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亢龍有悔 盈不可久也(항룡유회 영불가구야)

by 까마귀마을 2023. 6. 3.

 

亢龍有悔 盈不可久也(항룡유회 영불가구야)

높이 올라간 용은 후회를 하리라 가득차면 오래 가지 못한다

 

象曰 天行健 君子以 自强不息 潛龍勿用 陽在下也 見龍在田 德施普也 終日乾乾 反復道也 或躍在淵 進无咎也 飛龍在天 大人造也 亢龍有悔 盈不可久也 用九 天德不可爲首也.

象傳에서 말하였다. 하늘의 運行이 굳세니 君子는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 潛龍勿用은 잠겨있는 용은 쓰지 말라는 것은 陽이 아래에 있는 것이오, 見龍在田은 나타난 용이 밭에 있다는 것은 德을 널리 베푸는 것이오, 終日乾乾은 道를 쉬지 않고 반복하는 것이오, 或躍在淵은 혹 뛰어 오르거나 연못에 있다는 것은 나아감이 허물이 없는 것이오, 飛龍在天은 나는 용이 하늘에 있다는 것은 大人의 조화이오, 亢龍有悔는 끝까지 올라간 용이니 뉘우침이 있다는 것은 차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이오, 用九는 하늘의 德은 가히 우두머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주역(周易) 건괘(乾卦)는 용(龍)이란 동물을 통하여 리더의 성장과 소멸을 설명하고 있다. 

첫 단계는 잠룡(潛龍)이다. 잠룡은 실력을 갈고 닦으며 물속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용이다.  기회가 왔을 때를 대비하여 부지런히 나의 능력을 축적하고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용은 아직 쓰일 때가 안 되었기 때문에 '잠룡물용(潛龍勿用)'이라고 한다.


잠룡은 때가 왔다고 생각하면 현룡(見龍)이 된다. 현룡(見龍)은 물 밖으로 나타난 용이다. 이제 모든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수면으로 나와 나의 능력을 알아줄 대인(大人)을 기다리는 형상이다. 

현룡재전(見龍在田)이라! 수면으로 떠오른 용이 밭으로 나왔다. 밭은 누구에게나 보이는 장소다. 능력만 있다면 누가 보더라도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은 빛나게 되어 있다.

드디어 현룡은 비룡(飛龍)이 된다. '비룡재천(飛龍在天)이라!' 힘차게 하늘을 솟구쳐오르는 용의 형상이다. 모든 사람은 그 성공에 갈채를 보내고, 부러워한다. 더 이상 옛날의 내가 아니다. 한껏 

내 실력이 물이 올라 세상에 내 능력을 뽐내는 시기다.

그러나 비룡은 너무나 높이 올라간 나머지 항룡(亢龍)이 된다. 

항룡은 가장 높이 올라간(亢) 용이다.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기에 자만과 교만이 넘치고, 모든 사람들의 환호에 습관이 되어 긴장감이 떨어지게 된다. 지난날의 열정은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고,  대접받는 데 익숙해져서 더 이상 에너지를 방출하려 하지 않는다. 최고로 높이 올라간 용이지만 옛날의 그 용이 아니다. 자리만 높고 힘은 소진된 무늬만 용인 것이다. 

환호하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열정이 사라진 리더를 진정한 리더로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용은 눈물을 흘리며 그때서야 후회를 한다. 이른바 '용의 눈물'이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   "높이 올라간 용(亢龍)이 후회를 하리라"

 

요약해보면 용의 성장과정은
잠룡--현룡--비룡--항룡의 단계인데
특히 비룡단계에서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돈이 많아지고 지위가 높아져 교만하다면 그것은 스스로에게 허물이 될 것이다."
"내가 성공을 이루었다면 그 성공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것이 하늘의 도(道)이다.(天之道)"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현자(賢者)의 자세이다.

항룡유회(亢龍有悔)

‘항룡유회’라는 말로 사람을 설득한 예를 다음의 전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사기(史記) 범수채택열전(范睢蔡澤列傳)에 나옴) 전국시대 말엽 연(燕)나라 출신 채택(蔡澤)이 여러 나라를 돌면서 유세를 하였으나, 어느 나라에서도 써 주지 않았다.

채택은 진(秦)나라의 수도 함양(咸陽)에 가서 범수(范睢)의 뒤를 이어 자신이 재상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이 소문을 들은 범수는 채택을 데려와 그 이유를 물었다.

채택은 공을 세우고도 비명횡사한 진나라의 상앙(商鞅)과 백기(白起), 초(楚)나라의 오기(吳起), 월(越)나라의 문종(文種) 등 네 사람의 예를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속담에 해가 중천에 오면 기울며, 달도 차면 이지러진다(日中則移, 月滿則虧.)는 말이 있습니다.

사물이 성하면 쇠하는 것은 천지의 이치이며, 진퇴와 굴신이 때와 더불어 변화하는 것은 성인의 도리입니다.(物盛則衰, 天地之常數也. 進退盈縮, 與時變化, 聖人之常道也.) ······

또한 옛글에 물을 거울로 삼는 자는 자기 얼굴을 볼 뿐이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 자는 길흉의 여부를 헤아린다(鑒於水者見面之容, 鑒於人者知吉與凶.)고 했습니다.

또 《서경(書經)》에 성공한 곳에는 오래 머물지 말라(成功之下, 不可久處.)고도 했습니다.

어째서 이 기회에 재상의 직인을 돌려주고 어진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준 다음 물러나 바위굴에 살며 냇가의 경치를 구경하려(은거하며 유유자적하게 살려)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면 반드시 백이(伯夷)와 같은 청렴한 이름을 얻고, 영원히 응후(應侯)로 불리어 자자손손이 대대로 제후로 있게 되며, 허유(許由)와 연릉(延陵) 계자(季子)의 겸양, 왕자 교(喬)와 

적송자(赤松子)의 장수를 누릴 것입니다.

화를 입어 일생을 마치는 것과 비교해 어느 쪽이 낫겠습니까. 만일 차마 떠나지 못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반드시 저들 네 사람과 같은 화가 이를 것입니다.

또 《역경(易經)》에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반드시 후회할 때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오르기만 하고 내려갈 줄 모르고, 펴기만 하고 굽힐 줄 모르며, 가기만 하고 돌아올 줄을 모르는 자를 말하는 것입니다.(易曰, 亢龍有悔. 此言上而不能下, 信而不能, 往而不能自返者也.)”

범수는 채택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채택을 진소왕(秦昭王)에게 천거하고 얼마 후 정승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이야기는 사기(史記) 범수채택열전(范睢蔡澤列傳)에 나온다.

범수는 ‘항룡유회’의 뜻을 확실히 이해했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었고, 그 결과 혼란스런 전국시대에 보기 드물게 평온한 말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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