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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생활/한문서예

酬張少府(수장소부) 장소부에게 답하다

by 까마귀마을 2023. 12. 17.

 

 
 
酬張少府(수장소부) 장소부에게 답하다

 
晩年惟好靜 (만년유호정) 나이드니 그저 고요한 것이 좋고
萬事不關心 (만사불관심) 세상일에 관계하고 싶지 않다네.
自顧無長策 (자고무장책) 생각하면 나라 위할 계책 없으니
空知返舊林 (공지반구림) 그냥 옛날 살던 숲(고향)으로 가고싶네.
松風吹解帶 (송풍취해대) 솔바람은 풀어 놓은 옷깃 스치고
山月照彈琴 (산월조탄금) 산달은 거문고 타는 내 모습 비추지.
君問窮通理 (군문궁통리) 그대가 궁통의 이치 묻는다면
漁歌入浦深 (어가입포심) 초사에 어부의 노래 들려 주려하네.
                   ------王維-----

註.

酬(수) :보내준 것에 대한 보답
少府(소부) : 벼슬 이름. 주로 도적 잡는 일을 맡는다.

長策(장책) : 좋은 계책이나 책략.
空知(공지) : 모른척 (空知 뜻을 검색하여도 검색되지 않았지만 일본 노래에 이 단어가 들어있고  모른척이라 해석되어 있어 그대로 옮깁니다)
彈(탄) : 켜다.
君(군) :그대. 친구, 君問 : 그대가 묻다.
窮通(궁통) : 궁은 통하지 못해 곤궁하다는 뜻이고 통은 순조롭게 잘 풀려서 높은 벼슬에 오른다는 뜻이다.
浦(포) : 물가 또는 포구를 의미한다.

세상사 무심한 채, 
내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
소나무 사이에서 미풍이 불어오니 옷과 허리띠를 편안히 풀어놓고, 
산 달빛 비추면 거문고 타는 자연 회귀의 삶,
그대가 나에게 저 인생의 곤궁(困窮)과 통달(通達)의 이치를 물어보지만,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어 살아가라는 어부의 노래 밖에 들려줄 말이 없다네.
시인은 만년에 들어서야 겨우 고요함’을 찾았다.
곤궁과 영달의 이치에 노심초사했던 영혼은 돌아온 옛 숲의 솔바람과 달빛에게서 너끈하게 위로 받는다.
젊은 시절 관리 생활에 어지간히 시달렸고, 어떻게 해야 곤궁한 처지를 벗고 영달(榮達)의 길을 가는지를 꽤 고심도 했으리라.  더이상 현실의 간난(艱難)을 헤쳐나갈 계책이 없다고 판단한 순간 시인은 고향행을 선택한다. 그가 산림에 은거하려 한 데에는 불교사상의 영향도 있지만 그가 정치적으로 실의(失意)한 것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친구 역시 같은 고민에서 헤매고 있었던 듯 시인에게 곤궁과 영달의 이치를 물었다.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숙이 사라지고 있잖소"라는 시인의 대답이 일견 엉뚱해 보이지만, 억지부리지 말고 순리(順理)에 삶을 맡기라는 충고인 것 쯤은 친구도 알아챘을 것이다.
어부의 노래라면 초나라 대부 굴원(屈原)이 조정에서 쫓겨난 후 강호를 떠돌던중 동정호(洞庭湖)에서 만났던 어부와의 대화를 시로 지은 漁父辭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어부가 축출된 이유를 묻자 굴원이 말하기를 이후 세간에 너무도 잘 알려진 명구(名句)인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거세개탁 아독청  중인개취  아독성 )"    
"세상이 다 혼탁해도 나만은 깨끗하고, 뭇사람들이 다 취해도 나만은 깨어 있었기 때문"이라 해명한다.
이때 어부가 배 떠나며 노래를 부른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창랑(滄浪)의 물이 맑거든 갓끈을 씻으면 되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발을 씻으면 되지"
세상이 맑든 흐리든 상황에 적응해가며 처신할 일이지 까탈 스럽게 굴지 말라는 훈계였다.
 
이 詩는 수답시(酬答詩)로 왕유의 만년작(晩年作)으로 종남산(終南山)에 은거한 후 쓴 작품이다. 장소부(張少府)는 생평(生平)이 자세하지 않은데, 왕유에게 출사(出仕)를 권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시는 그에 대한 대답이다
이 시의 내용으로 볼때 자신을 후원해주던 장구령(張九齡)이 재상으로 있을 때는 왕유 역시 정치적인 포부가 있었고 현실에 대해서도 희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나중에 장구령이 쫓겨나고 간신 이임보(李林甫)가 재상이 되어 권력을 독점하자 정직한 관리들은 잇따라 공격당하거나 조정에서 쫓겨난다. 바로 이렇게 어두운 정치 현실에서 왕유의 이상 역시 깨져 버렸다.
명리를 쫒아 다투는 사람들은 늘 자신이 명예와 이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관리라면 늘 승진하고 부유해지길 바라는데 관(官)과 재(財)는 어쩌면 모두 운명 속에 이미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이치를 모르니 곧 다투고 싸우거나 심지어 지름길이나 요령을 찾게 된다. 궁통(窮通)의 이치란 바로 높아지고 부자가 되는 즉 세상의 부와 명예에 이르는 도리를 말한다.
왕유는 다년간 수련해온 불가(佛家)의 거사(居士)로 인과응보와 길흉화복 및 장수하고 요절하는 도리에 대해 이미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지금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승진하고 부자가 되는 도리를 물으니 그가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층차(層次)의 차이가 너무 커서 설사 말을 한다 해도 소용이 없으니 다만 어부가를 부르면서 빨리 배를 몰아 깊은 물로 들어갈 뿐이다! (옮겨온 글 : 이준식 교수의 漢詩 한 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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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유(王維 700~761)는 자가 마힐(摩詰)이며 성당(盛唐)시기 위대한 시인・화가이자 음악가다. 그의 시는 표현이 정미하고 생생하며 참신하면서도 세속을 벗어나 독보적인 일가를 이뤘다. 그는 이흔(李欣),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과 함께 ‘왕리고잠(王李高岑)’이라 불리는 변새시(邊塞詩)의 대표인물이다. 또한 맹호연과 함께 ‘왕맹(王孟)’으로 불리는 전원시의 대표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선시(禪詩)에 있어서는 고금에 독보적이다. 소동파는 그를 가리켜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畫中有詩)”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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