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월 다하는 날 슬픔 없이 가게하여 주소서.
초대 없이 온 이 세상 정 주고 받으며 더불어 살다가,
귀천(歸天)의 그 날은 모두 다 버리고,
빈손과 빈 마음으로 떠나기를 약속하고 왔나니,
내 시간 멈추거든 그림자 사라지듯 그렇게 가게 하여 주소서.
한 세상 한 세월 사랑하고 즐겁고 괴로웠던 생애였나니,
이 세상 모든 인연들과 맺어 온 그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이,
허락 없이 떠나는 그 날의 외로움으로 슬프게 지워지지 않게 하여 주소서.
다만 어제 밤 잠자리에 들듯 그렇게 가고 보내는 이별이 되게 하여 주소서.
아울러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 슬픔과 외로움을 잊고,
이 세상의 삶을 더욱 알고 깨달아 굳건히 살아가는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아름다운 이 세상 마지막 소망을 아름답게 이루고,
아름답게 떠나가게 하여 주소서.
-----김형석----
*김형석
1920년 평안북도 운산 출생.
1947~1954 서울 중앙중고등학교 교감.
1954~1985 연세대학교 철학 교수.
시카고대, 하버드대 연구 교환교수, 오스틴 대 출강.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
수상 : 국민훈장 모란장, 안중근 국민대상, 도산인상, 백범대상등.
저서 : 술철학개론, 오늘을 사는 지혜, 김형석의 인생 문답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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