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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생활/한문서예

山寺(산사)

by 까마귀마을 2022. 6. 10.

 

 

                                  山寺(산사)
寺在白雲中(사재백운중) : 절은 흰 구름 가운데 있는데
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 : 흰 구름을 스님은 쓸지 않네.
客來門始開(객래문시개) : 손님이 와서야 비로소 문이 열리니
萬壑松花老(만학송화로) : 온 산골짜기에 송화가루가  가득하네. 
                         --- 李達 ---

註.

壑(학) : . 골짜기. (萬壑  :  첩첩이 겹쳐진 많은 골짜기)
松花老 : 송화가루가 떨어져 날리니 봄이 갔다는 뜻으로 세월이 흘렀다는 의미

 

속세와 격리되어 시간의 흐름도 잊고 자연에 묻혀 한가히 살아가는 경지를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절집은 첩첩산중 깊은 산속 구름속에 있고 찾아오는 손님이 없으니 길의 낙옆을 쓸지 않는것이 아니라  구름을 쓸지 않는다는 표현이 절과 산이 자연과 일체가 되어 조화를 이룸이 선명하게 상상된다. 비로소 손님이 와서야 산문을 열어보니 온산 온 꼴자기에 송화가루  날리는 것을보고 그제서야 봄이 가고 계절이 바뀜을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듯 시에 간결히 담아내고 있다

 

위의 시는 조선 중기 문인 이달의 시로 절집, 구름과 같이 탈속적인 이미지의 시어를 사용하여 속세와의 단절감을 부각하였다. 또한 손님이 와서 문을 열어 보고야 비로소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된다는 표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살아가는 탈속의 경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제목이 대부분 산사(山寺)로 되어 있지만 손곡집에 따르면 ‘불일암증 인운석(佛日庵贈 因雲釋)"불일암 인운 스님에게" .(국역손곡집, 허경진역, 보고사; 손곡집, 안병학 역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첫 구절이 사재백운중(寺在白雲中)으로 하고 있는데 손곡집에 따르면 산재백운중(山在白雲中)으로 되어있다.사(寺)가 아니라, 산(山)인 것이다.(국역손곡집, 허경진역, 보고사: 손곡집, 안병학 역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왜 이러한 오류가 발생하였는지 그 원인을 알아보면 그것은 허균의 학산초담(鶴山樵談) 때문이었다. 허균의 학산초담에서는 이 시가 산사시(山寺詩)로 되어 있고 그 첫 구를 산(山)이 아닌 사(寺)로 적고 있다.(옛글산책: 한시소풍, yetgle.net/5541)

 

  

李達(이달 1539~1612)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서예가이다
이달은 쌍매당 이첨의 후예로서 1539년(조선 중종 34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손곡리에서 출생했다. 박순의 문인이 되었으며, 자는 익지(益之), 호는 손곡(蓀谷), 동리(東里), 서담 (西潭) 등이 있으나 그 중에 손곡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일찍부터 문장에 능하고 글씨에 조예가 깊었다. 

삼당시인은 조선 선조 때 漢詩를 지었던 작가 중에 당풍(唐風)을 배워서 일가를 이룬 세 사람의 시인들을 말하는데허균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손곡 이달, 기녀 홍랑의 연인으로 유명한 최경창, 그리고 가사문학의 효시자인 기봉 백광홍의 동생인 옥봉 백광훈이 그들이다. 李達은 이들 중에서 당풍을 가장 잘 살려서 시를 지었다는 평을 받았다.

 李達(이달)은 초기에 송(宋)나라 시풍을 배워서 시를 지었으나 스승인 박순에게 시체의 묘미는 당시(唐詩)에 있다는 가르침을 받고 초야에 묻혀 시법을 공부했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여류 시인으로 유명한 허난설헌의 스승이었던 그는 어머니가 천민인 기생이었던 관계로 불우한 삶을 살았다.

서포 김만중이 "그의 작품인 별리예장(別李禮長)은 조선을 통틀어서 5언절구의 최고작"이라고 논평할 만큼 시재에 뛰어났으나 서출이라 중용의 길이 막혀 있었다

이달은 서자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문과에 응시할 생각을 포기했지만 또 다른 서얼들처럼 잡과(雜科)에 응시하여 기술직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특별한 직업을 가지지도 않았고, 온 나라 안을 떠돌아다니면서 시를 지었을 뿐이다. 그러나 성격이 자유분방했기에 세상 사람들에게 소외당하기도 했다. 한때 한리학관(漢吏學官)이 됐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겨서 벼슬을 버리고 떠났다. 한편 잠시 동안 중국 사신을 맞는 접빈사의 종사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일흔이 넘도록 자식도 없이 평양의 한 여관에 얹혀살다가 죽었다. 무덤은 전하지 않으며, 충청남도 홍성군청 앞과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손곡리 손곡초등학교 입구에 그의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다.이곳은 조선의 명장이었던 임경업 장군의 출생지로도 알려져 있다.

이달의 시는 신분 제한에서 생기는 울적한 심정과 가슴 속에 간직한 상처를 기본정조로 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시어를 맛깔나게 사용했다. 근체시 가운데서도 절구(絶句)에 뛰어났다. 

훗날 제자인 허균은 '손곡집'과 함께 스승의 전기를 단편소설 형식으로 쓴 '손곡산인전'을 엮어서 구름처럼 살다 간 그의 흔적을 우리에게 전한다. 허균은 손곡산인전에서, “이달의 시는 맑고도 새로웠고, 아담하고도 고왔다(淸新雅麗: 청신아려). 그 가운데에 높은 경지에 오른 시는 왕유·맹호연·고적(高適)·잠삼(岑參)의 경지에 드나들면서, 유우석·전기(錢起)의 기풍을 잃지 않았다. 신라·고려 때부터 당나라의 시를 배운 이들이 모두 그를 따르지 못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시집으로 제자 허균이 엮은 손곡집 6권 1책이 있다. 이밖에 최경창의 외당질 유형(柳珩)이 엮은 서담집(西潭集)』이 있다고 전하나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1623년(광해군 15, 인조 1) 이수광(李睟光)이 쓴 서담집의 서문(序文)만이 전하고 있다.

이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오언절구시 별이예장

 

                       

                             別李禮長(벗과 헤어지며)

桐花夜煙落(동화야연락) 오동 꽃잎은 밤안개에 지고 
梅樹春雲空(매수춘운공) 매화나무 빈가지에 봄구름만 떠 있구나
芳草一盃別(방초일배별) 향기로운 풀밭에서 나누는 이별주 한잔
相逢京中(상봉경락중) 서울에서 다시 만나세

 

註.

桐花(동화) : 오동 꽃,(봄에 보라색으로 핀다), 

夜煙(야연) : 밤안개, 밤연기

梅樹(매수) : 매화나무

春雲(춘운) : 봄 구름, 봄날에 피어오르는 흰 구름

空(공) : 비다. 즉 오동 꽃이 필 때면 매화는 벌써 다지고 없으니까 空이라 하였다.

芳草(방초) : 향기로운 풀/봄 향기를 풍기는 풀.  

洛(락) : 중국 낙양을 의미, 京洛(경락)서울 즉 한양.

 

밤안개 속에서 오동 꽃이 지는 시절에 친구를 떠나보내면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허전하고도 아쉬운 감회를 읊은 이별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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