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人(산중인) 산속의 사람
本是山中人 (본시산중인) 본래 산중의 사람인지라
愛說山中話 (애설산중화) 산중의 이야기 말하길 좋아한다네
五月賣松風 (오월매송풍) 오월의 솔바람을 팔고 싶은데
人間恐無價 (인간공무가) 사람들이 값을 모를까 그것이 걱정이다.
註.
說(설) : 말씀
山中話(산중화) : 산중의 이야기.
恐(공) : 두려울 공, 아마 공.
無價(무가 ): 無價値( 무가치)아무런 값어치나 쓸모가 없음.
바람에도 값이 있다면 오월의 송풍바람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폭염의 여름,
깊은 산속 계곡의 솔 바람이 얼마나 향기롭고 청신한지 느껴보지 않는 사람은 어찌 알수 있을까?
五月賣松風 人間恐無價,
오월의 솔바람 팔고 싶어도,
사람들이 값을 모를까 그것이 걱정이다.
위의 시는 지월록(指月錄 : 명(明)의 구녀직(瞿女稷)가 엮은 책으로 과거칠불(過去七佛)에서 남송(南宋)의 대혜종고(大慧宗杲)에 이르기까지 불법(佛法)을 계속 이어 온 약 650명에 대한 행적, 스승과 제자의 인연, 깨달음에 대한 문답, 어록을 담은 책) 卷 11에 수록된 몽암악 선사(蒙菴嶽 禪師)의 송(頌)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다른 본은 작자미상의 禪詩로 올려져 있다.
禪詩란 한문으로 창작된 시로 크게 보아 한시의 한 종류이다. 禪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정신적 경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할 때 시가 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선시이다.
禪이란 마음의 깨달음을 중시하면서 자아와 세계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풍부한 상상과 심도 있는 투시력을 발휘하여 깊고 미묘한 경지에 이르고자 한다. 이러한 '선'의 입장은 시적 영감을 통하여 사물과 인생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창작의 원리와 일치한다. 한편 선가(禪家)의 언어는 지극히 압축적·비약적·비유적이며 고도로 상징화된 언어로서, 이와 같은 특징은 시적 언어의 특성과 대단히 가깝다. 한시가 그렇듯 선시 역시 일찍이 중국에서 그 전범(典範)이 마련되었으며 한국의 선시는 이러한 바탕 위에서 발전할 수 있었다. 본격적 선시의 창작은 중국 선종(禪宗)의 제5조 홍인(弘忍)으로부터 제6조 혜능(慧能)과 신수(神秀)의 남북종(南北宗)으로 갈릴 당시 깨달음을 표현하거나 법통을 전수할 때 시게(詩偈)를 사용하면서 비롯되었고, 그후 남종(南宗)이 5파로 나뉘고 임제(臨濟)와 조동(曹洞)의 2종(宗)으로 통일되면서 더욱 발전해갔다. (다음백과 참조)
아래 작자미상의 선시 몇수를 올립니다.
昨夜江南雨 (작야강남우) 어제 저녁 강남에 비가 내리더니
洞庭秋水深 (동정추수심) 동정호에 가을 물이 깊었네.
一葉孤舟客 (일엽고주객) 작은 배 외로운 나그네
月中千里心 (월중천리심) 달빛 속에 고향생각 천리를 달리네.
春有百花秋有月(춘유백화추유월) 봄에는 온갖 꽃, 가을에는 달,
夏有凉風冬有雪(하유량풍동유설) 여름에는 맑은 바람, 겨울엔 눈
若無閑事掛心頭(약무한사괘심두) 마음에 걸림없이 한가롭다면
更是人間好時節(갱시인간호시절) 이야말로 인간세상 호시절이라.
刹塵心念可數知(찰진심염가수지) 티끌 같은 이 마음 다 헤아리며
大海中水可飮盡(대해중수가음진) 큰바다 저 물을 모두 마시고
虛空可量風可繫(허공가량풍가계) 허공 끝 헤아리고 바람 묶는다 해도
無能盡說佛功德(무능진설불공덕) 부처님 공덕은 능히 다 말할 길.
是是非非都不關(시시비비도불관) 옳다, 그르다 도무지 관계없고
山山水水任自閑(산산수수임자한) 산산, 물물이 스스로 한가하네
莫問西天安養國(막문서천안양국) 서방 극락세계 어디냐고 묻지를 말게
識淺名高世危亂 : 안다는 것 얕은 所見 이름만 높아 世上 어지럽기만 한데
不知何處可藏身 : 모를 일이어라 어느 곳에 可히 몸을 감출까.
漁村酒肆豈無處 : 漁村이나 술 座席에 어찌 處所가 없으리오만
但恐匿名名益新 : 이름을 감출수록 이름이 더욱 날까 그를 두려워하노라.
我有一券經 : 내게 한 권의 經典이 있는데
不因紙墨成 : 그건 종이나 먹으로 된 게 아니다.
展開無一字 : 펼쳐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常放大光明 : 恒常 환한 빛을 發하고 있다.
夜聽水流庵後竹 : 밤에는 물소리, 바스락거리는 댓잎소리
晝看雲起面前山 : 낮에는 앞산에 피어오르는 흰 구름자락
道人相見呵呵笑 : 도인이 마주보고 껄껄 웃으니
春鳥喃喃綠水間 : 봄새가 푸른 물에서 재재거리네.
欲識祖師旨 : 祖師의 뜻을 알고자 하는가?
門前一溪水 : 門 앞에 흐르는 시냇물일세.
日照光明生 : 햇빛 비추자 光明이 反射되고
風來波浪起 : 바람이 부니 波浪(파랑)이 이네.
慾知前生事 : 前生의 일을 알고자하는가
今生受者是 ; 今生에 받는 이것이요.
慾知來生事 : 來生의 일을 알려면
今生作者是 : 今生에 내가 하고 있는 이것이네.
雨過山靑 : 비 개인 뒤 山 빛이 새롭고
帶月寒松 : 달이 차가운 솔가지에 걸리고
一段風光畵不成 : 한 폭의 아리따운 모습 그려내지 못하는데
洞房深處陳愁情 : 골방 깊은 곳에서 思慕의 情에 애가 타네.
頻呼小玉元無事 : 小玉아! 小玉아! 부르는 건 별일이 있어서가 아니고
只要檀郞認得聲 : 단지 郎君에게 제 목소리 알아듣기 바라서이네.
一吹無孔笛 : 구멍 없는 피리 한번불고,
一撫沒絃琴 : 줄 없는 거문고 탄다.
一曲兩曲無人會 : 이 曲調 저 曲調 알아듣는 사람 없는데
雨過夜塘秋水深 : 비 지나매 가을 물만 깊어진다.
恁麽 恁麽 : 옳거니 옳거니
大地踏翻信脚行 : 온 누리 縱橫無盡 발길대로 가다가
恁麽 不恁麽 : 틀렸다 틀렸다
橫擔槪栗舞秋風 ; 지팡이 둘러메고 가을바람에 춤춘다.
靑山疊疊彌陀窟 : 첩첩한 靑山은 阿彌陀佛이 계신 곳이요
滄海茫茫寂滅宮 : 아득한 푸른 바다는 寂滅宮이로다.
物物拈來無罣碍 : 物物이 서로 아무 障碍 없으니
幾看松亭鶴頭紅 : 소나무 亭子에 붉은 머리 鶴을 몇 番이나 보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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