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야 (秋夜)
蕭蕭落葉聲(소소낙엽성),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
呼童出門看(호동출문간),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정철(鄭澈)--
(주)
蕭蕭(소소) : 우수수(솨아 솨아의 바람소리를 뜻하는 의성어)
錯認(착인) : 착각하다.
疎雨(소우) : 가랑비.
掛(괘) : 걸다
가을밤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를
가랑비 내리는 줄 잘못 알고서
아이더러 밖에 나가 보라 했더니
시냇가 남쪽 나무에 달이 걸려있다 하네
* 松江集續集(송강집속집)에는 山寺夜吟(산사야음 : 산사에서 밤에 읆다)이란 제목으로 되어있다.
가을밤에 시인이 산사를 놀러와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문 밖에서 갑자기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를 나가 보라 하였더니 달이 밝다고 한다,
어쩌면 시인은 아이를 밖에 내 보내기 전에 이미 빗소리가 아니라 경험적으로 낙엽 떨어지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지만 적막한 산사에서 우수수 낙엽 떨어지는 가을의 소리에 쓸쓸하고 허전해 지는 마음을 달을 보고 달래고 싶지 않았을까? 늦은 가을, 달 밝은 가을밤 산사의 풍광이 저절로 떠오르는 해 맑은 시입니다.
鄭澈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정치가인 정철은 한성부 종로방 장의동에서 1536년(중종 31년) 12월 6일 돈녕부 판관 정유침의 네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관은 영일(迎日), 자는 계함(季涵), 호는 송강(松江)· 칩암거사(蟄菴居士)이다.
어려서 인종의 귀인이 된 큰누이와 계림군(桂林君)의 부인이 된 둘째 누이로 인하여 궁중에 자주 드나들며 성장하였다.
동갑이었던 경원대군(慶源大君: 후의 明宗)과 매우 친숙하게 지냈으나 을사사화에 계림군이 관련되자 아버지가 유배를 당하는 등 수난의 시절을 겪기도 한다.
본래 서울 출신이었으나 을사사화사건 이후 전라도 담양으로 이주해 살았다. 이곳에서 학문을 닦으며 김인후, 송순, 기대승 등의 가르침을 받고 이이, 성혼, 송일필 같은 당대의 유학자들과 교류하며 지낸다.
정치적 혼란기의 문신이었으나 정치보다는 국문학사에서 그 이름이 더 높다. 윤선도· 박인로와 함께 3대 시인으로 꼽힌다. 1562년 문과에 급제했고 동인과 서인의 분쟁에서 서인의 편에 가담했다. 1589년 정여립의 모반사건이 일어나자 우의정으로서 최영경의 옥사를 다스렸다. 이후 정적의 논계가 빗발쳐 파직된 뒤 유배생활을 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 풀려났다.
강직하고 청렴하나 융통성이 적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성품 탓에 동인으로부터 간신이라는 평까지 들었다. 정치가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예술가로서의 재질을 발휘하여 시가를 많이 남겼고 〈사미인곡〉을 비롯한 시조 100여 수는 국문시가의 발달에 크게 기여했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3년 명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이후 강화에서 58세의 나이로 죽었다.
가을 소리에 대하여 (秋聲賦) 구양수 (歐陽脩)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는데 (歐陽子方夜讀書)
서남쪽으로부터 어떤 소리가 들려 (聞有聲自西南來者)
섬뜩 놀라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고 말하였다 (悚然而聽之曰)
“이상도 하구나! (異哉)”
처음에는 빗소리에 바람 소리 같더니 (初淅瀝以蕭颯)
느닷없이 물결이 솟구쳐 올라 부딪치는 소리 같다가 (忽奔騰而澎湃)
마치 파도가 밤중에 놀라고 비바람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듯하고 (如波濤夜警風雨驟至)
그것이 물건에 부딪쳐 쨍그렁거리며 쇠붙이가 울리는 듯하며(其觸於物也鏦鏦錚錚 金鐵皆鳴)
마치 적지에 다다른 병사들이 재갈을 물고 내달리듯 (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不聞號令)
다만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도다 (但聞人馬之行聲)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予謂童子)
“이것이 무슨 소리냐? 네가 나가서 살펴보거라 (此何聲也 汝出視之)”
동자가 말하였다 (童子曰)
“별과 달은 환히 빛나고 (星月皎潔)
은하수는 하늘에 걸렸는데 (明河在天)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四無人聲)
소리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납니다 (聲在樹間)”
나는 말하였다 (予曰)
“아아! 슬프도다 ! (噫嘻悲哉)
이것이 가을의 소리구나 (此秋聲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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