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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秋浦歌(추포가)

by 까마귀마을 2023. 7. 27.

                  秋浦歌(추포가) 추포에서 노래하다
白髮三千丈 (백발삼천장) 백발은 길이가 삼천 발

緣愁似箇長 (연수사개장) 근심 때문에 이렇게 자랐구나
不知明鏡裡 (부지명경이) 맑은 거울 속 저 노인은 누구시길래
何處得秋霜 (하처득수상) 어디에서 가을 서리를 얻어 왔을까

                          --- 李白(이백)---
註.
秋浦(추포) : 지명으로 안휘성 귀지현에 있음.이백이 만년에 방랑하던 곳의 하나.
丈(장) ; 길이의 단위, 열 자, 사람 키만 한 길이 (1장=10척=3m 3,000장은 9km가 된다.)
緣(연) ; 인연, 연분, 원뜻은 직물의 가장자리
箇(개) ; 낱낱의 물건을 세는 단위(個),여기서는 머리카락 한 올.
 
위의 詩는 이백이 천보 13년(754년 무렵) 추포를 유랑할 때 쓴 추포가 17수중 15번째 首이다.
백발삼천장으로 시작되는 15번 째의 시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추포가 17首가 이백이 지은 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이백의 시 치고 명품 아닌 것이 없지만, 그래도 추포가가 빠지지 않는다. 추포가는 이백이 만년에 영왕린의 반란에 가담한 죄로 죽을 뻔했다가, 측근의 도움으로 감형되어 유배 되었다가, 다시 사면되어 이백의 친척인 이양빈이 고을의 현령으로 있던 추포에 돌아와 지은 시이다. 
이백은  평생에 결혼을 네 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방불기한 그의 성격상 그는 애초부터 여자들이 좋아할 '가정남'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천하절경의 추포에서  그 아름다운 경치를  쓸쓸한 심경으로 노래하고 있다. 아마도 가족에 대한 회한도 있었으리라. 물론 여기에서도 백발이 삼천장 이라는  중국 문학의 과장적 표현이 이백 특유의 과장법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이백의 詩 五老峰의 "靑天一張紙 寫我腹中詩" (청천일장지 사아복중시) "푸른 하늘 한 장의 종이에 나의 뱃속의 시를 써보련다 "하던 호기와는 다르게 흰머리가 삼천장이라는 노년의 서글픔은 그의 말년이 슬쓸하고 처량 하였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추포가 17首에는 지명이 특별히 많이 나온다.. 平天이 나오는 데 '평평한 하늘'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이게 호수 이름이다.
 
이 시를 읽다보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고 때론 서글프고 서럽기도 하다.
거울에 비친 서리 맞은 백발에 깊게 패인 주름. 처량하고 노쇠한 몰골에 쉽게 보낸 젊음에 대한 회한에 가슴이 아려온다.

한번 마시면 삼백잔이라는 천하의 이백도 말년 앙상한 몰골에 어지럽게 자란 백발이 서럽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노쇠한 모습이 처량해 안타까와 하지만 그러나 어쩌랴! 아무도 피할수 없는 우리 인생의 여정이고 늙음의 비애 인것을..... 이백은 이 시를 지은 후 몇 해가 지난 62세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아래 추포가 17수 전문을 올립니다)
 
 
秋浦歌 (추포가) 17首

1

秋浦長似秋 추포는 언제나 가을 같아

蕭條使人愁 쓸쓸함에 사람들 서글퍼진다

客愁不可度 객수를 이기지 못해

行上東大樓 동쪽 큰 누각에 올라본다

正西望長安 정면 서쪽으로는 장안이 보이고

下見江水流 아래엔 강물이 말없이 흐른다.

寄言向江水 강물에게 말하노니

汝意憶儂不 네 마음속에 나를 기억하는지

遙傳一掬淚 한 손 가득 내 눈물을 멀리 전하니

爲我達揚州 날 위해 양주로 보내주렴.

 

2

秋浦猿夜愁 추포에 원숭이 밤새 슬피 울어

黃山堪白頭 [그 소리 듣는] 황산도 백발이 되리라

清溪非隴水 청계는 농산의 물이 아니어도

翻作斷腸流 창자를 끊는 듯 흘러간다.

欲去不得去 떠난다 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니

薄游成久游 잠시 있자던 것이 오래 있게 되었네.

何年是歸日 그 어느 해가 돌아갈 날인가

雨淚下孤舟 조각배 앞에서 눈물이 비같이 쏟아진다.

 

3

秋浦錦駝鳥 추포의 비단 타조

人間天上稀 인간세상이나 하늘에도 드물도다.

山雞羞淥水 물가의 산계도 부끄러워

不敢照毛衣 제 날개 한번 못 비춰보네.

 

4

兩鬢入秋浦 추포에 온 이래 내 귀밑머리

一朝颯已衰 하루아침에 갑자기 시들었다.

猿聲催白髮 원숭이 울음소리 백발을 재촉하니

長短盡成絲 긴 것도 짧은 것도 실처럼 되어버렸네.

 

5

秋浦多白猿 추포에는 원숭이도 많아

超騰若飛雪 날리는 눈처럼 날뛰는구나.

牽引條上兒 나무 위의 새끼를 끌어당겨서

飲弄水中月 물속의 달과 술 마시며 논다.

 

6

愁作秋浦客 시름 안은 추포의 나그네

強看秋浦花 애써 꽃구경을 하는데

山川如剡縣 산천은 섬현의 것과 같고

風日似長沙 바람과 해는 장사의 것과 같다.

 

7

醉上山公馬 술 취해 모자 거꾸로 쓰고 말 달리던 진나라 관리 山簡처럼 말에 오르고

寒歌甯戚牛 날이 추워지면 영척이 부른 "반우가”를 노래한다.

空吟白石爛 헛되이 “백석란‘을 소리내어 불러볼 뿐

淚滿黑貂裘 눈물만 나의 검은 돈피가죽옷에 가득 떨어지는구나.

 

8

秋浦千重嶺 추포의 천만 봉우리

水車嶺最奇 수거령이 가장 절묘하다

天傾欲墮石 하늘은 기울어 돌이 떨어질 듯한데

水拂寄生枝 강물은 기생목들의 가지를 스치듯 흘러 간다

 

9

江祖一片石 강조산은 한조각 돌

青天掃畫屏 푸른 하늘이 쓸듯이 그린 꽃병풍이다

題詩留萬古 병풍에 시를 지어서 만고에 남기려네.

綠字錦苔生 푸른 글자에 비단 이끼 돋아나겠지.

 

10

千千石楠樹 천천의 석남수요

萬萬女貞林 만만의 여정목이라.

山山白鷺滿 산산에는 백로가 가득 날고

澗澗白猿吟 물물마다 흰 원숭이 우는구나

君莫向秋浦 그대는 추포로 오지 말아요

猿聲碎客心 원숭이 소리가 나그네 심장 부수오.

 

11

邏人橫鳥道 나인에는 새나 날아 지날 수 있는 높은 길 비껴있고

江祖出魚梁 강조로부터 어량[지명]으로 나간다.

水急客舟疾 물살이 급하여 나그네 배는 빠르고

山花拂面香 산 꽃들이 얼굴에 향기를 스친다.

 

12

水如一匹練 물은 한 필의 비단

此地即平天 이 땅은 곧 平天 [호수 이름]

耐可乘明月 차라리 밝은 달 타고

看花上酒船 꽃구경하며 술 실은 배에 올랐으면

 

13

淥水淨素月 푸른 물에 깨끗하고 흰 달

月明白鷺飛 달빛은 밝은데 흰 백로가 날아드네

郎聽採菱女 총각이 마름 따는 처녀의 노래를 듣는 데

一道夜歌歸 돌아가는 내내 부르는 밤의 노래.

 

14

爐火照天地 화롯불은 천지를 비추고

紅星亂紫煙 붉은 별은 [화로의] 자색 연기 속에서 어지럽다

赧郎明月夜 달 밝은 밤 [화로불에 비쳐서] 낯이 붉은 사나이

歌曲動寒川 노랫소리 차가운 냇가에 울려 퍼진다.

 

15

白髮三千丈 백발은 길이가 삼천 발

緣愁似箇長 근심 때문에 이렇게 자랐구나.

不知明鏡裏 모르겠구나, 밝은 거울 속

何處得秋霜 어느 곳에서 가을 서리를 얻어왔나.

 

 

16

秋浦田舍翁 추포의 시골 늙은이

採魚水中宿 물고기 잡고 물가에서 잠이 드네

妻子張白鷴 처자가 백한새를 잡으려고

結罝映深竹 쳐 놓은 그물이 깊은 대숲에 비치네.

 

 

17

祧波一步地 여기서 조파 땅은 한 걸음 남짓

了了語聲聞 말하는 소리 똑똑히 들려 오는구나

闇與山僧別 가만히 산승과 이별하고

低頭禮白雲 머리 숙여 흰 구름에도 인사한다.

 

 

추포가 17首는 이백이 벼슬 생활을 그만둔 후 추포에 와, 강가의 평화로운 정경과 숨길 수 없는 시름을 노래한 작품들이다.
금타조, 백한, 산닭, 백로들이 무심하게 오가고, 이따금 잔나비 소리도 들리며, 고요 속에 비껴 솟은 바위와 첩첩 산들, 강물에 비친 달과 작자의 맑은 고독 등, 더없이 말쑥한 시 속의 그림들이다.
() 시인(詩人) 황정견(黃庭堅; 1045~1105) 초서로 추포가를 쓴 후에(書自草秋浦歌後)라는 글에서 "소성(紹聖) 3(1096) 5월 을미일 새로 작은 정자를 짓고서,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며 더없이 즐거운 마음에 초서를 쓰다가, 이백의 추포가 15수를 다 써 내려갔다."라고 하였다근인 첨영은 황정견이 초서로 쓴 추포가가 15수였다면적어도 2수는 위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남송(南宋) 홍매(洪邁; 1123~1202)가 엮은 당인만수절구(唐人萬首絶句) 추포가 1, 추포가 2, 추포가 4, 추포가 10, 추포가 13 등이 빠져 있어 위작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그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육유(陸游; 1125~1209) 입촉기(入蜀記)에서는 추포가 17수라 하여, 위작의 존재 여부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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