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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是是非非都不關 (임제선사의 山山水水)

by 까마귀마을 2025. 3. 12.

                     山山水水(산산수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시시비비도불관 (是是非非都不關)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말다툼 모두 다 부질없는 일.

산산수수임자한 (山山水水任滋閑)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저절로 한가로운데.

막문서천안양국 (莫問西天安養國) 서방(西方) 극락세상 어디냐고 묻지 말게나.

백운단처유청산 (白雲斷處有靑山) 흰 구름 덧없이 흘러가는 곳, 청산이 거기 있네.

                                               ----임제 의현----

 

 

옳다거니 그르다거니 상관말고

산은 산 물은 물, 그대로 두라.

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세계랴

흰 구름 걷힌 곳이 청산인 것을.

 

옳다느니 그르다느니 시비하지 말라는 그 말에 시비를 거느라고 바장인 날이 몇 날인가. 걷힐 흰 구름이 따로 있다는 그 말에 넘어간 고개가 몇 구빈가. 선사(禪師)가 장구채를 거꾸로 잡고 신명을 냈을 리야 있겠는가, 귓구녁에 귓밥이 수미산이겠지,

"보리는 본래 나무가 아니요, 밝은 거울 또한 대(臺)가 따로 없네, 불성(佛性)은 항상 청정하거니,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가 있으리오"(육조혜능 六祖蕙能). 참 구구절절 옳기도 옳고, 말은 참 쉽기도 쉽다. 이 말을 받아다 전한 자가 지해종사(知解宗師)라 하나, 뱉은 침을 되 삼키느라고 목구멍이 아프다.

사유(思惟)여! 

이 유치찬란한 희론(戱論)이여! 

시(詩)여! 

이 징글징글한 말놀이여! 

아! 어느 날에나 흰 구름 사라지겠는가? (장철문. 순천대교수의 글을 옮겨와 일부 수정 인용 )

*바장대다 : 짧은 거리를 작은 걸음으로 자꾸 왔다 갔다 하다.

 

 

세상이 어지럽다.

시시비비.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

질서와 혼란.

상식과 무식.

종교와 무속.

무엇하나 선뜩 구별할수 없는, 판단할수 없는 혼돈의 시대. 개와 늑대의 시간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옛 선각자는 옳고 그름에 관여하지 말고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그대로 두라며 우리가 찾는 극락세계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에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세상일에 방관하고, 시비를 가리지 않고, 진실과 거짓에 내 생각과 행동을 드러내지 않고 산과 산이, 물과 물이 서로 다툼하지 않듯이 한가로이 사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이고 옳은 일인지? 

과연 구름 걷히면 이 세상이 서방정토가 될까?

 

 

임제 의현(臨濟 義玄: ?~867)

중국 당나라 때의 승려로 선종의 한 갈래인 임제종(臨濟宗)의 창시자이다.

隨處作主 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은 너무나 잘 알려진 임제 선사의 게문(偈文)이다.

법명은 의현(義玄), 시호(諡號, 공덕을 칭송하여 붙인 이름)는 혜조선사(慧照禪師), 속세의 성은 형(邢)이다.

황벽선사(黃檗希運)의 법을 전해 받아 854년부터 임제원(臨濟院)의 주지를 지냈다. 그러므로 의현이 일으킨 종파를 임제종(臨濟宗)이라고 한다. 또 임제종의 창시자인 만큼 임제의현(臨濟義玄), 임제 스님, 임제 선사로도 불린다.

제자를 가르치는 데 몽둥이를 쓴 덕산(德山)과 쌍벽을 이루어, “덕산의 방망이, 임제의 고함(德山棒 臨濟喝)”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고함이 너무 유명해져서 제자들까지 너나없이 고함을 흉내내자 그 중 하나를 불러 두 사람이 서로 만나자마자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면 어느 쪽이 부처냐고 묻고는 제자가 대답을 못해 우물쭈물하자 바로 오리지널(...) 고함을 질러 나동그라지게 만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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