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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代悲白頭翁(대비백두옹) 句에서

by 까마귀마을 2020. 1. 19.

此翁白頭眞可憐  (차옹백두진가련)

伊昔紅顔美少年  (이석홍안미소년)

公子王孫芳樹下  (공자왕손방수하)

淸歌妙舞落花前  (청가묘무낙화전)

 

늙은이의 백발이 참으로 가련하지만

그도 옛날에는 홍안의 미소년이었다네

부하고 귀한 사람들과 향기로운 나무 아래서

곱고 맑은 노래와 아름다운 춤을 떨어지는 꽃 앞에서 즐겼다오.

이 시는 어느 백발노인의 늙음에 대한 슬픔을 대신해   당의  유희이가 지은 26구절의 장시로 인생무상을 잘 표현한 詩이다.

유희이는 (651~679 추정) 初唐(초당) 汝州(여주) 사람으로 姿容(자용)이 아름답고 담소 나누기를 좋아했으며 비파를 잘 연주한데다 주량이 대단했다. 자유로운 태도로 일상에 얽매이지 않았다. 歌行(가행)을 잘 지었고, 閨情(규정)을 노래한 작품이 많다. 시상이 부드럽고 婉麗(완려 : 정숙하고 아람다움)했으며, 感傷的 人情調(감상적 인정조)를 띠었다.

이 시는 재래로 '今年花落顔色改 明年花開復誰在'(금년화락 안색개 명년화개부수재)와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년년세세화상사 세세년년인부동)이라는 명구 때문에 유명하고 특히 뒤의 구절"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란 이구절 때문에 때문에 서른 살 나이로 일찍 죽어야 하는 詩讒(시참 : 별생각 없이 적은 내용이 뒷일과 일치하는 현상 )의 시로도 유명하다. 유희이는 유정지 (劉廷芝)로 많이 알려져 있다. 675년 진사에 급제했다고도 하나, 관직을 지내지 않아 사서에는 기록이 없고, 唐才子傳(당재자전)이나 全唐詩(전당시)에 짤막한 기록이 있을 뿐이다. 이 시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슬픈 이야기가 전해온다

유정지는 송지문의 사위라고도 하고, 또는 생질이라고도 한다. 송지문이 이 詩가 하도 좋고 그 중에서도 '년년세세화상사 세세년년인부동'이란 구절이 절창이라고 탄복하며 마음에 들어 유정지에게 자기의 작품으로 하자 하니 유정지가 면전에서는 대답하고, 후에는 후회하고 자작품으로 공포해 버렸다. 

이에 송지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자 화가 난 송지문은 종을 시켜 유정지를 土囊(흙푸대)으로 눌러 죽였다 한다. 그래서 그는 30세도 안 되어 죽었으므로 사람들이 매우 애석해 하였다 한다. 그러나 이 시는 당시 매우 유명하여 널리 유행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전당시에 보면 송지문 작품에도 '유소사'라는 제목으로, 이 시와 여섯 자만 틀리고 완전히 같은 작품이 실려 있고, 송지문의 친구 가증의 작품이라 하여 이 직품의 전반부가 몇 자만 틀린 채로 기재되어 있다.

 

사위인 서른 살 유희이를 죽인 장인 송지문(656~712)은 초당시인으로 유명하다. 그의 시를 읽어보니 화려한 수사로 형식미만 짙을 뿐 진실이 없다. 여설을 읽어보니 측천무후의 정부 노릇을 하며 아첨한 소인배이다. 

그런데 유희이 여설(流說)을 보니, 사위를 죽인 장인이 아닌가. 그것도 무슨 큰 죄가 있는 게 아니라 시 구절을 뻣으려고!

이런 만고의 간신이요 시단의 악인이다. 그런데도 그의 시가 전당시에 실려서 천년이 흐르다니. 그렇게 고금천하에 무도한 자가 시인이라고 대접받고, 그의 시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인간과 시문학에 대한 거대한 모독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현대시사에서도 친일부역자들이 쓴 시가 버젓이 명시로 남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유희이는 20대인데도 칠십 노인의 비애와 인생무상을 읊었다. 희로애락 영고성쇠에 대한 미려한 시구가 곳곳이지만, 역시 실제로 노인이 되어 경험한 성찰이 아니기에 감상정이며 사실감은 덜하다는 평도 있는것 같다. 

이 시를 읽고 고금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생무상을 다시금 느끼고 생각했을까. 그러면서 자기 인생의 태도를 다시금 추스렸을 것이니, 그것만 해도 유희이는 30년 살다간 값을 하지 않았을까?(아래에 이시 26절 전부를 올립니다)

 

송지문이 천하의 명구라 한 아래 구절은 오늘까지도  많이 애용되는 구절이며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쓴 유묵이기도 하다.

年年歲歲花相似[연년세세화상사] : 해마다 피는 꽃은 서로 같은데

歲歲年年人不同[세세연년인부동] : 해마다 사람은 같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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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 백두옹시의 전문

代悲白頭翁(대비백두옹 백발을 슬퍼하는 노인을 대신하여)유희이(劉希夷一名 庭芝(정지) 651~?, 나라 시인)

 
洛陽城東桃李花 (낙양성동도리화) 낙양성 동쪽 복사꽃 오얏꽃은,
飛來飛去落誰家 (비래비거락수가) 바람에 흩날려 뉘 집에 떨어지는가.
洛陽女兒惜顔色 (낙양여아석안색) 낙양의 아가씨는 고운 얼굴 아끼고
行逢落花長歎息 (행봉낙화장탄식) 길가다 지는 꽃 바라보며 긴 한숨을 쉰다.
 
今年花落顔色改 (금년화락안색개) 올해도 꽃이 지면 안색이 달라지니(얼굴은 더욱 늙으리라),
明年花開復誰在 (명년화개부수재) 명년 꽃이 필 때 다시 뉘 얼굴 그대로 있겠는가.
已見松栢摧爲薪 (이견송백최위신) 이미 송백이 꺽여 땔나무가 되는 것을 보았고,
更聞桑田變成海 (갱문상전변성해) 뽕밭도 세월가면 변하여 바다가 된다고 들었노라.
 
故人無復洛城東 (고인무부낙성동) 고인은 죽어 낙양성 동쪽으로 다시 오는 이 없는데,
今人還對落花風 (금인환대낙화풍) 지금 사람은 바람에 지는 꽃을 마주 대하네.
年年歲歲花相似 (연년세세화상사) 해마다 해마다 피는 꽃은 그대로 인데,
歲歲年年人不同 (세세연년인부동) 해마다 해마다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네.
 
寄言全盛紅顔子 (기언전성홍안자) 그대 홍안의 젊은이에게 한마디 이르노라.
應憐半死白頭翁 (응련반사백두옹) 반생을 넘은 백발노인을 가엾다 하여라.
 
此翁白頭眞可憐 (차옹백두진가련) 이 늙은이의 백발은 참으로 가련하나,
伊昔紅顔美少年 (이석홍안미소년) 이래도 옛날엔 홍안 미소년이었노라.
公子王孫芳樹下 (공자왕손방수하) 귀한 이들 더불어 꽃 피는 나무그늘 아래서 노닐었고,
淸歌妙舞落花前 (청가묘무낙화전) 청아로운 노래와 춤을 낙화 앞에서 추었노라.
 
光祿池臺開錦繡 (광록지대개금수) 푸른빛 연못 위 누각에 비단 장막을 펴고
將軍樓閣畵神仙 (장군누각화신선) 장군 누각에 신선도를 그렸듯이 호사도 누렸다네.
一朝臥病無相識 (일조와병무상식) 이제 하루 아침에 와병하니 아는 이도 없고,
三春行樂在誰邊 (삼춘행락재수변) 삼촌(봄 석달)의 행락도 누구의 곁으로 갔는고.
 
宛轉蛾眉能幾時 (완전아미능기시) 고운 눈썹 아가씨야 언제까지 고우련가
須臾鶴髮亂如絲 (수유학발난여사) 순식간에 학털 같은 흰머리 실타래 처럼 흩어지리라.
但看古來歌舞地 (단간고래가무지) 옛 사람이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던 이곳에
惟有黃昏鳥雀悲 (유유황혼조작비) 이제는 황혼이 깃들어 새들의 날개짓만 처량하구나.
 

위시의 8번째 구절에 나오는 桑田成海의 유래는

중국 한나라 시대 채경이라는 사람의 집에 하루는 왕방평이라는 이름의 신선이 찾아왔다.

"나는 천계에서 잠시 볼일이 있어 인간세상에 왔다가 그대의 집이 아름답다 하기에 잠시 유하다 가려하오"

채경은 놀랍기도 했고 반갑기도 하지만 신선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 난감하고 허둥대다가 시종들에게 서둘러 귀하고 좋은 음식들을 만들라고 재촉하자 신선이 말하길 " 그럴것 없소이다 내가 키우는 제자가 있는데 이름이 마고라 하오" 그아이가 음식 솜씨가 뛰어나다며 18세 정도의 눈부신 아름다운 소녀 마고를 불렀다.

마고는 푸짐한 음식을 준비하여 금쟁반에 가득 담아왔다, 마고는 준비하여 온 과일과 육포를 채경의 가족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그 맛이 천하일미였다.

이때 마고가 스승 왕방평에게 말하길 " 제가 며칠전 봉래 해변으로 놀러를 갔더니 바닷물이 반으로 얕아 졌더군요, 제가 스승님을 모시고부터 푸른 동해 바다가(碧海) 세번이나 뽕나무 밭( 桑田)으로 변했어요, 이번에도 동해가 혹시 땅으로 바뀌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왕방평이 네 말이 맞다 동해는 다시 육지가 되어 흙먼지를 날리게 될것이다,

이 이야기는 중국 晉나라 때 갈흥이라는 사람이 쓴 神仙傳이라는  70여명의 신선들 행적을 전기식으로 기록한 책에 실려 있다. 여기 등장하는 신선들의 이야기는 당시 실제 활동했던 도교 사상가들의 삶과 행적을 기반으로 쓰여졌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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