曲池荷(곡지하) 곡지의 연꽃
浮香繞曲岸(부향요곡안) 흩날리는 향기는 곡지(曲池) 물가에 감돌고
圓影覆華池(워영복화지) 둥근 연잎의 그림자가 물에 비친 꽃을 덮고있네
常恐秋風早(상공추풍조) 나 항상 두려운 것은 철 이른 가을바람
飄零君不知(표령군부지) 바람 불어 꽃이 진대도 내 님은 모르실 텐데.
-----노조린(盧照隣)-----
註.
曲池(곡지) : 당나라 수도 長安城 동남쪽에 있는 연못 (曲江池 : (연못가운데 연을 가득 심어놓아 풍광이 아름다운 유원지)
浮香(부향) : 바람타고 번져오는 향기
圓影(원영) : 연잎이드리우는그림자
飄零(표령) : 시들어 바람에 펄펄 흩날림. 처지(處地)가 딱하게 되어 안착 (安着)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님.
신비로운 빛깔과 청초한 자태를 뽐내는 연꽃에 자신을 비유한 이 시인은 어떤 사연을 간직한 채 물속에 몸을 던져 자살했을까?
젊은 시절 관직에 올랐고 또한 출중한 글재주로 주위에 향기를 뿌리며 살던 이 시인은 나이 마흔무렵 지금도 고치기 어렵다는 중풍으로 오래동안 병마에 시달리다가 요양을 위해 하남성 우해 구자산아래 은거 하였지만 병세가 호전 되기는 커녕 오히려 두다리 마저 마비되고 손도 한쪽을 못쓰게 되자 釋疾文 3首를 남기고 스스로 강물에 목숨을 던졌다.
연꽃은 여름에 피어나 가을의 찬바람이 불 때쯤 진다.
화려한 연꽃으로 수놓은 연못 위로 둥근 잎의 그림 자가 꽃을 뒤덮다는 어두운 시구는 철 이른 가을 바람이 불어와 여름내 화려하게 핀 꽃이 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로 이어진다, 허나 정말 두려운 것은 꽃이 지는 것이 아니라 너무 일찍 불어온 가을 바람에 꽃이 지는것을 그 님이 모르는 것이리고 시인은 읊고있다. 낙화(落花)도 슬프거니와 떠나간 님을 향 한 그리움이 더욱 애잔하다, 이 시는 어느 시기에 지은 것인지는 모르나 한편으로는 남다른 재능과 학문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알아 주는 이 없이 아픈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외로이 떠돌며 때를 만나지 못함과도 같은 좌절과 슬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노조린 (盧照隣)
당나라 초기 4걸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당나라 초기의 시인이다.
자는 昇之(승지) 호는 幽憂子(유우자) 허베이성 판양 출생이다.
악질에 걸려 사천성 新都(신도)의 위를 물러나 각지를 전전하며 투병 생활을 계속하였으나 끝내 효험이 없자 물에 빠져 자살하였다. 왕발(王勃) ·양형(楊炯) ·낙빈왕(駱賓王)과 함께 당나라 초기 4걸(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소위 초당사걸로 불리웠는데 모두 신분이 낮은 사족(士族) 출신으로, 젊어서 시단(詩壇)에서 이름을 떨친 공통점이 있다. 당시선(唐詩選)에 있는 장대한 칠언가행(七言歌行) 장안고의(長安古意)가 특히 유명하다. 長安古意는 평이한 시구로 세인들이 노래하기에 흥겨워서 인지 오래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유작으로는 유우자집(幽憂子集) 7권이 있다. 아래 長安古意의 긴 詩중 많이 알려진 마지막 4구절을 올립니다.
長安古意(장안고의) 장안을 회고하며
節物風光不相待(절물풍광불상대) 물산과 풍광은 그대로 있지 않고
桑田碧海須臾改(상전벽해수유개) 뽕밭이 바다 되듯 잠깐 사이 변하네
昔時金階白玉堂(석시금계백옥당) 옛날의 금계단 백옥당이 있던 곳에는
卽今惟見靑松在(즉금유견청송재) 지금은 오직 푸른 솔이 서 있을 뿐이네
寂寂寥寥揚子居(적적요요양자거) 고요하고 쓸쓸한 것은 양자의 거처
年年歲歲一牀書(연년세세일상서) 해마다 한 책상씩 책이 쌓여 있건만
獨有南山桂花發(독유남산계화발) 오직 남산의 계수나무 꽃만이 활짝 피었고
飛來飛去襲人裾(비래비거습인거) 흩날리는 꽃잎은 옷자락 위에 떨어진다.
철따라 나는 문물, 아름다운 경치는 서로 기다리지 않고
뽕나무 밭은 잠깐사이에 푸른 바다로 바뀐다네
옛날에 으리으리하던 고루거각이
보아라 지금은 청솔밭이 되었구나
적적하던 양씨의 집에는
해마다 한 책상씩 쌓여가는 가득한 책 뿐이네
앞산에 홀로 게수나무 꽃 피어나
이리저리 흩날리어 옷자락에 날아드네
節物(절물) : 절기(節期)마다, 혹은 계절(季節)따라 나오는 산물,
風光(풍광) : 주변의 경치를 가리킨다.
不相待(불상대) : 상(相)은 그저 들어간 조자(助字), 혹은 허사(虛辭)로 보아 해석하지 않는다. 해석하게 되면 절물과 풍광이 서로 기다린다, 상대한다는 말이 되어 맞지 않는다. 待는 기다린다. 그대로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不待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桑田碧海삼전벽해) : 뽕밭이 푸른바다가 되다. 갈훙이 저술한 신선전의 선녀 마고의 이야기에서 유래함(저의 블로그 대비 백두옹에 자세한 내용이 있음)
臾(유) : 잠깐사이
揚子(양자) : 한(漢)나라 말의 대학자인 양웅(揚雄)을 가리키는데, 느닷없이 양웅을 불러낸 것은 자기 자신을 양웅에 비긴 것이다. 즉 “나로 말하면 양웅과 같이 청빈하고 고고하게 학문을 사랑하는 선비다는 뜻.
襲(습) : 엄습하다.
裾(거) : 옷자락
마지막 구절 7행과 8행은 6행을 강조하는 후렴구로 즉 나는 시공을 초월하는 학문을 하는 사람인데 계수화 또한 해마다 피어서 바람에 흩날리는구나!
단지 인생무상을 한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 기개가 있어서 당대 사걸(四傑)로 일컬어 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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