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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생활/한문서예

採菊東離下 悠然見南山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

by 까마귀마을 2022. 9. 20.

 採菊東離下 悠然見南山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멀리 남산을 바라본다."

번잡한 세상을 피하여 숨어 사는 은자의 초연한 심경을 비유하는 말이다

 

飮酒 음주 -5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결려재인경 이무차마훤)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문군하능이 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산기일석가 비조상여환)
此中有眞意 欲辯已忘言
(차중유진의 욕변이망언)

 

사람 사는 곳에 오두막을 지었지만
수레와 말의 떠들썩한 소리 들리지 않네
묻노니 어찌하여 그럴 수 있는가?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곳도 절로 외딴곳이 된다네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편안한 마음으로 남산을 바라보네
산 기운은 해 저물어 아름답고
날던 새들 짝지어 돌아오네
이 가운데 참뜻이 있어
말하려다 말을 잊고 말았네

-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음주(飮酒)〉 20편 가운데 5편 이며 음주에 관한 구절은 없으나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 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詩이다- (음주시 20편 전문은 아래 따로 올립니다)  

 

몸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함께 있지만 마음이 속세를 떠나 있으므로

세상사 때문에 번거로운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에서 유래하여,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은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은자의 심경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음주詩는 도연명이 53세때 귀거래하여 낙향한지 12년째 되던417년에 지은 시이다

 

 飮酒詩 序文.

余閑居寡歡(여한거과한) 내가 조용히 살다보니 달리 기쁜 일도 없고

兼比夜已長(겸비야기장) 게다가 요즘 들어 밤도 길어졌는데

偶有名酒(우유명주) 우연히 귀한 술이 생겨

無夕不飮(무석불음) 저녁마다 빼 놓지 않고 마시게 되었다.

顧影獨盡(고영독진) 등불에 비친 내 그림자를 벗삼아 마시다 보니

忽焉復醉(홀언부취) 혼자서 다 비우고 금방 취하고 말았다.

旣醉之後(기취지후) 취하고 나면

輒題數句自娛(궤제수구자오) 왕왕 시 몇구를 지어보고 혼자서 흐뭇해 하곤 했다.

紙墨遂多(지묵수다) 이렇게 짓다보니 여러 수가 되었지만

辭無銓次(사무전차) 잘 정리해 놓지는 못했다.

聊命故人書之(료명고인서지) 그래서 그냥 친구보고 다시 정서해달라고 시켰다.

以爲歡笑爾(이위환소이) 그것은 단지 같이 기쁘게 웃을거리를 만들고 싶어서일 뿐이다.

                              -陶淵明(도연명)- 

 

 

飮酒 一

衰榮無定在 (쇠영무정재) 몰락과 영달은 정해져 있는 곳 없고

彼此更共之 (피차갱공지) 피차에 서로 함께 하는 것이라

邵生瓜田中 (소생과전중) 邵生이 오이밭 가운데 있는 것이

寧似東陵時 (녕사동릉시) 어찌 東陵侯 때 같기야 하였겠는가

寒署有代謝 (한서유대사) 추위와 더위 교체함 있거니와

人道每如玆 (인도매여자) 사람의 도리도 언제나 그와 같다

達人解其會 (달인해기회) 통달한 사람은 그 이치를 터득하여

逝將不復疑 (서장불부의) 다시는 의심하지 않는다

忽與一樽酒 (홀여일준주) 홀연히 한 잔 술과

日夕歡相持 (일석환상지) 저녘이면 기꺼이 마주한다

 

飮酒 二

積善云有報 (적선운유보) 선한 일 많이 하면, 좋은 보은 있다지만 

夷叔在西山 (이숙재서산) 백이숙제는 서산에서 살았다 

善惡苟不應 (선악구불응) 선과 악에 보응이 없다면야 

何事空立言 (하사입공언) 무엇하러 부질없이 그런 말을 내세웠겠나

九十行帶索 (구십행대삭) 90이 되어 나다니는데 새끼줄로 허리띠 하였으니

饑寒況當年 (기한황당연) 굶주림과 추위 한창 때야 어떠하였겠는가 

不賴固窮節 (불뢰고공절) 곤궁에 끗끗한 절개에 힘입지 않는다면 

百世當誰傳 (백세당수전) 백대를 두고 누구에게 전할 것인가

 

飮酒 三

道喪向千載 (도상향천재) 도가 없어진 지, 천년이나 되어가는데 

人人惜其情 (인인석기정) 사람마다 자기의 情을 아깝게 여긴다 

有酒不肯飮 (유주불긍음) 술이 있어도 마시려 들지 않고 

但顧世間名 (단고세간명) 세상의 명성만을 돌아볼 따름이다

所以貴我身 (소이귀아신) 내 몸 소중히 하는 까닭은 

豈不在一生 (기부재일생) 어찌 한 평생에 있지 않겠는가 

一生復能幾 (일생부능기) 한 평생은 또 얼마나 가는가 

倏如流電驚 (숙여유전경) 빠르기가 흐르는 번개 번쩍임 같다

鼎鼎百年內 (정정백년내) 서둘러대는 백년 동안에  

持此欲何成 (지차욕하성0 그것을 고집해서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것인가

 

飮酒 四

栖栖失群鳥 (서서실군조) 황망하구나, 무리를 잃은 새는 

日暮猶獨飛 (일모유독비) 날 저물어도 홀로 날고 있다 

徘徊無定止 (배회무정지) 배회하면서 정해진 머물 곳 없어 

夜夜聲轉悲 (야야성전비) 밤마다 우는 소리 슬퍼져 간다

厲響思淸遠 (여향사청원) 드센 소리는 깨끗하고 먼 곳 생각하는 거니 

去來何所依 (거래하소의) 오가며 어디에 의지할 건가 

因値孤生松 (인치고생송) 이윽고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 만나게 되어 

歛翮遙來歸 (검핵요래귀) 날개죽지 오므리고 멀리까지 돌아왔다

勁風無榮木 (경풍무영목) 세찬 바람에 무성한 나무 없는데 

此蔭獨不衰 (차음독불쇠) 이 그늘만은 유독 衰하지를 않는다 

託身已得所 (탁신이득소) 몸 의탁하는 데, 이미 있을 곳 얻었으니 

千載不相違 (천재불상위) 천년 이라도 떠나가지 않을 것이다

 

飮酒 五

結廬在人境 (결려재인경) 초가를 엮어 마을 곁에 살아도

而無車馬喧 (이무차마훤) 수레 끄는 소리, 말울음 소리하나 들리지 않는구나.

問君何能爾 (문군하능이) 묻노라. 그대는 어찌 능히 그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땅은 절로 멀어진다네.

採菊東籬下 (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 한 송이를 꺾어들고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네.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 산 기운은 해질녁에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 날던 새들도 서로 모여 둥지로 돌아오네.

此中有眞意 (차중유진의) 이 속에 인생의 참뜻이 들어 있으니

欲辨已忘言 (욕변이망언) 말로 드러내려해도 이미 말을 잊었노라.

 

飮酒 六

行止千萬端 (행지천만단) 사람마다 삶의 방식 다 다르건만

誰止非與是 (수지비여시) 누가 있어 옳고 그름 가르겠는가

是非苟相形 (시비구상형) 옳고 그름 마음대로 정하여 놓고

雷同共譽毁 (뇌동공예훼) 부화 뇌동 부축이고 또는 헐뜯네

三季多此事 (삼계다차사) 은과 하와 주 이후 더욱 더 하니

達士似不爾 (달사사불이) 통달한 선비만이 그렇지 않네

咄咄俗中愚 (돌돌속중우) 가련한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아

且當從黃綺 (차당종황기) 나는 모두 버리고 산으로 가려네

 

飮酒 七

秋菊有佳色 (추국유가색) 가을 국화가 아름다운 色이 있어 

裛露掇其英 (읍노철기영) 이슬에 젖으면 그 꽃잎을 딴다 

汎此忘憂物 (범차망우물) 이 근심 잊게 하는 물건에 띄워 

遠我遺世情 (원아유세정) 내가 버린 세상의 情을 멀리 밀어낸다

一觴雖獨進 (일상수독진) 한 잔을 비록 혼자서 마시니 

杯盡壺自傾 (배진호자경) 잔 비우면 술병 저절로 기운다  

日入群動息 일입군동식 해가 지면 온갖 움직임 멎고 

歸鳥趨林鳴 (귀조추림명) 돌아가는 새들 숲을 향해 소리내 운다

嘯傲東軒下 (소오동헌하) 동쪽 창 밑에서 휘바람 불며 우쭐대니 

聊復得此生 (요부득차생) 부족하나, 이 삶에 또 신명이 난다

 

飮酒 八

青松在東園 (청송재동원) 푸른 소나무가 동쪽 정원에 있고 

衆草沒其姿 (중초몰기자) 온갖 풀들은 그모양 없어졌다 

凝霜殄異類 (응상잔이류) 된서리가 다른 풀들 죽였는데도 

卓然見高枝 (탁연견고기) 우뚝이 서서 높은 가지 보여준다

連林人不覺 (연림인불각) 연닿은 수풀을 사람들 못 느끼는데 

獨樹衆乃奇 (독수중내기) 홀로 선 나무 온갖 것 중에 기묘하구나  

提壺撫寒柯 (제호무한기) 술병 들어 차가운 가지에 걸어놓고  

遠望時復爲 (원망시부위) 멀리 바라보는 일 되풀이 한다

吾生夢幻間 (오생몽환간) 나는 꿈 같은 환각속에 사는데  

何事紲塵羈 (하사설진기) 무엇하려고 티끌세상 굴레에 매어 지내겠는가

 

飮酒 九

清晨聞叩門 (청신문고문)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倒裳往自開 (도상왕자개) 거꾸로 옷 걸치고 나가서 손수 열고서 

問子為誰歟 (문자위수여) 누구신지요, 하고 물었더니 

田父有好懷 (전부유호회) 마음씨 좋은 농부가 찾아 온 거라

壺漿遠見候 (호장원견후) 한병 술 가지고 멀리까지 나를 찾아와 

疑我與時乖 (의아여시괴) 시간에 어긋나지 않은가 날 의심한다 

襤縷茅簷下 (남루모첨하) 초가집 처마밑에 누더기 신세이니 

未足爲高棲 (미족위고서) 훌룡한 삶이라고는 할게 못 되오

一世皆尚同 (일세개상동) 온 세상 모두 어울리길 숭상하니 

願君汨其泥 (원군골기니) 그대도 그 흙탕물을 휘젓도록 하구려 

深感父老言 (심감부로언) 영감님 말씀 깊이 감사하오나  

稟氣寡所諧 (품기과소해) 타고난 기질이 化同함이 적소이다

紆轡誠可學 (우비성가학) 적당히 벼슬사는 일 비록 배울만 하지마는 

違己詎非迷 (위기거비미) 자기를 어기는 것이 어찌 미혹됨이 아니겠나요 

且共歡此飲 (차공환차음) 잠시 함께 이 술이나 즐기 십시다 

吾駕不可回 (오가불가회) 내 가는 길은 돌릴 수가 없다요

 

飮酒 十

在昔曾遠遊 (재석증원유) 예전에 먼 길을 가 본적이 있었거니와 

直至東海隅 (직지동해우) 곧장 東海 모통이까지 이르렀었다 

道路迥且長 (도로형차장) 길은 아득하고 또 멀었는데 

風波阻中塗 (풍파조중도) 바람과 물결이 길을 막았다

此行誰使然 (차행수사연) 이 길 가는 일을 누가 시켰던가 

似爲飢所驅 (이위기소구) 굶주림에 몰려서 그랬던 것 같다 

傾身營一飽 (경신영일포) 힘을 다해서 한바탕의 배부름 얻으려 들면 

少許便有餘 (소허변유여) 약간만 하여도 남음이 있다

恐此非名計 (공차비명계) 아마도 그것이 좋은 계획 아닌 듯 해서 

息駕歸閒居 (식가귀한거) 가던 길 멈추고서 돌아와 한가히 산다

 

飮酒 十一

顏生稱爲仁 (안생칭위인) 顔回는 어질다고 일컬어졌고 

榮公言有道 (영공언유도) 榮啓期는 도 있다고 말하지마는 

屢空不獲年 (누공불획년) 끼니 자주 거르고 오래 살지 못했고 

長饑至於老 (장기지어노) 내내 굶주리면서 노경에 이르렀다

雖留身後名 (수류신후명) 비록 죽은 후의 명성을 남기는 하였으나 

一生亦枯槁 (일생역고고) 살아 생전에 역시 비쩍 말라 지냈다 

死去何所知 (사거하소지) 죽어 버리면 무엇을 알랴 

稱心固爲好 (칭심고위호) 마음에 맞게 사는 게 본래 좋은 것이다

客養千金軀 (객양천금구) 어떤 이는 천금 가는 몸 기르다가 

臨化消其寶 (임화소기보) 죽는 마당에 그 보배 없어진다 

裸葬何必惡(나장하필오) 벌거숭이로 장사지낸들 싫어할 것 있겠는가  

人當解意表 (인당해의표) 사람들은 마땅히 일반 생각 밖의 뜻을 알아야 한다

 

飮酒 十二

長公曾一仕 (장공증일사) 張長公은 일찍이 한차례 벼슬했으나 

壯節忽失時 (장절홀실시) 장년에 느닷엇이 때를 잃었다 

杜門不復出 (두문불부출) 문을 닫고 다시는 나가지를 않았고 

終身與世辭 (종신여세사) 죽을 때까지 세상과 끊어 버렸다

仲理歸大澤 (중리귀대택) 楊仲理가 대택으로 돌아오자 

高風始在茲 (고풍시재자) 고상한 기풍이 그곳에서 생겨났다  

一往便當已 (일왕변당이) 한번 나갔으면 마땅히 그만두어 버릴 일이지 

何為復狐疑 (하위부호의) 무엇 때문에 다시 의심을 하는 건가

去去當奚道 (거거당해도) 가버려라 가버려 또 무엇을 말하려는가  

世俗久相欺 (세속구상기) 세속에선 오래도록 속여 왔는 걸 

擺落悠悠談 (파락유유담) 쓸데 없은 말 집어치워 버리고  

請從余所之 (청종여소지) 나 가는 곳으로 따라 오시라

 

飮酒 十三

有客常同止 (유객상동지) 어떤 사람들 일찍이 함께 살면서

取捨邈異境 (취사막이경) 하는 일이 전연 딴판 이었다

一士長獨醉 (일사장독취) 한 사람은 늘 홀로 술에 취해 있었고

一夫終年醒 (일부종년성) 한 사나이는 일년내 술 깨어 있었다

醒醉還相笑 (성취환상소) 술 깬 사람과 취한 사람 또 서로 웃었고

發言各不領 (발언각불령) 말을 하면 서로 알아 차리지 못하네

規規一何愚 (규규일하우) 경계하는 어리석음을 꾸짖는 것과 같고

兀傲差若穎 (올오차약영) 외로이 우쭐한 건 약간 잘난 것 같다

寄言酣中客 (기언감중객) 얼큰히 취해 있는 객에게 말을 전하거니와

日沒燭當炳 (일몰촉당병) 해가 지면 촛불을 밝히시구려

 

飮酒 十四

故人賞我趣 (고인상아취) 옛 사람들 나를 반기어

壺相與至 (설호상여지) 술병 들고 무리 지어 찾아왔네

班荊坐松下 (반형좌송하) 소나무 아래에 자리 까니

數斟已復醉 (수짐이부취) 몇 잔의 술에 이내 취했네

父老雜亂言 (부노잡난언) 마을 사람들 어지러이 떠들고

觴酌失行次 (상작실행차) 술 따름의 순서도 잊어버렸네

不覺知有我 (불각지유아) 내가 있음조차 알지 못하고

安知物爲貴 (안지물위귀) 명리 귀한 줄도 알지 못하네

悠悠迷所留 (유유미소유) 한가로이 마시고 즐기노라니

酒中有深味 (주중유심미) 술 속에 깊은 뜻이 있구나

 

飮酒 十五

貧居乏人工 (빈거핍인공) 가난한 생활이라 사람 품(品) 모자라 서

灌木荒余宅 (관목황여택) 灌木이 내 집을 황무하게 만들었다 

班班有翔鳥 (반반유상조) 또렷또렷, 나는 새 있는데도 

寂寂無行跡 (적적무행적) 잠잠하고 지나가는 자취 없다

宇宙一何悠 (우주일하유) 우주는 어찌도 그토록이나 한정 없는 가 

人生少至百 (인생소지백) 사람 사는 건 백 살이 별로 없는데 

歲月相催逼 (세월상최핍) 세월은 무섭게 몰아세워 

鬢邊早已白 (빈변조이백) 귀밑머리는 일찌감치 세어 버렸다

若不委窮達 (약불위궁달) 곤궁과 영달을 도외시하지 않는다면 

素抱深可惜 (소포심가석) 본래 품었던 생각이 퍽이나 可惜하다

 

飮酒 十六

少年罕人事 (소년한인사) 어려서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않고

遊好在六經 (유호재육경) 육경을 벗하여 즐기며 지냈더니

行行向不惑 (행행향불혹) 세월이 흘러 나이 사십 바라보메

淹留遂無成 (엄류수무성) 머무르고 머물러 이룬 것이 없구나

竟抱固窮節 (경포고궁절) 끝내 굴하지 않는 절개만을 품은 채

飢寒飽所更 (기한포소경) 굶주림과 추위만 지겹도록 겪었구나

弊廬交悲風 (폐려교비풍) 기우는 오두막엔 슬픈 바람 드나들고

荒草沒前庭 (황초몰전정) 거친 잡초는 앞뜰을 덮었구나

披褐守長夜 (피갈수장야) 베옷 한 벌 걸치고 지새우는 긴긴 밤에

晨鷄不肯鳴 (신계불긍명) 새벽 닭마저 울려하지 않고

孟公不在玆 (맹공부재자)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終以吾情 (종이예오정) 가슴은 끝내 어둡기만 하여라.

 

飮酒 十七

幽蘭生前庭 (유란생전정) 그윽한 난초가 앞 뜰에 돋아나서  

含薰待清風 (함훈대청풍) 향기 머금고 맑은 바람 기다리다가 

清風脫然至 (청풍탈연지) 맑은 바람 확하니 불어오자 

見別蕭艾中 (견별소애중) 맑은 쑥대 틈에서 구별이 된다

行行失故路 (행행실고로) 이러저리 지내는 틈에 본래의 길 잃었지만 

任道或能通 (임도혹능통) 정도에 따르면 혹 통할 수 있을 게라 

覺悟當念還 (각오당염환) 되돌아갈 일 생각하며 깨달은 것은 

鳥盡廢良弓 (조진폐양궁) 鳥 없어지면 좋은 활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飮酒 十八

子雲性嗜酒 (자운성기주) 揚子雲은 천성으로 술을 즐겼으나 

家貧無由得 (가빈무유득) 가난하여서 얻을 길이 없었다 

時賴好事人 (시뢰호사인) 때로는 알고파하는 사람 덕을 보았으니 

載醪袪所惑 (재료거소혹) 술을 싣고와 미혹을 풀고는 했다

觴來為之盡 (상래위지진) 술잔 돌아오면 쭉 들이켜 버리고 

是諮無不塞 (시자무불색) 물으면 척척 대답해 주었지마는 

有時不肯言 (유시불긍언) 때로는 말하려 듣지 않았으니 

豈不在伐國 (기불재벌국) 나라 치는 일 때문이 아니었겠나

仁者用其心 (인자용기심) 어진 이가 마음 쓰는 데야 

何嘗失顯默 (하상실현묵) 언제인들 드러내고 잠자코 있고 함을 실수 하였겠는가

 

飮酒 十九

疇昔苦長饑 (주석고장기) 지난 날 오랜 굶주림에 시달린 끝에 

投耒去學仕 (투뢰거학사) 쟁기 내던지고 벼슬살이를 흉내내었다 

將養不得節 (장양부득절) 가족들 부양 하기가 어려웠고 

凍餒固纏己 (동뇌고전기) 춥고 배고픔은 물론 나를 붙어다녔다

是時向立年 (시시향입년) 그때가 내 나이 삼십이였으니 

志意多所恥 (지의다소치) 마음 속에는 부끄러움 많았다 

遂盡介然分 (수진개연분) 드디어는 내 고고한 분수 다 드러내어 

拂衣歸田里 (불의귀전리) 옷을 털고 전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冉冉星氣流 (염염성기류) 그지없이 자연현상 따라 흘러가서  

亭亭復一紀 (정정부일기) 어느덧 또 12년 세월이 지났구나 

世路廓悠悠 (세로곽유유) 세상 길은 넓고 한정없이 멀어서 

楊朱所以止 (양주소이지) 楊朱는 그 때문으로 가는 길을 멈췄던 거라

雖無揮金事 (수무휘금사) 비록 돈 뿌리는 일은 없기는 하지마는 

濁酒聊可恃 (탁주요가시) 탁주만큼은 그래도 믿을 만 하다

 

飮酒 二十

羲農去我久 (희농거아구) 복희와 신농이 떠나간 지,오래 되어서 

舉世少復真 (거세소복진) 온 세상에 순진함 되찾는 이가 적어져 버렸구나 

汲汲魯中叟 (급급노중수) 허둥지둥 서두른 魯나라의 늙은이가 

彌縫使其淳 (미봉사기순) 彌縫하여 세상을 순박하게 만들어

鳳鳥雖不至 (봉조수부지) 봉새는 비록 와 주지 않았지마는  

禮樂暫得新 (예낙잠득신) 예법과 음악은 잠시 새로워졌다 

洙泗輟微響 (수사철미향) 洙泗에서는 미약한 울림 멎어버리고  

漂流逮狂秦 (표류체광진) 광기 띤 秦나라까지 내려와서는

詩書復何罪 (시서복하죄) 詩書는 또 무슨 죄가 있다고  

一朝成灰塵 (일조성회진)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버렸나  

區區諸老翁 (구구제노옹) 자질구레한 여러 늙은네들은  

為事誠殷勤 (위사성은근) 사업하는 것 정녕 착실하였다

如何絕世下 (여하절세하) 어찌해서 동떨어진 지금 세상엔 

六籍無一親 (육적무일친) 六經은 하나도 가까이 하는 이가 없는 것인가  

終日馳車走 (종일치거주) 종일토록 수레를 몰아 달리면서도  

不見所問津 (부견소문진) 나루터 묻는 것은 보이지가 않는다

若復不快飲 (약부불쾌음) 만약에 통쾌하게 마시지 않는다면  

空負頭上巾 (공부두상건) 부질없이 머리 위의 巾을 버리는 것이라  

但恨多謬誤 (단한다류오) 다만 잘못됨 많을 것이 한스럽지만  

君當恕醉人 (군당서취인) 그대는 취한 사람을 용서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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