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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by 까마귀마을 2022. 8. 30.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사랑하면 같이 살면 되지,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작 그 사랑 때문에 헤어지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언젠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보따리 풀듯 풀어놓는다.

 

삶의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세월이 흘러가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이 인생엔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딸의 남은 생을 위해 뇌성마비 외손자와 함께 강물에 뛰어든

 

할아버지의 사연이나,치매에 걸린 배우자의 간병에 지쳐 동반자살을

시도한 노인이 아들에게 남긴 ' 미안하다 ' 한 마디는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의 지극한 모순을 보여주는 비극이다.

 

리시아의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는

" 마음속에 사랑이 샘솟지 않는 이의 삶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서서히 죽어갈 뿐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설령 샘솟는다 해도 사랑은 영원할 수 없으며 사랑이 있건 없건 인간은 서서히 죽어가야 할 숙명을 타고난다.

 

하루는 길지만 일주일은 짧고, 한 달이나 일 년은 그보다 더 짧게 느껴진다.

어느새 일 년이 가고, 어느새 인생의 시계가 황혼을 향해 움직일 때 정말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정말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를 토닥 거리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사랑할 수 있는 날이 내겐 정말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김재진 시인은
 
          1955년 대구 출생
 
          계명대학교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같은 해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되며 40년이 이상 글을 썼다
 

​         글을 쓰면서도 문단과는 멀리 있고,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과는 거리를 둔 은둔자로서의 삶을 추구해온 그는

          우연히  듣게 된 첼로 소리에 끌려 첼리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음대에 입학하기도 했다

​          피디로 일하며 방송 대상 작품상을 받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돌연 직장을 떠나 바람처럼 떠돌며 인생의

         신산(辛酸)을 겪었고, 오래 병석에 누워 고독한  시간을 보내던 어머니가 벽에 입을 그려 달라고 청한 것을 계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갑자기 전시회를 열고, 첫 전시회의 그림이 솔드아웃 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시집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산다고 애쓰는 사람에게』 장편소설 『하늘로 가는 강』 어른을 위한 동화 『잠깐의 생』 『나무가 꾸는 꿈』

         『엄마 냄새』  산문집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나의 치유는 너다』 등을 펴냈다

​          현재 파주 교하에 있는 작업실 ‘민들레 행성’에서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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