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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秋風詞(추풍사)

by 까마귀마을 2023. 10. 22.

秋風詞(추풍사) 가을바람의 노래
 
秋風淸 (추풍청) 가을바람 소슬하고
秋月明 (추월명) 달빛 밝은데
落葉聚還散 (낙엽취환산) 낙엽들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고
寒鴉棲復驚 (한아서부경) 둥지 깃든 까마귀 놀라서 깨네.
相思相見知何日 (상사상견지하일) 서로 사랑해서 서로 만났는데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此時此夜難爲情 (차시차야난위정) 이 밤도 그리운 정에 견디기 어려워라.
入我相思門 (입아상사문) 그리움의 문 안으로 들어온 뒤에
知我相思苦 (지아상사고) 그리움이 괴로운 걸 알게 되었네
長相思兮長相憶 (장상사혜장상억) 기나긴 그리움은 영원한 추억이 되었고,
短相思兮無窮極 (단상사혜무궁극) 비록 짧았던 사랑이나 그 끝은 다함이 없으리라.
早知如此絆人心 (조지여차반인심) 이렇게 마음이 얽매일 줄 알았다면
還如當初不相識 (환여당초불상식) 처음부터 차라리 만나지나 말 것을
                           ------李白(이백)------
 
註.
聚(취) : 모일 취.
寒鴉(한아) : 까마귀.
絆(반) : 줄 반.

 가을 바람은 맑고,
가을 달은 밝다.
낙엽은 모였다 흩어지니.
그 소리에 놀라 둥지에 깃든 까마귀는 잠에서 깨어난다.
서로 그리워 하며 서로 만난날 언제인가.
이 밤 그리운 정을 어찌하리,
그리움을 알고나니 그리움이 괴로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
그리움이 길어지면 추억도 길어지고 그리움은 짧아도 그 끝이 없네.
일찌기 이렇게 마음이 얽메일줄 알았다면 차라리 만나지 말것을...
 
이 시는 서로 사랑하여 서로 만났던 시절을 떠올리며 언제 다시 만날수 있을까?   기약할수 없는 만남을 가을밤 밝은 달을 보고 쓸쓸해 하는 모습이 잘 표현된 시이다. 특히 마지막 구절 還如當初不相識 ( 환여당초불상식 ) "차라리 만나지 말것을"은 요즘 우리 대중가요에도 자주 인용되는 상투적인 문구이다.천년전이나 지금이나 사랑의 감정표현은 변함이 없는것 같다. 당시 지어진 詩들이 우아하고 고상한 시가 대부분 인데 반하여 이백의 추풍사는 이백의 다른 詩들과 달리 그리움을 주제로 한  민요풍의 독백의 구어체로 되어있다.
가을비가 추적 추적 내릴때 따뜻한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들을수 있는 감미롭고 부드러운 발라드 풍의 노래처럼...
 
위의 詩는 李太白集 25권에 실려 있다, 달 밝은 가을밤에 임을 그리는 마음이 요즘 우리 대중가요처럼 잘 표현되어 있다. 이 詩는 당시 유행한 唐詩의 형식이 아닌 三言, 五言, 七言 시체(詩體)의 형식으로 차례차례 내려가며 二句가 對偶(대우)를 이루고 있다. 옛날에는 이러한 체가 없었는데, 이백에 의해 처음 지어진 것으로 제목을 살펴보면 가을에 지은 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문장의 형식은 시(詩)가 아니라 宋대에 유행한 사(詞)에 가깝다.는 중국 고전 운문의 일종으로 행마다 글자 수가 통일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형식으로 지어진 시가 있다.
金世濂(김세렴) (선조 26 --인조 24)의東溟集(동명집)2권에 三,五,七言으로 지은 다음과 같은 시가 실려 있다.

桃花紅(도화홍)
李花白(이화백)
天空雲海遠(천공운해원)
日落層峰隔(일락층봉격)
且將樽酒醉春風(차장준주취춘풍)
莫爲獨醒江潭客(막위독성강담객)
 
복숭아 꽃 붉고
오얏 꽃은 흰데.

하늘 높으니 구름이 멀리 떠가고
해 지니 층층의 봉우리 저 멀리 보이네.
우선 한 잔 술로 봄바람에 취하고
홀로 깨어 있는 강담의 나그네 되지 마오
이외에 林悌(임제)의 林白湖集(임백호집) 1권, 申欽(신흠)의象村稿(상촌고)20권, 朴世堂(박세당)의 西溪集(서계집) 3권, 趙泰采(조태채)의 二憂堂集(이우당집)2권 등에도 삼,오,칠언의 형식을 따라 지은 시가 실려 있다.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서늘한 바람과 맑고 카랑카랑한 햇살이 가슴 깊은 곳에 있는 슬픔의 현을 건드린다. 야비하고 치졸한 언사로 더러워진 귀를 풀벌레 소리로 씻고, 신물 나는 작태로 오염된 눈을 투명한 달빛으로 씻어야 할 때이다. 텅 빈 가슴을 가을의 서정으로 채워야 하는 시간이다. 가을은 모든 욕망이 불타고 난 뒤, 겸허한 심정으로 절대자에게 무릎 꿇고 무언가를 간구해야 하는 시간이다.

 

가을편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 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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