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江仙 (임강선) 장강을 내려다보는 세속을 초월한 사람
滾滾長江東逝水((곤곤장강동서수) 긴강은 도도히 굽이처 동쪽으로 흘러가고
浪花淘 盡英雄(랑화도진영웅) 숱한 영웅들은 물보라의 물거품처럼 사라저 버렸다
是非成敗轉 頭空(시비성패전두공) 옳고 그름 성공 실패가 돌고 도니 우두머리가 헛되도다
靑山依舊在 (청산의구재) 푸른 산은 옛날에 의지하여 있으나
幾度 夕陽紅 (기도석양홍) 몇 차례 였던가 석양에 붉었던 것이
白髮漁樵江渚上 (백발어초강저상) 백발의 어부와 나뭇꾼, 강가에 올라
慣看秋月春風 (관간추월춘풍) 버릇이 되었구나 가을 달 봄 바람 보는 것이
一壺濁酒喜相逢(일호탁주희상봉) 한 병의 막걸리를 놓고 기뻐하며 서로 얼굴을 마주 하니
古今多少事(고금다소사) 옛날과 지금 많고 적은 일들을
都付笑談中(도부소담중) 모두 주고 받네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가운데
------ 楊愼(양신)-----
註.
滾(곤) : 흐르다.
滾滾(곤곤) : 물이 세차게 흐르다.
逝(서) : 가다. 돌다.
浪(랑) : 물결
浪花(랑화) : 파도위로 하얗게 일어나는 물방울을 꽃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樵(초) : 나뭇꾼
渚(저) : 물가
慣(관) : 버릇, 버릇이 되다.
都付(도부) : 모두 주다, 모두 붙히다.
큰 강은 도도히 동쪽으로 흐르는데 숱한 영웅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네
돌아보면 시비와 성패 허무하기 짝이 없네
청산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석양은 몇 번이나 물들었던가!
낚싯대 드리운 강가의 백발 노인네들은 가을 달과 봄바람을 매번 보았겠구나
서로 만나 반가워 탁주 한 병을 놓고 고금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두 웃음 속에 부셔버리네.
중국 명(明)나라의 시인 양신(楊愼)이 지은 "임강선(臨江仙)"이라는 詞(사 :노래)이다.
중국 문학을 말할때 詩는 항상 歌와 결합해 詩歌라고 불렀다. 중국의 詩歌 문학 장르를 시대적으로 구분 해보면 漢의 賦, 唐의 詩, 宋의 詞, 元의 曲이 유행하였다.
특히 唐시대에 꽃을 피운 詩는 운율이 엄격하게 맞아야 하고 정형화되어 있어서 읽기 위주이지만 宋시대에 유행한 詞는 ‘노래하듯 부르는 시를 말한다. 즉 요즘의 대중가요 처럼 자유로운 형식으로 노랫말을 지어 부르는 시 형태를 말하며 시를 읊고 노래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춤인데 사도 춤을 곁들이며 불렀다고 한다.
위에 소개하는 詞는 중국 후한(漢)말에서 진(晉)에 이르는 시기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나관중이 지은 소설 삼국연의(三國演義)의 맨 앞장에 나오는 序詩(서시 : 책의 머리말 대신으로 쓰는 시) 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다. 원래 명나라 양신(楊愼)이 임강선(臨江仙)이라는 제목으로 쓴 사(詞)인데 청나라 문인 모륜(毛綸), 모종강(毛宗崗) 부자가 나관중의 소설 삼국연의를 개작하면서 序詩로 편입한 것이다.( 나관중 : 원나라 말기, 명나라 초기의 인물로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 셀라인 삼국지 연의의 저자로 중국 4대기서인 수호전의 편저에도 관여 했다고 전해진다. 수호지, 삼국연의, 서유기, 금병매의 중국 4대기서중 나관중은 2권의 기서를 저술, 편저함으로 동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고전작가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10구로 되어 있는 이 시는 전반과 후반이 대칭으로 짜여 있다. 앞에서는 명멸해 간 영웅 군상, 시비와 성패를, 도도한 장강 물결과 순환하는 청산즉 자연에 견주어 인간사의 무상감을 드러내었고, 뒤에서는 촌로들이 고금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것으로 대서사의 막을 올리고 있다. 시 전체에 호방 하면서도 은일을 즐기는 중국 문인 특유의 시정이 녹아 흐른다. 대하소설의 머리에 놓일만한 유장한 풍격이다.
詞, 臨江仙은 楊愼이 云南으로 유배되어 군졸로 충당되었다. 그가 칼과 족쇄를 쓰고 군사에게 압송되어 湖北 江陵에 이르렀을 때 마침 어부와 나무꾼이 강변에서 고기를 삶아 술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楊愼이 갑자기 매우 감격하여 군사에게 지필묵을 갖고오게 하여 지었다 한다.
(이문열 삼국지의 臨江仙 譯)
굽이쳐 동으로 흐르는 긴 강물
그 물결에 일리듯 옛 영웅 모두 사라졌네
옳고 그름 이기고 짐 모두 헛되어라
푸른 산은 예와 다름없건만 저녁해 붉기 몇 번이던가
강가의 머리 센 고기잡이와 나무꾼 늙은이 가을달 봄바람이야 새삼스러우랴
한병 흐린 술로 기쁘게 서로 만나
예와 이제 크고 작은 일 웃으며 나누는 얘기에 모두 붙여보네.
(박종화 삼국지의 臨江仙 譯)
굼실굼실 흘러서 동으로 가는 긴 강물.
낭화 물거품이 영웅들의 시비 성패 다 씻어 가 버렸네.
머리를 들어 돌이켜보니 어허 모두 다 공이로다.
푸른 산은 예와 같이 의연히 있네. 몇 번이나 석양볕이 붉었다가 꺼졌더냐.
강가의 백발 성성한 어부와 초부는 가을달 봄바람을 언제나 바라보며,
한 병 막걸리로 기쁠싸 서로 만나, 고금의 허다한 일 소담 속에 부쳐 보네.
중국 명대(明代)의 문학가ㆍ학자. 자는 용수(用修), 호는 승암(升庵). 사천(四川) 신도(新都) 사람으로 1511년(正德 6) 진사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한림수찬(翰林修撰)을 제수받았다.
가정제(嘉靖帝: 世宗) 때 경연강관(經筵講官)이라는 직책을 맡았으나, 1524년 2번에 걸쳐 <의대례(議大禮)>라는 상소를 올렸다가 가정제의 심기를 거슬려 황제 앞에서 곤장을 맞고 거의 죽을 뻔했다. 이후 운남(雲南) 영창(永昌)으로 유배되었다.
그의 시문은 맑고 아름답다. 초기 시는 육조시대의 화려한 풍격을 지녔으나, 만년에는 소박한 풍격으로 바뀌었다. 학식이 해박하여 사학·금석학·민간문학·사곡(詞曲) 등에 조예가 깊었다. 윈난에 관한 견문과 연구는 귀중한 자료로 전한다. 주요 저서에는《단연총록(丹鉛總錄)》,《승암집(升菴集)》 등 100여 종에 달한다.
소설 '삼국연의'의 작가 나관중. [출처=예슝(葉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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