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看半開 飮酒微醉 此中大有佳趣 ( 화간반개 음주미취 차중대유가취)
------ 채근담-----
꽃은 반쯤 핀 것을 보고 술은 조금만 덜 취하게 마시면 그 안에 참다운 아름다움이 있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에 흠뻑 취하게 되면 도리어 추악한 지경에 이르게 되니 가득 찬 상태에 있는 자는 응당 신중히 생각하여야 할 일이다. (채근담)
註.
花看半開(화가반개) = 꽃은 반쯤 핀 것을 본다. 화(花)가 주어 간반개(看半開)가 술어로 되어 있는 구조이다.
酒飮微醉(주음미취) = 술은 조금만 취하도록 마셔야 한다.(일부 판본에는 미취(微醉)가 미훈(微醺)으로 되어있다. 미취(微醉)와 미훈(微醺)은 같은 뜻이다.)
微(미) =작을 미
此中(차중) = 이렇게 하는 속에. 이런 가운데.
大有佳趣(대유가취) = 크게 아름다운 멋이있다. (가취(佳趣)= 고아한 정취.)
爛漫(난만)= (꽃이 만발하여) 한창 볼 만하게 탐스러움. 눈부시다. (爛은 빛날 난)
若至爛漫酕醄(약지란만모도) =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에 흠뻑 취하게 되면.
酕醄(모도)=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가 된 상황을 뜻한다. 니취(泥醉)와 같다.
便成惡境( 변성악경)= 도리어 추악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履盈滿者(리영만자) = 부귀영화가 원하는 만큼 가득 차 있다는 의미를 지닌 영만의 상태에 있는 자.
盈滿(영만)= 극에 달하다. 그윽하다. 충만하다.
宜思之 (의사지)= 마땅히 생각해야 한다.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에 실린 구절로 花半開 酒微醉 (화반개 주미취)로 줄여 세간에 알려져 있다.
花半開 酒微醉 즉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아름답고 술은 조금 덜 취했을 때 가장 즐겁다.
활짝핀 꽃은 이내 시들고 떨어져 지저분 해지니 꽃을 감상 할때는 조금은 덜 피었을때가 보기에 편하고 아름다우며 술은 적당히 약간의 취기가 있을때 그만하면 술로 인한 추태나 실수가 없을것이다. 세상만사가 다 욕심과 욕망에 이끌려 가득 채움으로 추악해지고 추락하니 가득 채운자들은 응당 이를 경계하여야 한다.
특히 술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득도 있지만 취하고 넘치도록 마심으로 주는 해악은 이루 말할수 없다. 이 난을 빌려 술에 대한 역사와 우리 인간과의 사연을 알아 볼까 합니다.
인류가 언제부터 술을 즐겼는지 정확한 기원을 알기는 어렵다. 술의 첫 등장은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부터라 추측된다. 이걸 최초로 빚은 존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원숭이 이다. 원숭이가 겨울철 먹이가 부족할 것을 대비하여 본인의 공간에 숨겨놓았는데 상하는 것의 개념을 몰라 발효된 과일을 먹고 취해서, 이 기분이 너무 좋아 일부러 과실을 발효시켜 먹었다는 설이있다.
즉 술은 인류 탄생 시작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인류가 목축과 농경을 영위하기 이전인 수렵, 채취시대에는 과실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효음료는 초기 인류가 방치된 과일이나 곡류 또는 꿀이 발효된것을 마시면서 사람의 기분을 좋게하고 취하게 하는 음료로 변한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 의도적으로 재배하거나 제조함으로 주류 생산이 시작 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시대별로 주종의 변천을 살펴보면, 수렵, 채취시대의 술은 과실주였고, 유목시대에는 가축의 젖으로 젖술이 만들어 졌다.
곡물을 원료로 하는 곡주는 농경시대에 들어와서야 탄생했다. 청주나 맥주와 같은 곡류 양조주는 정착농경이 시작되어 녹말을 당화시키는 기법이 개발된 후에야 가능했다.
소주나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가장 후대에 와서 제조된 술이다.
술의 원료는 그 나라의 주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일하게 에스키모족만 술이 없었는데 이는 그들의 음식이 어패류나 해수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이었다 한다.(일단 엄청난 저온지대라 술은 발효하기에도 큰 어려움이 있어서 그랬을듯)
농경시대에 들어와 곡물로 만든 술이 탄생하면서 동서양에서 술은 농경신과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다. 술의 원료가 되는 곡물은 그 땅의 주식이며 농경에 의해서 얻어지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종교가 발전하면서 술도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일반적으로 술을 빚어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종교적 의식을 목적으로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인도의 베다 시대에는 소마(soma)주를 빚어 신에게 바치는 의식이 있었고, 가톨릭에서는 포도주가 예수피의 상징이라 하여 세례에 쓰이고 주교가 미사 중에 마신다.
원시인들은 발효를 증식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풍요와 연결시켰고, 여성의 생식작용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중동지역의 원시종교는 술에다 물을 섞어 신에게 바치는 것을 의식의 중심으로 거행했다. 여기에서 물을 남성으로 상징하여 음양화합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라고 불리는 로마 신화의 주신 바커스는 제우스와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그 신앙은 트라키아 지방에서 그리스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바커스는 대지의 풍작을 관장하는 신으로 아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여행하며 각지에 포도 재배와 양조법을 전파했다고 한다.
이집트 신화의 오시리스는 누이인 이시스와 결혼을 하고 이집트를 통치한 왕이었으나 동생에게 살해되어 사자(死者) 나라의 왕이된다. 이 신은 농경의례와 결부되어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보리로 술을 빚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술의 기록은 기독교 경전 구약성경에도 나온다 창세기 9장에 의하면 "농부인 노아는 포도밭을 가꾸는 첫 사람이 되었다. 그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은 채 자기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맥주는 기원전 4.000년 경부터 고대 메소포타미아 특히 수메르인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발굴에 의하면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수메르의 도시인 "움마"에서 발견된 영수증은 양조업자로 부터 최고급 맥주를 구매한 사실이 기록된 "알룰루"(맥주영수증) 임을 볼때 술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다.
한자로 술을 忘憂物(망우물)이라 하는데 이는 도연명의 詩 음주에 나오는 구절로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이라는 뜻으로 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술을 마시면 근심을 잊는다는 데서 온 말이다. 그럼 동양에서 술은 어떤 의미이며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는지 옮겨온 글(일부 보완)로 알아 보겠습니다.
중국에서는 하나라의 시조 우왕 때 의적이 처음 곡류로 술을 빚어 왕에게 헌상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 후 의적은 주신으로 숭배되고 그의 이름은 술의 다른 명칭이 되었다. 또한 진나라의 강통은 주고라는 책에서 술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상황(천지개벽과 함께 태어난 사람) 때부터 이고 제녀 때 성숙되었다 라고 적어 인류가 탄생하면서 부터 술이 만들어졌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중국에서 처음 술을 빚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8,000년 전인 황하문명 때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시기의 유적지에서 발굴된 주기(술을 발효시킬 때 사용하거나 술을 담아두던 용기)가 당시 필요한 용기의 26%나 되었을 정도로 술은 이 시기에 일상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술이란 하늘이 준 아름다운 선물이다. 제왕은 술로 천하를 양생했고 제사를 지내 복을 빌고 쇠약한 자를 돕고 질병을 치료했다. 예를 갖추는 모든 모임에 술이 없으면 안 된다.”
중국의 한서(漢書) 식화지(食貨志)에 나오는 술에 대한 해설이다. 신(新) 나라를 세운 왕망(王莽)은 “소금이 음식의 장수(將)라면 술은 백약의 으뜸(百藥之長)”이라고 치켜세운 뒤 술을 국가 전매품으로 만들었다.
진(晉)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그의 시 음주(飮酒)제7수에서
秋菊有佳色 (추국유가색) 아름다운 가을 국화 꽃
裛露掇其英 (읍노철기영) 이슬이 내려 앉은 꽃잎 따서
汎此忘憂物(범차망우물) 근심 잊으려 술에 띄워서 마시니
遠我遺世情 (원아유세정) 속세와 멀어진 심정 더욱 간절하다
라고 노래했다. 이때부터 술은 근심을 잊게 해준다 하여 망우물(忘憂物)로 불렸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 역시 ‘단가행(短歌行)’에서 술을 예찬했다.
對酒當歌 人生幾何(대주당가 인생기하)
譬如朝露 去日苦多(비여조로 거일고다)
慨當以慷 憂思難忘(개당이강 우사난망)
何以解憂 唯有杜康(하이해우 유유두강)”
술잔 들고 노래 부르자 인생 얼마나 남았겠나
아침 이슬처럼 쓰러질 것이건만 지난 세월 고생도 많았다
주먹 쥐고 울분 토해도 지난 근심은 잊을 수 없어라
아! 무엇으로 시름을 떨치리오, 오직 술뿐인 것을.
시선(詩仙) 이백(李白)은 사내가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은 마셔야 한다고 ‘장진주(將進酒)’에서 노래했다.
조선(朝鮮)의 송강(松江) 정철(鄭澈)도 “곳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무진무진) 먹새근여”라며 시조 ‘장진주사(將進酒辭)’에서 술을 권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한 법.
명(明)말의 학자 홍응명(洪應明)이 지은 채근담(菜根譚)의 다음 구절은 연말 모임에 딱 알맞은 경구다. 花看半開 酒飮微醉 此中大有佳趣. 若至爛漫 便成惡境矣. 履盈滿者 宜思之. (화간반개 주음미취 차중대유가취. 약지란만 편성악경의. 리영만자 의사지)” “꽃을 감상할 때는 반쯤 피어 있는 게 좋고 술을 마실 때는 얼큰할 정도가 좋다. 이 가운데 (꽃 감상의) 아름다움과 (음주의) 멋이 있다.
꽃이 활짝 피고 술에 흠뻑 취하면, 도리어 추악한 지경에 이르니 가득 찬 상태에 있는 이는 생각할 일이다.
술은 누가 처음으로 만들었을까. 기록에 의하면 하(夏)나라 때 의적(儀狄)이 최초로 만들었다고 한다. 술은 왕후장상은 물론 필부필녀까지 시공을 초월하여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시인 묵객들은 술을 찬미하는 시문을 남기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술은 문학의 좋은 소재가 되어왔다. 술은 우리 인생에서 어떤 존재이며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동파 소식(蘇軾)은 「동정춘색」(洞庭春色)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應呼釣詩鉤 亦號掃愁箒(응호조시구 역호소수추) 응당 시를 낚는 갈고리라 부를 수 있고 또한 근심을 쓸어내는 빗자루라 할 수 있네.” 술을 이렇게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술이란 시를 낚는 갈고리이자 근심을 쓸어내는 빗자루라고 했다. 예로부터 술은 근심을 잊게 하고 풀어주는 것이라 하여 망우물(忘憂物), 해우물(解憂物)라고 했다. 작게는 자신과 가정사의 근심 때문에, 크게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며 잔속의 물건(杯中物)을 입안에 부어 넣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둘째 아들 학유에게 보낸 편지에서 술은 나라를 망치고 가정을 파탄(亡國破家)시키는 것이라 했다. 차남 학유가 장남 학연보다 주량이 “배도 넘는”데 대하여 실망한 나머지 “어찌하여 글공부에는 이 애비의 성벽을 계승하지 않고 술만은 이 애비를 넘느냐 이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다산은 자신의 주량은 알 수 없다고 했다. 과거에 합격하기 전에 중희당에서 삼중 소주를 옥필통에 가득 부은 하사주를 받고 “나는 오늘 죽었구나.”라고 했지만 취하지 않았다. 과거에 합격(28세)한 후 춘당대에서 하사주를 큰 사발로 마셨으나 당시 여러 학사들은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남쪽을 향해 절을 하거나 연석에서 엎어지고 누워 있었지만 자신은 과거 답안지 채점을 끝나고 물러날 때 약간 취했다고 했다.(寄游兒) 임금님 앞이라서 긴장이 되어 취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술에 강한 체력이었음을 수 있다. 다산은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내가 술을 반 잔 이상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라고 반문한 후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는 것”이고 “술의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다"라고 했다.
술을 좋아하는 자는 대부분 폭사(暴死)한다고 했다. “무릇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가정을 파탄하는 흉패한 행동은 모두 술로 말미암아 비롯된다"라고 했다. 다산은 아들에게, 폐족으로 못된 술주정뱅이라는 이름이 더 붙게 된다면 앞으로 어떤 등급의 사람이 되겠느냐면서 술을 끊으라고 했다. 유배된 이 애처로운 애비의 말을 따르라면서 “빌고 비노니, 술을 입에서 끊고 마시지 말도록 하라."라고 애절하게 당부했다. 다산의 장남 정학연(1783∼1859)은 76세를 살았고 주량이 형보다 배가 쎄었던 차남 정학유(1786∼1855)는 69세로 운명했다. 차남이 형보다 일찍 세상을 뜬 원인을 알 수 없으나 아마 과음이 원인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술이 아무리 망우물(忘憂物)과 해우물(解憂物)이지만 근심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다산은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는 것”이고 “술의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다”했고 망국패가(亡國破家)의 주범이라 했다.
술은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질이다. 그래서 백약지장(百藥之長)이란 말을 듣는다. 그런 까닭에 모임이나 잔치 연회엔 술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력(酒歷)이나 주력(酒力)에 따라 다르겠지만 얼근한 상태를 넘지 않게 마시면 그야말로 망우물(忘憂物)이 될 수 있겠지만 지나치면 망우물(亡愚物)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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