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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除夜吟(제야음)

by 까마귀마을 2023. 12. 12.
除夜吟(제야음) 제야에 시를 읊다


旅館寒燈獨不眠(여관한등독불면) : 여관 차가운 등불 아래 홀로 잠 못 이루고
客心何事轉凄然(객심하사전처연) : 어인일로 나그네 속마음은 이리도 처절한가
故鄕今夜思千里(고향금야사천리) : 고향서도 오늘밤 먼 곳의 나를 생각하리니
霜鬢明朝又一年(상빈명조우일년) : 밤새면 서리맞은 백발의 늙은 몸에 또 한 살 더하리.
                              ----- 高適 (고적) ---- 

 

註.

客心 : 나그네마음

轉 : 더욱 더

凄然 : 쓸쓸함 (轉凄然 : 더욱 쓸쓸하다)

思千里 : 천리 먼곳의 사람을 생각하다.

霜鬢 : 서리맞은 귀밑머리

明朝 : 내일아침.

 

계묘년이 저문다.

많은 감회가 뒤엉키는 섣달 그믐밤, 세월이 가는 것을 한탄하며 지은 詩야 무수히 많겠지만  가장  알려진 것이 성당(盛唐) 시인 高適(고적)  除夜吟(제야음)이 단연 으뜸이라 올려봅니다.

섣달 그믐날 밤. 홀로(獨) 등불(寒燈)을 켜 놓은 채 수심으로 잠못이루는(不眠) 객지의 늙은 노인.

객사 깜박이는 등불마저 차갑게 느껴져 외로이 잠 못 이루는 이 밤, 나그네 마음은 어이하여 이다지고 서글퍼지는가.

오늘은 섣달 그믐, 지금쯤 내 고향 집에서는 단란하게 웃음꽃이 피었겠지만 천만리 머나먼 타향에서 그리움만 마냥 더해가고 서릿발 같은 백발이 내일 아침이면 또 일년의 나이를 더해 줄뿐이로구나.  객관에서 그것도 늙은 노인으로 혼자 쓸쓸히   제야를 맞는 심정을 헤아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에 공감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을 것이고,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의미가 없어진 요즘의 세태라지만 한해가 저무는 이때쯤이면 고향이나 가족과 떨어저  가족생각으로 시인처림 처연함에 잠못 이루며 지내는 사람들이 많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이 시는 집 떠난 나그네의 향수를 읊은 영원한 늙은 나그네의 노래이다.

섣달 그믐밤, 묵은해를 보내고 희망의 새해를 맞는 한해의 마지막 밤이지만 늙은 노인네가 보내는 섣달 그믐밤은 새해를 맞는 희망이나 기쁨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에 대한 한탄과 아쉬움만 더 하는것이 제야에 느끼는 감회이다. 남아있는 시간이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초조함과  특히 몸이 아프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경우 맞는 제야의 의미는 하루 하루 젊어서 보낸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으로 만감이 교차 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자신의 귀밑 머리가 서리처럼 희게 되었다(霜鬢)고 시에서 읊고있다. 이는 늙음이고 곧 죽음도 가까이 왔다는 서글픔의 독백이다. 생자필멸이니 죽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늙은 노인에게 한해가 저뭄은 남아있는 시간도, 삶의 나날도 그 만큼 줄어 듬이니 곧 팔십이 되는 나 같은 늙은이라면 그 절박감에서 어찌 초연 할수 있겠는가?....

 

이시의 제목이 除夜作(제야작)으로 되어있는 본도 있으며  많이 알려진 詩라 많은 사람들이 次韻(차운 : 남이 지은 시에서 운자를 따서 시를 지음) 하여 짓기도 하고, 아예 借 除夜作이라고 시상을 빌려온 것을 밝히고 지은 사람도 많이 있다 한다. 아래시는 병자호란 때 3학사의 한분이셨던 尹集 선생의 차운시 除夜이다.

 

除夜(제야)

半璧殘燈照不眠(반벽잔등조불면) 벽에 걸린 흐린 등불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夜深虛館思悽然(야심허관사처연) 밤은 깊어 조용한 여관에서 처연한 생각뿐이네

萱堂定省今安否(훤당정성금안부) 어머님 편안하신지 안부가 궁금하여라

鶴髮明朝又一年(학발명조우일년) 흰머리가 내일 아침이면 또 한해 더 세겠네.


 

고적(高適) 702~765, 자는 달부(達夫), 허베이성(河北省) 출생이다. 

중국 성당 시인으로 호탕한 성격이어서 어렸을 때는 무절제한 방랑생활을 하며 이백(李白)·두보(杜甫) 등과 사귀었다고 하고, 과거에 급제한 후로는 순조로운 관리 생활을 하여 만년에는 발해후(渤海侯)에 봉해졌고, 5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를 배우기 시작했으나 곧 일류 시인의 자리를 확보하였다고 한다 관리 생활중 회남절도사, 서천절도사를 지내는등 국경 지대에서 오래동안 근무한 경험으로 변방의 풍경과 풍속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시를 많이 썼다, 특히 변경 에서의 외로움과 전쟁, 이별의 비참함을 읊은 변새시(邊塞詩)가 뛰어나다. 고적의 변새시는 동시대 잠삼과 다른 풍격을 보인다. 잠삼의 시는 화려하고 섬세한 정경 묘사와 독특한 표현으로 호탕하고 격정적이다. 반면, 고적의 시는 담담한 묘사와 침중하고 온화한 표현으로 비통한 정서를 담고 있다. 고적은 잠삼, 왕창령과 더불어 당대 변새시의 또 다른 최고 수준을 보여 주는 시인이다. 유작 으로 고상시집 (高尙詩集)이 있다.  그의 작품중 邊塞詩 (변새시) 몇수를 검색하여 올립니다.

 

塞上聞吹笛(새상문취적) 변방에서 피리소리를 들으며

雪淨胡天牧馬還(설정호천목마환) 눈 내린 오랑캐 땅에 말을 먹이고 돌아오니

月明羌笛戍樓聞(월명강적수루문) 달은 밝고 수루에 피리소리 들리네.

借問梅花何處落(차문매화하처락) 묻노니, 매화는 어디로 떨어졌는가?

風吹一夜滿關山(풍취일야만관산) 하룻밤 휘몰아친 바람에 온 산을 덮었다오.

 

別董大(별동대) 동대와 이별하다.

千里黃雲白日曛(천리황운백일훈) 천리 먼 길 누런 구름이 해를 가리고,

北風吹雁雪紛紛(북풍취안설분분) 북풍으로 기러기를 불어내며 눈도 펑펑 날리도다.

莫愁前路無知己(막수전로무지기) 걱정 말개 나 가는 길에 알아주는 이 없다고,

天下誰人不識君(천하수인불식군) 천하에 그 누가 그대를 모를 손가.

*董大 : 시인의 친구 . 曛 : 석양빛 훈.  莫愁 : 걱정하지마라

 

營州歌(영주가) 영주에서 부르는 노래

營州少年厭原野(영주소년염원야) 영주 소년들은 거친 들판에 익숙하여

狐裘蒙茸獵城下(호구몽용렵성하) 더부룩한 갓옷입고  성 아래서 사냥한다

盧酒千鍾不醉人(노주천종불취인) 오랑캐 술 천 잔 마셔도 취하는 이 없고

胡兒十歲能騎馬(호아십세능기마) 오랑캐 아이들 열 살이면 말도 잘 탄다

 *營州 : 고구려와 접경지역,   蒙茸  : 털이 더부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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