定風波(詠紅梅)정풍파(영홍매)
好睡慵開莫厭遲(호수용개막염지) 붉은 매화 잠 많아 늦게 핀다 말라
自憐冰臉不時宜(자련빙검불시의) 쌀쌀맞다 미움받을까 염려되노니
偶作小紅桃杏色(우작소홍도행색) 발그레한 복사꽃을 조금 닮긴 하였으나
閑雅(한아) 우아하여
尚余孤瘦雪霜姿(상여고수설상자) 눈서리 속에서 의연히 피는 꽃이랍니다.
休把閑心隨物態(휴파한심수물태) 남에게 잘 보이려 꾸미지도 않았고
何事(하사) 어인 일인가
酒生微暈沁瑤肌(주생미훈심요기) 얼굴 조금 붉어진 것도 술 때문이 아닌데
詩老不知梅格在(시노부지매격재) 노시인 석연년은 매화의 품격이 따로 있음을 몰라
吟詠(음영) 홍매를 읆조림에
更看綠葉與青枝(갱간록엽여청지) 다시 초록 잎새와 푸른 가지만 보고있네.
----- 蘇軾(소식)-----
定風波(정풍파) : 사패명(詞牌名). 곡조의 이름으로 시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많은 시인들이 같은 제목의 詩나 詞를 남겼는데 죽지사(竹枝詞)란 제목으로 쓰여진 많은 詩도 이런 맥락임.
紅梅(홍매) : 매화에는 꽃의 색깔에 따라 황매(黃梅), 백매(白梅), 홍매(紅梅)가 있으며, 황매가 가장 먼저 피고, 그 다음 흰 색깔의 백매가 피며 홍매가 가장 늦게 핀다. 홍매는 꽃잎이 살구꽃이나 해당화처럼 불그스름한 색을 띠고 있다.
好睡(호수) : 늦잠 자는 것을 좋아하다. 홍매가 매화 중에서 가장 늦데 피는 것을 비유함.
慵(용) : 게으르다.
冰臉(빙검) : 冰容(빙용). 얼음 같은 하얀 얼굴. 백매는 꽃잎이 하얗기 때문에 얼음처럼 차게 느껴진다는 뜻.
閑雅(한아) : 고상하다. 우아하다.
孤瘦(고수) : 외롭고 가냘프다.
暈(훈) : 무리(불그스름한 빛의 둥근 테)
沁(심) : 스며들다.
詩老(시로) : 노시인. 시인 석연년(石延年)을 말한다. 소식은 이 시의 자주(自註)에 석연년 詩 홍매에 "복숭아꽃으로 보자니 푸른 잎이 없고 살구꽃과 다르나니 푸른 가지가 있다네 (石曼卿 紅梅 詩雲 "認桃無綠葉,辨杏有青枝"라고 기록해 놓았다. 이는 석연년의 시가 홍매가 복숭아꽃이나 살구꽃과 비슷하지만 외형상 푸른 잎과 푸른 가지가 있고 없음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을 뿐 홍매의 내면에 존재하는 고매한 품격은 그려내지 못했음을 비판한 것이다.
※ 石延年(석연년) : 송(宋) 진종(眞宗) 때의 문신·문인(994~1041). 자는 만경(曼卿). 기상과 절개에 심취하여 세상사에 등한하였으며, 문필이 강건하고 시에 능하여 소순흠(蘇舜欽)ㆍ매요신(梅堯臣) 등과 함께 이름을 떨쳤다.
원풍(元豊) 5년(1082) 황주(黃州)에 유배되어 있을 때 석연년(石延年)의 시 홍매(紅梅)를 읽은 뒤에 감흥이 일어 매화 중 봄에 가장 늦게 피는 홍매를 찬하는 홍매(紅梅)시 3수를 지었다. 제1수의 주(註)에 석연년의 시에 ‘복숭아꽃으로 보자니 푸른 잎이 없고 살구꽃과 다르나니 푸른 가지가 있다네 (石曼卿 紅梅 詩雲 "認桃無綠葉,辨杏有青枝)를 적어 놓았는데 이는 매화의 품격이 눈 서리 속에 피는 꿋꿋함에 있는 것을 외면한 채 잎과 가지의 푸른 빛깔만 본다면서 시인과 시의 격을 낮게 보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또한 ‘홍매’ 제1수를 개작하여 취조명(取調名)인 정풍파 곡에 맞춰 ·홍매紅梅)를 사(詞)로 바꾸었다. 定風波란 곡조의 이름으로 시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으며 많은 시인들이 定風波란 제목의 詩나 詞를 남겼다 아래 두보가 지은 紅梅 詩 3首중 나머지 2首와 定風波라는 제목으로 지어진 詩들을 따로 올립니다.
소식(蘇軾) : 1037~1101. 호는 동파(東坡). 아버지 순(洵), 아우 철(轍)과 함께 '3소(三蘇)'라고 불리우며, 모두 당·송 8대가에 속했다. 소식은 시, 사, 문, 음악, 서법 등에 깊은 조예가 있었고, 정치에도 높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데 21세 때 진사가 되어 벼슬길에 들어섰으나, 북송 때의 격렬한 변법운동(變法運動) 및 신구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적으로는 불운을 겪었다.『소식시집(蘇軾詩集)』에 모두 2,712수가 실려있다.
紅梅 二首
雪裏開花卻是遲(설리개화각시지) 눈 속에 꽃 피워도 오히려 늦을 바엔
何如獨占上春時(하여독점상춘시) 혼자서 음력 정월을 차지함이 어떠한가?
也知造物含深意(야지조물함심의) 알겠도다, 조물주가 깊은 생각이 있어
故與施朱發妙姿(고여시주발묘자) 일부러 연지 발라 멋진 자태를 나타냈으리.
細雨裛殘千顆淚(세우읍잔천과루) 가랑비에 젖어 천 방울의 눈물이 맺혀 있고,
輕寒瘦損一分肌(경한수손일분기) 약한 추위에 피부가 조금 여위었네
不應便雜夭桃杏(불응편잡요도행) 요염한 복사꽃 살구꽃과는 섞이려 하지 않더니
半點微酸已著枝(반점미산이착지) 어느새 가지 위에 매실 열매 여럿 맺혀있네.
註.
上春(상춘) : 음력 정월의 다른 이름.
也知(야지) : 알고 있다. 也(야)는 ~도다.
施朱(시주) : 연지를 바르다. 화장하다.
裛殘(읍잔) : 향내가 스며있다. 빗물이 꽃잎에 맺혀 있다는 뜻.
瘦損(수손) : 여위다. 앙상하다.
半點(반점) : 약간의. 지극히 적은.
微酸(미산) : 약간 신 것. 매실을 말한다.
著枝(착지) : 나뭇가지에 열리다.
紅梅 三首
幽人自恨探春遲(유인자한탐춘지) 은자는 봄을 늦게 찾아 나선 것을 한탄해도
不見檀心未吐時(불견단심미토시) 붉은 꽃망울 터지는 모습 보지 못했네.
丹鼎奪胎那是寶(단정탈태나시보) 연단 솥에서 탈태했으니 당연히 보물이리니
玉人頩頰更多姿(옥인병협경다자) 미인의 붉은 빛 얼굴이 더욱 다채롭다네.
抱叢暗蕊初含子(포총암예초함자) 꽃잎에 싸인 암술이 열매를 머금기 시작하고
落盞穠香已透肌(낙잔농향이투기) 꽃받침에 떨어진 진한 향이 이미 몸에 흠뻑 배어있네.
乞與徐熙新畫樣(걸여서희신화양) 화가 서희(徐熙)에게 주어서 새로운 모습 그리게 하니
竹間璀璨出斜枝(죽간최찬출사지) 대나무 사이로 환한 꽃이 곁가지에 피었네.
註.
幽人(유인) : 은자(隱者).
檀心(단심) : 옅은 홍색의 꽃술.
丹鼎(단정) : 도사가 불로장생의 단약을 만들 때 쓰는 솥.
奪胎(탈태) : 換骨奪胎(환골탈태)의 준말. 용모가 환하고 아름다워 딴 사람처럼 됨.
那是(나시) : 당연히. 물론.
玉人(옥인) : 미인.
頩頰(병협) : 홍조를 띈 얼굴
暗蕊(암예) : 암술
多姿(다자) : 다채롭다. 화려하다
徐熙(서희) : 중국 오대(五代:907∼959) 때의 화가. 강남(江南)의 종릉(鍾陵:지금의 江蘇省 南京) 출신. 그의 집안은 대대로 남당(南唐)에 벼슬하던 강남의 명족이었다. 특히 화조(花鳥)와 화죽임목(花竹林木), 그 밖에 초충도(草蟲圖) 등을 잘 그렸다.
璀璨(최찬) : 반짝반짝 빛나는 모양.
*東坡全集(동파전집)紅梅三首(홍매3수 : 1수~3수) - 蘇軾(소식)swings81참조
定風波(정풍파) 蘇軾(소식)
莫聽穿林打葉聲(막청천림타엽성) 숲을 뚫고 잎사귀 때리는 빗소리 듣지 마라.
何妨吟嘯且徐行(하방음소차서행) 시 읊조리며 천천히 걸은들 무엇이 방해하랴.
竹杖芒鞋輕勝馬(죽장망혜경승마) 대지팡이와 짚신이 좋은 말 탄것보다 좋은데.
誰怕, 一蓑煙雨任平生(수파, 일사연우임평생) 무얼 두려워하랴. 안개비 속 도롱이 하나로 평생을 맡기리라.
料峭春寒載酒醒(요초춘한재주성) 으슬으슬 초봄 추위에 비로소 술이 깨는구나.
微冷, 山頭斜照卻相迎(미랭, 산두사조각상영) 조금 쌀쌀한데, 산마루에 석양이 문득 맞아주는구나.
回首向來蕭瑟處(회수향래소슬처) 머리 돌려 방금 지나온 비바람 치던 곳 바라보니
歸去, 也無風雨也無晴(귀거, 야무풍우야무청) 사라졌구나, 비바람만 있지 않고 갠 날만 있지도 않다네.
註.
竹杖芒鞋(죽장망혜) : 대나무 지팡이와 짚신, 먼 길을 떠날 때의 간편(簡便)한 차림을 이르는 말.
怕(파) : 두려워하다
料峭(요초) : 이른 봄의 약간 추운 추위.
載(재) : 비로소
斜照(사조) : 비끼는 빛. 석양.
向來(향래) : 방금, 저번 때
蕭瑟(소슬) : 바람이 불고 비가 후두둑 때리는 소리. 쏴쏴, 휘휘.
也(야) : 발어사
원래의 제목은 三月七日 沙湖道中遇雨 雨具先去 同行皆狼狽 余獨不覺 已而遂晴 故作此詞(삼월칠일 사호도중우우 우구선거 동행개낭패 여독불각 이이수청 고작차사)이다.
3월 7일 사호로 가는 도중에 비를 만났는데 우비를 가진 사람이 앞서 간 지라 함께 간 사람들이 모두 낭패감을 느꼈으나 나만 유독 느끼지 못했다. 얼마 안 있어서 마침내 날이 개었기에 이 詞를 짓는다이다.
봄놀이를 나선 일행이 도중에 갑자기 비를 만났는데 우산과 우비 등을 가진 하인들이 먼저 길을 떠나버린 뒤라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가운데 소식 혼자서만 태연자약 비를 맞으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조금 있다 비간 그친 뒤에야 얼마 안 있어서 마침내 날이 개었음을 사에 담고있다.
크고 작은 인생의 소용돌이가 그에게 준 교훈은 이정도 이슬비 쯤 아무것도 아니고, 그래도 도롱이를 걸쳤고 죽장망혜가 번거롭지 않고 오히려 좋지 않느냐는 긍정적인 사고일 듯 하다. 하지만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저런 상황이나 난관을 마주쳤을 때 저런 느긋한 마음 가질 수 있었는지 자문해본다. 옛 성현들의 시를 읽고 음미하며 나날이 성숙해지고 깨우친다면 우리삶, 우리인생은 좀 더 여유롭고 풍부해지리라 믿어본다. 마지막 구절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비바람도 없고 맑은 날도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그냥 딱 그때 날씨가 그랬을 뿐일 수도 있지만 아주 영화로울 때도 아닌 아주 최악의 상태도 아닌 지금의 평시의 상태가 오히려 좋다는 비유가 아닐까?
萬里黔中一漏天(만리검중일누천) 만리나 되는 黔中길, 하루 종일 비 내리니,
室居終日似乘船(실거종일사승선) 방안에 머물러도 내내 배를 탄 듯하다.
及至重陽天也霽(급지중양천야제) 重陽節이 되어서야 날씨 또한 맑아지니,
催醉, 鬼門關外蜀江前(최취,귀문관독촉전) 鬼門關 밖 蜀江 가에 앉아, 술을 재촉하네.
莫笑老翁猶氣岸(막소노옹유기안) 나이든 늙은이 기개만 있다 웃지 마오.
君看(군간) 그대 보지 못했소?
幾人黃菊上華顚(기인황국상화전) 노란 국화 위에서 흰 머리칼 휘날린 이 몇이며,
戱馬臺南追兩謝(희마대남추양사) 戱馬臺 앞에서 謝靈運 謝瞻 쫓던 사람 몇이나 되었는지.
馳射, 風流猶拍古人肩(치사, 풍류유박고인견)말 몰아 활을 쏘니, 풍류만은 오히려 옛 고인과 비기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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