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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淸明(청명)-杜牧(두목)

by 까마귀마을 2021. 10. 19.

淸明(청명)-杜牧(두목)

 

淸明時節 雨紛紛 (청명시절 우분분)   때는 청명시절인데 비는 부슬부슬

路上行人 欲斷魂 (노상행인 욕단혼)   길 가는 나그네 애간장을 끊는구나

借問酒家 何處有 (차문주가 하처유)   묻노니 술집이 어디 있는가

牧童遙指 杏花村 (목동요지 행화촌)   목동이 가리키는 곳에는 살구꽃 가득하네

 

註.
紛 분(어지러워지다)
紛紛 분분(어지러이 날리는 모양.뒤숭숭하게 시끄럽다)
欲 욕(하고자 하다)
斷魂 단혼(넋이 끊길 정도로 애통함=斷腸단장.슬프고 괴로운 기분)
借 차(빌리다.가령.시험 삼아)
借問 차문(시험 삼아 묻다.모르는 것을 물어보다)
牧 목(치다.마소를 놓아기르다)
遙 요(멀다.아득하다)
指 지(손가락.가리키다)
杏 행(살구.살구나무)
村 촌(마을/시골)


이 시는 唐의 말기의 시인 두목이 청명 날에 나그네 길에 올랐다가 일어난 일련의 사실을 한 폭의 그림처럼 옮겨놓은 것이다.
맑다고 하는 청명 날에 길을 가는데 갑자기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어지럽게 떨어지는 봄비에 길 가던 나그네의 옷은 서서히 젖어들었고,  왠지 마음마저 더욱 을씨년스럽고 서글퍼져서 마치 넋이 나간 듯이 발걸음도 빨라진다. 봄비에 몸이 젖어 으슬으슬 추워져, 한 잔의 술로 몸을 데우고 비도 피할 겸하여 술집을 찾기로 작정하고, 지나가는 牧童목동에게 술집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목동은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저 멀리 살구꽃이 피어있는 한가로운 마을(杏花村)을 가리킬 뿐이었다.
손가락 끝에는 봄비에 젖어있는 평화롭고 고요한 마을이 수채화처럼 눈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이 시를 읽다보면 마치 그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보슬비가 자욱이 내리는 가운데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우리들의 옛 고향 마을 같지 않은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그 경치가 마치 영상의 한 장면 같다.
특히 마지막 구절인 "牧童遙指杏花村"(목동은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킨다)은 絶唱 (절창)이 되었고, 이 시는 한시 사상 가장 널리 애송되는 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읽을수록 맛이 나고 여운이 감돌아 깊이 음미할 가치가 있다 하겠다.

이 시가 출현하고 난 후 시 속의 "행화촌(杏花村)"이 "술파는 곳"이라는 의미로 쓰이다가,  나중에는 "미주가 생산되는 곳(美酒産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중국인들에게 행화촌 즉 살구꽃이 피는 마을이란 명칭은 술을 빚는 주도가의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에는 예전부터 수많은 행화촌이 있었을 것이며 지금도 행화촌이라 호칭되는 마을이 20여개가 있다한다.

시인 두목이 池州(지주) 刺史(자사)일때  詩(시) 淸明(청명)을 지었다는 安徽省(안휘성) 지주의 행화촌과, 편양지역의 특산품인 名酒(명주)이자 배갈의 원류인 汾酒(분주)의 주산지인 山西省(산서성) 분양의 행화촌으로 현재 杏花村(행하촌)은 汾酒의(분주) 상표명이기도 하다.

이 유서깊은 두 곳의 행화촌은 진짜 원조는 자기들이라면 2003년 베이징 법원에 행화촌 상표권의 독점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항일전쟁보다 길다고 풍자된 이 소송은 2010년 1심에서 두목이 지은 시의 행화촌은 둘이 되었다.

술은 山西(산서), 관광은 安徽(안휘)에 독점권이 있는 것으로 판결되었다.

 

淸明(청명)은 24절기중 5번째 절기이며 春分(춘분0과 穀雨(곡우)사이에 든다 양력으로 4월 5일 즈음이 된다.

본격적인 개화(開花)가 시작되는 봄의 절정기 이기도 하고 농가에서는 이무렵부터 파종을 위한 준비를 하는 관계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24절기는 많은 사람이 음력으로 되어있는줄 알지만 양력이며 태양의 黃經(황경)에 따라 24등분한 기후의 표준점이다( 태양이 춘분을 지나는 점을 기준으로 15도 간격으로 24개의 점을 찍어 정함) 절기와 우리가 체감하는 기후가 맞지않는 것은 절기가  중국 화북지역의 기후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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