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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글 좋은 글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by 까마귀마을 2023. 11. 1.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지금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라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당신이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과 내가 함께 나누었던
그 시간들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물에는 저절로 흐르는 길이 있다.
물은 그저 그 길을
그 길을 따라 흘러갈 뿐이지
자기의 뜻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격류 속을
순조롭게 헤엄쳐가는 묘법임을 알자.
역경을 굳이 피하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갈 때
내 인생은 유유히 흘러갈 수 있다.

​물고기들은
잠을 잘 때 눈을 감지 않는다.
죽을 때도 눈을 뜨고 죽는다.
그래서 산사 풍경의 추는
물고기 모양으로 되어 있다던가.
늘 깨어 있으라고.

​나는 나뭇잎 떨어지듯
그렇게 죽음을 맞고 싶다.
비통하고 무거운 모습이 아니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기실 제 할 일 다하고 나서
미련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은
얼마나 여유로운가.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 세상에 손 흔들며 작별하지 않는가.

​슬픔은 방황하는
우리 사랑의 한 형태였다.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새는,하늘을 나는 새는
길이 없더라도 난다.
길이 없으면 길이 되어 난다.

​어둠 속에서도 훨훨훨……,
우리도 날자.
길이 없어 걸을 수 없으면
날아서 가자.
슬픔을 앞서,
이별보다 먼저 날아서 가자.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살아 있음의 특권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
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다.

​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간절히 소망했던
내일이란 시간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지금 비록 내가 힘겹고 쓸쓸해도
살아 있음은 무한한 축복인 것을.
살아 있으므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는
소망 또한 가지게 됨을.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아아 지금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라.
그 느낌에 감사하라.

 

그대는 나에게로 와서 섬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내 마음 거센 파도로 출렁일 때마다
잠겨버릴 것 같은 섬.
그리움으로 저만치 떠 있는……

이정하의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중에서

 

시인 이정하는

1962년 대구에서 출생 대건고를 졸업.

원광대 국문과에 졸업.

1987년 대학 재학중 경남신문,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

현재 역사 문화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 "우리 사랑은 왜 먼 산이 되어 눈물만 글썽이게 하는가"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우리 사는 동안에" "소망은 내 지친 등을 떠미네" 등이 있다.

 

살아있기 때문에 아프고, 살아있기 때문에 외로운 거야.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살아 있음의 특권이라고 할수 있다.

지금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무지하게 갈망했던 시간 이었는 걸.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주기적인 검진시기가 아니었지만 몇가지 검사를 받았는데 좋지않은 결과를 접하고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집안에 가족력이 있어 평소 조심을 하였지만 부모로 부터의 유전은 피해갈수는 없나보다. 다행 인것은 아직 병의 단계로 가기 전이라 경우에 따라서는 간단한 시술로 치료가 된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 아프고 외로운 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야. 지금 힘겹고 외로워도 살아 있음은 무한한 축복이다,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자.

인생에서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느냐가 아니고,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할 때가 많다.  마음의 짐이 무거우면 인생 길이 힘들다. 살아가는 일이 자꾸 짐을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욕망을 가볍게 하는게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 개개인에겐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무게가 있다. 지나친 욕심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오버 해서도 안되지만, 감당해야 하는 무게를 비겁한 방법으로 줄여가도 안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순탄하게 돌아가는 것은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낮은 곳으로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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