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이근후 교수----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며 50년간 15만 명을 돌본 이근후 정신과의사는 말한다. 행복은 신기루 같은거 , 작은 즐거움으로 슬픔 덮고 살아야 행복을 느낄수 있다고...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 엄청나게 큰 한방의 행복을 찾지 마라.일상에서 작은 일로 찾는 즐거움을 자주 가져라.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 빈도. 그것이 행복이다. 우리는 행복 하려고 사는게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한 방법일 뿐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살면서 중요 (重要)한 말은 "Here & Now"이다.
나는 의대교수(醫大敎授) 였다. 79세의 노인(老人)이다.
정신과(精神科) 전문의로, 50년간15만 명의 환자(患者)를 돌보고, 학생(學生)들을 가르쳤다.
퇴직(退職) 후, 왼쪽 눈의 시력(視力)을 완전히 잃었다.
의사(醫師) 였음에도 불구하고, 당뇨병(糖尿病), 고혈압(高血壓), 통풍(痛風), 허리디스크, 관상동맥협착, 담석 등 일곱 가지 중병(重病)과 고달픈 스트레스를 벗 삼아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남은 한쪽 눈으로, 아침이면 해를 볼 수 있고, 밤이 되면 별을 볼 수 있다.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에 햇살을 느낄 수 있고,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품을 수 있다.
이 얼마나 감사(感謝)한 일인가?
남의 아픔을 아파해 줄 수 있는 가슴도 가지고 있다.
세상(世上)을 원망(怨望)할 시간이 없다.
지팡이 짚고, 가끔 집 밖으로 산책(散策)을 했다.
한쪽 눈이지만, 보이는 것만 보아도, 아름다운 것이 너무 많았다.
지금은 다리에 힘이 없어 산책(散策)이 어렵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이는,
앞산 숲의 색깔이 아름답다. 감사(感謝)하다.
인생(人生)이란 바로 '여기(here)'와 지금(now)'이다.
행복(幸福)을 느낄 시간과 공간(空間)과 사람은 바로 지금이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한번이라도 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내가 바로 즐거움이다.
살아보니까 그렇다. 뇌 속에서 행복(幸福)을 만드는 물질(物質)은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과거(過去)의 행복한 추억 (追憶)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바로 지금,
지금 내가 즐거워야, 엔도르핀이 형성(形成)된다.
사람이 어떻게 늘 행복(幸福) 하기만 하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분법적 (二分法的)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제 죽은 사람들이 하루라도 더 살기를 원했던, 그 소중(所重)한 시간에,
나는 오늘에 살고 있다. 감사(感謝)하다.
지금 비록, 괴롭고 슬퍼도 한 가닥 희망(希望)을 만들어 보자.
지금 살아 있음에 즐겁고, 만날 수 있음에 감사(感謝)하자.
지나간 세월(歲月)은 상당히 어렵게 살았더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다 행복(幸福)했던 거라고, 나이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짜릿하게 행복(幸福)한 시간(時間)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지나간 그 추억(追憶) 으로 살기 때문이다.
본인(本人)이 괴로움을 겪어 봐야, 행복(幸福)이 뭔 줄 알고, 행복(幸福)을 느낄 줄 안다.
인생(人生)살이 살면서 오늘, 지금, 여기가, 제일 중요(重要)하다는 말이 맞는 말 같다.
"내가 지금 아내 없이 살아 보니까, 아내가 있을 땐 정말 몰랐는데, 아내가 옆에 없으니, 젓가락 한 쪽이 없어진 거나 똑같은 거야...!!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에게 주어진 대로, 지금 현재(現在)에 감사하면서, 현실(現實)을 받아들이면 모든 것이 다 보인다.
幸福의 답은, "바로 지금(Now), 여기(Here) 내 가슴"에 담겨 있다. 고개 들어,저 멀리 하늘을 한번 보자.
지금에 감사(感謝)하자!!
여기에 행복(幸福)하자!!
오늘에 충실(忠實)하자!! 이근후(이화여대 명예교수)
세월은 많은 것을 가져갔다. 건강과 에너지, 일과 의욕 그리고 미래. 그러나 나에게는 남은 것이 있다.
많은 시간과 깊어진 눈과 즐길 줄 아는 여유다. 그것으로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다.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중략)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네팔 룸비니 동산에 갔을 때다. 룸비니 동산은 석가모니 부처가 태어난 불교의 성지다. 2600년 전 석가족의 왕비 마야 부인은 친정으로 아기를 낳으러 가다가 이곳에서 산통을 느끼고 사라수 나무 밑에서 석가모니를 낳았다. 아름다운 숲이 우거진 낮은 언덕을 상상했는데 막상 보니 룸비니 동산은 밋밋한 정원처럼 보였다. 문득 앞서 가는 한 무리의 여행객들 사이에서 낯익은 한국말이 들렸다.
“여기가 룸비니 동산이야? 볼 게 하나도 없네.”
실망한 목소리다. 성지라기에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신비롭기는커녕 네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시골 풍경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불교를 조금이라도 알고 이해한다면 구석구석 성스럽지 않은 곳이 없다. 넓은 땅 위에 서 있는 사라수 나무는 2600년 전 석가모니의 탄생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오히려 성스러움과 신비함은 아주 평범하거나 그보다 못한 환경에서 나온다. 예수 또한 베들레헴의 시골 마을 마구간에서 탄생하지 않았나. 평범한 풍경 속에 감춰진 2600년 전 시간을 더듬어 보고 느낄 수 있다면 룸비니 동산은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반대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 헤아린다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나이 들어 맞이하는 인생은 룸비니 동산과 비슷하다. 발견하고자 한다면 많은 것들을 보고 찾아낼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면 늙고 병들고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나이 듦의 전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노년은 잔잔한 호수를 떠나는 나룻배다. 나룻배는 동력이 거의 없다. 젊은 날에 소진했기 때문이다. 조금 남아 있는 힘으로 저어야 하는 나룻배는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 배의 속도에 맞춰 주위 풍경도 천천히 흘러간다. 평소 보지 못한 많은 것들에 눈길이 닿고, 작은 소리도 가깝게 들려온다. 나무의 푸른 이파리, 나무에 둥지를 튼 새들의 지저귐, 일렁이는 물결, 그리고 노를 젓는 내 손등에 도드라진 힘줄까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노년은 인생에서 느린 속도가 허락된 시간이다. 노인은 뭐든 천천히 해도 용납이 된다. 노인이 큰길을 뛰어가거나, 허겁지겁 음식을 먹거나,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오감을 온전히,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기도 노년이다. 혹자는 나이가 들면 감각이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생물학적 감각은 떨어질 수 있어도 마음으로는 더 깊고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긴 세월 살아오며 겪은 수많은 경험과 여유로워진 시간이 결합하여,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친 감각을 깨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발견을 통해 인생의 많은 것을 새롭게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시기가 노년이다.
나는 거의 날마다 아내와 함께 연구소에 나간다. 연구소는 부부의 놀이터다. 연구소에는 각자의 방이 있다. 사회학을 전공한 아내와 정신과 의사인 나의 공통분모를 살려 가족, 노인, 부부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 관해 연구한다. 연구라고 하니 거창한 프로젝트 같지만 관련 글쓰기와 여러 질문에 대한 조언이 대부분이다. 나는 인터넷으로 사이버 강의를 듣고 청탁 원고를 쓰고 종종 제자들의 안부에 답장을 보낸다. 옆방에 아내가 있으니 편안하다. 당뇨가 있는데도 아내는 가끔 설탕을 넣은 커피를 들고 온다. 그 커피향이 좋다. 지인들은 물론 낯선 사람들의 방문도 반갑다. 특정 범죄 사건에 정신과적 조언을 구하는 기자들, 또 산에 대한 인터뷰를 하러 오는 이들도 있다. 글을 쓰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그러다 문득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위가 보인다. 긴 세월 동안 비바람에 닳고 깎인 바위는 영락없는 사람의 옆모습인데 사람들이 나를 닮았다고 했다. 정말 나를 닮았는가 싶어 찬찬히 뜯어본다.
젊은 시절에 이런 느긋한 여유를 즐기기란 쉽지 않다. 늘 내일내일, 다음다음을 생각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쁘기 때문이다. 학부시절부터 본 때 묻은 책들, 목욕탕에 가득한 하얀 김, 아들내외가 간식거리로 사온 전병과자,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떼를 쓰며 울던 기억들……. 나이가 들어 비로소 눈뜬 오감은 인생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게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 이런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절대 구할 수 없다. 룸비니 동산처럼 말이다. P. 맥스웰이란 사람이 한 말이 있다. “나이 먹는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노년기를 발견의 시간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만약 그가 무엇을 발견하라는 말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혼자 힘으로 발견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발견이 아닐 테니까요’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동감이다.
네팔인 친구 라즈반다리 씨와 히말라야 고산 트레킹을 갔을 때였다. 2주 동안 5000미터 고봉을 걷는 일정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서도 내 눈은 늘 고봉에 가 닿아 있었다. 저기 어디쯤에 목적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꽤 높이 올라갔을 즈음, 앞서 걷던 라즈반다리 씨가 갑자기 땅바닥에 앉더니 나보고 옆에 와서 누워 보라고 했다. 그는 뜬금없이 물었다.
“이 선생, 무슨 소릴 안 들립니까?”
“무슨 소리요?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요?”
라즈반다리 씨는 자꾸만 무슨 소리가 안 들리느냐고 여러 번이나 물었다. 미안해서 들린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가만히 누워 있으니 정말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풀벌레 소리였다. 바람소리도 들렸다. 옆으로 눈을 돌리자 벌레들이 꾸물거리고 개미도 열을 지어 기어가고 있었다. 아! 거대한 히말라야도 이런 작은 미물을 품고 있었구나! 나는 놀랐다. 히말라야를 다닌 지 수년이 넘었는데 나는 언제나 높은 산봉우리만 바라본 것이다.
노년은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에서 충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생물학적으로 늙는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우리의 늙어 가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세월은 많은 것을 가져갔다. 건강과 에너지, 일과 의욕 그리고 미래. 그러나 나에게는 남은 것이 있다. 많은 시간과 깊어진 눈과 즐길 줄 아는 여유다. 그것으로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다.
날이 며칠 춥더니만 연구소 욕실 물이 얼었다. 해마다 겨울이면 얼곤 했는데 올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아내가 물이 안 나오는데 어떡하냐고 걱정하기에 가서 봐 주는 척했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3월 어느 날이면 또 여지없이 물이 콸콸 나오곤 했다. 이런 여유는 노인이 부려야 어울리지 않겠는가.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이근후, 갤리온, 2019.)’에서 옮겨 적음.
이근후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명예교수, 작가 @ 한국일보
이근후 교수는
1935년에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로 1970년부터 2001년까지 강의하셨고 정신의학을 중심으로 성 상담, 사회복지, 청소년 교육, 심리학, 보건, 간호 등의
다양한 영역의 분야에서 활약하셨습니다.
특히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 병동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했던 시기에 선구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국내 최초로 사이코드라마 치료법을 실시하고 정신과 병동 내 상황을 목격하며 시설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환자들과 가족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네팔을 방문하여 환자들을 돌보는 등 해외에서도 13년간의 의료봉사활동을 펼치셨습니다.
또한 복지 법인 광명 보육원 이사로서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고, 문학회와 봉사 활동을 이끌며 다채로운 집필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그 중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2011년에는 76세의 나이에 고려사이버대학에서 수석 졸업하셨고, 87세에 이르러서도 책 《코끼리 만지는 인생》을 집필하셨습니다.
이 모든 활동과 삶의 신념을 바탕으로 "지나간 것이나 아직 닥치지 않은 것을 걱정하는 대신, 현재에 행복을 누리자"라고 조언하며 또한, 우리는 삶을 통해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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