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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글 좋은 글

능금

by 까마귀마을 2023. 9. 22.
능금
 

천(千)의 바람

만(萬)의 물이

그 속을 알까?

 
 

베짱이

귀뚜라미

이슬이 알까?

 
 

시리도록 푸르른

저 무변(無邊)에

피멍울로 박혀있는

한 점의 순수(純粹)

 --윤 태수--

 

풀이

무변(無邊) : 끝이 닿는데가 없음.

순수(純粹) : 이질적인 잡것이 섞임이 없음.

능금 : 능금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를 말한다. 흔히 사과를 일컬어 예부터 능금이라 했다. 그러나 실제는 사과하고는 種이 다르며  원조 능금나무는 현재 멸종위기종(種)이다.

본래 한국에서 자생하던 능금은 알이 작아 엄지와 검지로 충분히 잡고도 남을 정도이다. 사과와는 모양만 비슷할 뿐, 크기 뿐 아니라 색도 다르다. 사실 능금은 사과보다 너무 작고 신맛이 강해서 현대인들의 입맛으로는 식용으로 쓰기에 부적합한 면이 많아 점차 사장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능금'이란 단어만 남아있다. 사과는 한자이고 능금은 우리 고유어라고 알고있지만 이는 오해다.

*사과는 장미과 사과나무속에 속하는 속씨식물로 중앙아시아와 중국대륙 사이에 위치한 테산산맥과 타림분지가 원산지로 알려지고 있으며 현재에도 카자흐스탄 지역에는 야생사과 나무가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배와 복숭아도 같은 지역이 원산지이다. 약 4000년전 유렵으로 전파되어서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중요 농산물로 자리잡고  이후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다. 유럽에서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된 사과나무는 17세기에 미국에 전파되어 사과는 미국의 중요 농산물중 하나로 발전하였다. 동양의 경우 중국에서 1세기경에 재배한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는 적어도 기원전 6500년경부터 야생 사과를 채집하기 시작했고, 이후 재배를 하면서 교잡과 접붙히기를 통해 크기를 더 키우고 입맛에 맞는 품종으로 개량했다. 그 결과 현대의 사과가 탄생했다. 현대 사과는 유전자 분석 결과, 적어도 4종의 야생 사과가 섞여 있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사과는 실크로드를 통해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졌으며, 이 때문에 고대 교역로 곳곳에서 보관된 사과 씨앗과 묘목이 발견된다.

 

 

빠알갛게 잘익은 능금 한 알이 어떻게 해서 저토록 빠알갛게 익어가는지 그 비밀은 누구도 알수없다.

수 없이 다녀갔던 바람도 물도 알지 못할것이다.

여름내내 능금나무 곁에서 울던 베짱이도, 

가을밤이 새도록 울던 귀뚜라미도, 

그리고 밤새도록 능금밭에 내린 이슬도 어떻게 해서 한알의 능금이 저토록 빠알갛게 익어가는지 그 비밀은 알지 못할것이다.

저 무변광대한 푸른 들판에서 한 알의 빨간 능금이 익어가는 그 신비한 생명의 비밀을 어느 누구도 알수 없을 것이다.

 

시인 윤태수는

1942년 서울에서 출생.

성균관 대학교 국문학 학사.

1963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상명대학교 명예교수.

시집으로 "그대에게 주고 싶은 노트"가 있음.

 

대중가수 배호의 노래 

능금빛 순정 

 

사랑이 그립거든 손짓을 해요

말못할 순정은 빨간 능금알

수줍어 수줍어 고개 숙이다

조용히 불러주는 능금빛 사랑

 

사랑을 따려거든 발돋음 해요

꽃바람 치면은 빨간 능금알

외로워 외로워 눈물 흘리다

말없이 떨어지는 능금빛 순정

 

능금 (김춘수)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이미 가 버린 그 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 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깊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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