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井中月(영정중월)
우물 속의 달을 읊다 - 이규보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물과 함께 병 속에 긷고 있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절에 가서 바야흐로 응당 깨달으리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병을 기울면 달도 또한 없음을.
幷 : 어울을
汲 : 물을 깃다 푸다.
到寺 : 절에 도착하다.
方 : 바야흐로, 장차
應 : 응당, 반드시.
甁傾 : 병을 기울여 병을 비우다.
불교 경전인 금강경에 천강유수 천강월(千江有水 千江月)이라는 말이 있다.
천개의 강에 천개의 달이 뜬다는 것이다. 달이 뜨면 이 세상의 강에는 달이 비치게 마련이다.
부처의 가르침이 달이라면 이 세상 곳곳을 비출 수 있다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강물의 달은 참이 아니기에 본질은 하나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시는 저녁때 산에서 우물 속의 달을 노래한 것으로, 불가에서는 모든 현상을 공(空)이라 여기는데,
이 시에서는 색(色)을 탐한 스님이 달빛을 통해 공(空)을 깨우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우물에 비친 달빛은 바로 현상이고 하늘에 뜬 달이 진짜이다. 스님은 물에 비친 달이 탐나서 가져왔으나
물을 따르고 난 다음에 없어지는 것을 보고 비로소 자신이 보았던 현상이 공(空)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詩는 이규보가 지은 山夕詠井中月 2首중 1首이며 南龍翼(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 대제학, 예조, 이조판서 역임)은 우리나라 五言絶句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평했다.
나머지 1首
漣漪碧井碧嵓偎(련의벽정벽암외)
이끼 덮인 암벽 모퉁이 맑은 우물 속에
新月娟娟正印來(신월연연정인래)
방금 뜬 어여쁜 달이 바로 비추네
汲去瓶中猶半影(급거병중유반영)
길어 담은 물병 속에 반쪽 달이 반짝이니
恐將金鏡半分迴(공장금경반분회)
둥근 달을 반쪽만 가지고 돌아올까 두렵고야
이규보(李奎報, 1168, 고려의종 22~1241, 고종 28): 자(字)는 춘경(春卿), 호(號)는 백운거사(白雲居士)이다
詩, 거문고, 술을 좋아하여 지헌(止軒)·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 불렀다.
9세 때 이미 신동으로 알려졌으며 소년시절 술을 좋아하며 자유분방하게 지냈으며 과거(科擧)의 글을 하찮게 여기고 죽림고회(竹林高會)의 시회(詩會)에 드나들었다. 이로 인해 16, 18, 20세 3번에 걸쳐 사마시(司馬試)에서 낙방했다. 23세 때 진사에 급제했으나 이런 생활을 계속함으로써 출세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개성 천마산에 들어가 백운거사(白雲居士)를 자처하고 시를 지으며 장자(莊子)사상에 심취했다. 26세 때 개성에 돌아와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 당시 문란한 정치와 혼란한 사회를 보고 크게 각성하여 「동명왕편(東明王篇)」 등을 지었다.
그 뒤 최충헌 정권에 시문(詩文)으로 접근하여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고 32세부터 벼슬길에 오르게 되었다.
이후 좌천과 부임, 면직과 유배, 그리고 복직등을 거듭하면서 다사다난한 생을 보내었다.
권력에 아부한 지조 없는 문인(文人)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대몽골 항쟁에 강한 영도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정권에 협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우리 민족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외적의 침입에 대해 단호한 항거정신을 가졌다.
저서로는 東國李相國集, 白雲小說,등 많은 시문과 국란의 와중에 고통을 겪는 농민들의 삶에도 주목, 여러 편의 농민시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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