫思身外無窮事(막사신외무궁사) : 몸 외에 끝없는 일들은 생각하지 말고

且盡生前有限杯(차진생전유한배) : 우선 살아서 마시는 술이나 실컷 들어보세

註.

幾回(기회) : 몇 번.

莫思(막사) : 생각하지 말라. ( ~하지 말라).

() : 우선.

 

봄이 되어 2월도 벌써 지나고 3월이 오니 늙어가는 자신이 앞으로 봄을 몇 번이나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과 허탈감에 세상일을 모두 잊고 술이나 마시며 봄날을 즐기려는 마음을 읊고있다.

 

其五

腸斷春江欲盡頭(단장춘강욕진두) : 강가의 봄날이 다 가는 게 애달파서.

杖藜徐步立芳洲(장려서보입방주) : 지팡이에 몸 기대 모래섬에 섰네.

顚狂柳絮隨風去(전광유서수풍거) : 버들개지 바람 따라 꺾일 듯이 날리고

輕薄桃花逐水流(경박도화축수류) : 얇고 가벼운 복사꽃 물 따라 흘러가네.

註.

腸斷(장단) : 애끊다. 몹시 슬프다.

春江(춘강) : 봄날의 탁금강(濯錦江).

欲盡頭(욕진두) : (봄이) 한창 때가 지나려하다.

芳洲(방주) 초당(草堂) 앞의 중주(中洲).

顛狂(전광) : 미칠 지경이 되다. 미치다. 

柳絮(유서) : 버들개지( 버드나무의 꽃).

 

초당 앞의 강가에서 홀로 서서 버들개지 바람에 날리고 복사꽃 져 물에 뜨내려가니 봄날이 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읊은 시이다.

 

其六

懶慢無堪不出村(나만무감불출촌) : 게으르나 마을 나가 봄 놀이 않고는 견딜 수 없어

呼兒自在掩柴門(호아자재엄시문) : 아이 불러 스스로 문 닫아 걸라 했네.

蒼苔濁酒林中靜(창태탁주임중정) : 이끼 위에 앉아 술 마시는 숲 속은 고요하고

碧水春風野外昏(벽수춘풍야외혼) : 맑은 물 봄바람 흐르는 들녘에 해가 지네

註.

懶慢(나만) : 게으름. 태만함.

無堪(무감) : 이겨내지 못함. 견뎌내지 못함.

蒼苔(창태) : 푸릇푸릇한 이끼.

野外(야외) : 들판.

 

봄 풍경은 응당 집 밖으로 나가 즐겨야 겠지만  집 안에서 강을 바라보고 술을 마시며 봄 풍경을 음미하는 모습을 읊고있다.

 

其七

糝徑楊花鋪白氈(삼경양화포백전) : 오솔길에 흩뿌려진 버들 솜털 융단 같고

點溪荷葉疊靑錢(점계하엽첩청전) : 물 위에 돋은 연잎 푸른 동전 쌓아둔 듯

筍根雉子無人見(순근치자무인견) : 죽순 뿌리 드러나도 봐주는 사람 없고

沙上鳧雛傍母眠(사상부추방모면) : 모래 위 새끼오리 어미 곁에서 잠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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糝徑楊花(삼경양화) 버들개지가 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길. 은 쌀가루.

鋪白氈(포백전) 흰 담요를 펼쳐놓은 것과 같다. (() (모직)담요).

點溪荷葉(점계하엽) 연잎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개울.

青錢(청전) : 푸른빛 동전(靑銅銭).

筍根雉子(순근치자) : 죽순의 뿌리. (稚子(치자)는 죽순의 별명(稚子也是笋的别名).

鳧雛(부추) 오리 새끼.

 

봄날 버들개지가 하얗게 깔린 길을 거닐며 시내에 연잎들을 바라보고, 숲길을 가니 죽순을 건드리는 사람도 없이 고요하고 강가에는 새끼오리가 어미 곁에 잠들고 있는 모습을 그림처럼 묘사하고있다.

 

其八

舍西柔桑葉可拈(사서유상엽가염) : 집 서쪽 어린 뽕잎 손 뻗으면 닿겠고

江畔細麥複纖纖(강반세맥부섬섬) : 강가의 가는 보리 겹쳐져서 넘실거리네.

人生幾何春已夏(인생기하춘이하) : 봄 가고 여름인데 인생 얼마나 살겠다고

不放香醪如蜜甜(불방향료여밀첨) : 꿀처럼 맛 좋은 술 어찌 아니 내놓으리.

.

柔桑(유상) : 어린(부드러운) 뽕잎.

(,) : (손가락으로) 집다. 집어들다.

細麥(세맥) : 가는 보리. 잔 보리.

纖纖(섬섬) : 가늘고 긴 모양. 가냘프고 여림.

人生幾何(인생기하: 인생이 얼마인가? (조조(曹操)의 단가행(短歌行) 對酒當歌(대주당가),人生幾何(인생기하):술을 마시며 노래하세, 인생이 그 얼마인가?”라는 표현이 있다).

香醪(향료) : 향기로운 술(탁주,막걸리).

蜜甜(밀감) : 꿀같이 달다.

 

봄이 다 지나가니 뽕잎을 딸 때가 가까워지고 겨울에 심은 보리를 수확할 계절이 옴을 말하고, 세월이 가는 아쉬움에 술잔을 놓지 못하는 마음을 읊고있다.

 

其九

隔戶楊柳弱裊裊(격호양류약뇨뇨) : 문 밖의 버드나무 가는 가지 하늘하늘 거리니

恰似十五女兒腰(흡사십오여아요) : 흡사 열다섯 어린 계집 허리 같구려.

誰謂朝來不作意(수위조래부작의) : 누군가가 아침에 할일 없이 온다더니

狂風挽斷最長條(광풍만단최장조) : 회오리바람이 긴 가지를 부러뜨려 놓았네.

註.

嫋嫋(뇨뇨,요요) : 간들간들 가냘픈 모양. 하늘하늘.

朝來(조래) : (저녁이 지나고) 아침이 오다. 세월이 흘러감을 뜻한다.

不作意(부작의) : 마음을 쓰지 않다. 作意(작의)는 고의(故意).

挽斷(만단) : 잡아당겨 끊다.( 은 잡아당기다).

 

마지막 9首에서는 봄이 깊어진 완화계의 초당 앞에 서 있는 버드나무가 하늘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소녀를 연상하고 오래 된 가지가 먼저 없어지리 라며 세월이 쉽게 흘러감을 아쉬워하는 모습을 읊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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