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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생활/한문서예

鳥鳴磵(조명간)

by 까마귀마을 2024. 3. 31.

 

 

 

鳥鳴磵(조명간) 새 우는 골짜기

人閒桂花落(인한계화락) 사람 한적한데 계수나무 꽃 떨어지고
夜靜春山空(야정춘산공) 밤이 고요하니 봄 산이 적막하다.
月出驚山鳥(월출경산조) 달 떠오르자 산새들이 놀랬는지
時鳴春澗中(시명춘간중) 간간이 봄 개울가에 새 소리 들린다.

                   ------왕유(王維)-----

 

註.

鳥鳴磵(조명간) :새가 산 속에서 지저귀다.

(간) : 산 골짜기의 계곡을 가리킨다.

澗(간) : 물이 흐르는 계곡을 뜻한다.

閑(한) : 한적하다. 사람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桂花(계화) : 금계(金桂). 일반적으로 가을에 꽃을 피우는 계수 즉 추계를 가리키지만, 봄에 꽃을 피우는 품종도 있기는 하다. 꽃잎을 말려서 먹기도 한다.

空(공) : 인적조차 없이 텅 빈.

時(시) : 가끔. 때때로.

 

왕유가 지은 皇甫岳雲溪雜題 五首(황보악운계잡제 5수) 풀이 하자면 왕유가 벗 황보악이 사는 운계에 대해 여러 가지 주제로 지은 시 5수라는 뜻이며 위의 시 조명간은 첫번째 수이다. 아래 5首를 따로 올립니다.

皇甫岳은 王維의 친구로 대신(大臣)이었던 황보순(皇甫恂: 663~725)의 아들이다.

왕유가 이 詩를 지은 시기는 王維가 지금의 절강성 (浙江省) 소흥현(紹興縣)에 우거(寓居)했던 唐玄宗 개원연간(開元年間: 713~741) 즉 성당기(盛唐期)에 강남(江南)지방을 두루 여행하면서 지은 작품으로 여겨지며 雲溪(운계)는 황보악 별장이 있는 곳으로 여겨지나 어딘지는 알수없다. 詩 내용으로 보아 연못이 있고 연못은 배를 저을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었고 계곡 양안에는 버드나무와 계수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있고 물속에는 붉은 연꽃과 녹평이 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위의 詩 조명간은 봄철 달뜬 밤의 야경을 그리고 있다. 

봄 산은 비어 있다. 꽃이 떨어졌으므로 비어 있다. 사람이 지워지고 꽃이 떨어지고 비로소 空에 이르자, 그 空에서부터 새로운 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윽하고 고요함 속에도 생기가 있다.  봄날 달뜰 무렵에 산길을 거닐고 있는데 달이 떠오른다. 얼마나 조용히 걷고 있는지 새들 조차 시인의 거동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떠오르는 달 때문에 놀라 날아오른다.

그야말로 고요함의 극치이다. 고요함 속에 움직임과 소리가 있고, 그 움직임과 소리 때문에 고요함이 더욱 돋보인다. 계수꽃도 떨어지느라 움직이고, 달도 떠오르느라 움직이고, 새도 우느라 움직인다. 계곡물 또한 흐르느라 움직이고, 사람만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을 뿐. 이런 움직임이 정적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고요하고 조용함 속에 한가로움이 가득 차 있다. 이 한가로움이 절대 권태로움은 아닐 것이다. (옮겨온글 보완)

 

皇甫岳雲溪雜題 五首

 

其一

鳥鳴磵(조명간) : 새 우는 골짜기

人閒桂花落(인한계화낙) : 사람 한가하고 계수나무꽃 떨어지고

夜靜春山空(야정춘산공) : 밤시간 고요하고 봄산은 비어있구나.

月出驚山鳥(월출경산조) : 달뜨자 산새들이 놀라고

時鳴春澗中(시명춘간중) : 때때로 봄 골짝 안에서 울어대는구나.

 

其二

蓮花塢(연화오) : 연꽃 핀 언덕

日日採蓮去(일일채련거) : 날마다 연꽃 따러가서는

洲長多暮歸(주장다모귀) : 모래톱이 길어 늘 저물어 온다네.

弄篙莫濺水(농고막천수) : 상앗대 놀려도 물 튀기지 말게나

畏濕紅蓮衣(외습홍련의) : 붉은 연꽃에 옷 적실까 두렵다네.

 

其三

鸕鶿堰(로자언) : 가마우지 나는 언덕

乍向紅蓮沒(사향홍련몰) : 잠깐 붉은 연꽃 향했다가 사라지고

復出淸浦颺(복출청포양) : 다시 맑은 포구 나와서는 날아오른다.

獨立何褵褷(독립하리시) : 홀로 서니 깃털 어찌나 파르르 터는지

銜魚古査上(함어고사상) : 고목 뗏목 위에서 물고기를 물고 있다.

 

其四

上平田(상평전) : 상평전에서

朝耕上平田(조경상평전) : 아침에는 상평전 밭을 갈고

暮耕上平田(모경상평전) : 저녁에는 하평전 밭을 가노라.

借問問津者(차문문진자) : 나루터 묻는 사람에게 묻노니

寧知沮溺賢(영지저익현) : 어찌 장저 걸익의 현명함을 알까?

 

其五

萍池(평지) : 부평초 가득한 연못

春池深且廣(춘지심차광) : 봄 연못은 깊고도 넓은데

會待輕舟廻(회대경주회) : 가벼운 배 돌아오기 기다리네.

靡靡綠萍合(미미녹평합) : 흩어진 푸른 부평초 합쳐지고

垂楊掃復開(수양소복개) : 늘어진 버들 쓸어가니 다시 물길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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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유王維(701-761)

모친이 독실한 불교신자인 탓에 대체로 어린 시절부터 불교의 영향을 받아 불가에 깊이 심취하였으나, 일정한 문중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북종(北宗)이 성행하자 자연스럽게 북종의 선승들과 왕래했고, 그 후 남종(南宗)이 흥기하자 남종의 선승들과 교류 했을 뿐, 남․북종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북종의 정각(淨覺)의 비문 대당대안국사고대덕정각선사비명 (大唐大安國寺故大德淨覺禪師碑銘)을 썼으며 신회(神會)의 부탁으로 남종의 시조(始祖)인 혜능(慧能)의 능선사비(能禪師碑)를 쓰기도 했습니다.불가에서는 사람들이 실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실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즉, 모든 현상과 사물(諸法)의 존재는 스스로 생겨나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들이 얽히고설킨 인과(因果)관계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현상에 불과한 실체 없는 존재(諸法無我)라는 것입니다.

왕유가 만년에 자연에 심취하여 정신적 자유를 추구했던 사상은 대승불교의 선사상(禪思想)이었습니다. 대승불교의 중심사상인 반야경전(般若經典)의 교의(敎義)는 공(空)의 사상입니다. 보이는 것이 모두 실체가 아닌 허상이라는 것이지요(一切皆空). 그리고 인연에 의해서 생기는 모든 것은 변화하며 흘러간다고 하여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하는 것입니다. 즉 ‘스스로 생겨나(自我) 변화하지 않는(無常)본질은 없다.’ ‘존재하는 것은 인과관계(因果關係)에 의한 실존일 뿐 실체가 없다.’ 이것이 ‘공空의 사상’이며 연기(緣起)의 원리(原理)인 것입니다.

늦은 밤 인적이 끊어진 고요한 산속에는 불어오는 바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마치 인생무상을 말하듯 꽃잎이 나풀나풀 떨어집니다. 순간 시인은 삶이 무엇인지 깊은 명상에 잠기게 됩니다. 그때 밝은 달이 떠올라 산속의 적막을 깨웁니다. 갑자기 숲속이 훤해지자 새들이 놀라 수런거리듯 간간이 울어댑니다. 실체가 아닌 허구에 놀라고 있는 것이지요. 왕유는 참선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관조하여 다시 자신의 내면세계로 반조(返照)함으로써 자아응시를 통한 선의 이치(禪理)를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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