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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春盡日 ( 봄이 끝나가는 날)

by 까마귀마을 2023. 4. 19.

春盡日 ( 봄이 끝나가는 날)

 

今日殘花夕日紅 (금일잔화석일홍)  오늘 지는 꽃, 어제는 붉었다오.

十分春色九分空 (십분춘색구분공)  모든 봄날의 일이 거의 다 허사로고

若無開處應無落 (약무개처응무락)  피지 않았더라면 떨어지지도 않았을 걸

不怨東風怨信風 (불원동풍원신풍)  꽃피운 봄바람 원망하지 않고, 꽃샘바람 원망하네.

                    -----玄綺 (현기)----

 

註.

今日: 오늘.

殘花 : 시든 꽃, 진 꽃. 

夕日 : 어제. 

十分 : 가득한, 완전한,  

春色 : 봄빛. 

九分 : 거의

若 :만약. 

無開 : 피지 않았다.

應 : 당연히, 마땅히.  

無落 : 떨어지지 않았다.

東風 : 봄바람

信風 : 꽃샘바람

 

오늘 시든 꽃도 어제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꽃이었다. 이 작품이 단순한 꽃타령 이라면 한 폭의 풍경화로 그치겠지만 주제를 '덧없는 인생사'로 보면 자못 심각해진

어제는 젊은 청춘이었고, 오늘은 이미 늙어진 나이가 될 것이다.

계절의 봄은 가고 또 오지만 인간의 봄은 한번 가서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사의 봄은 계절과 같이 가고 또 온다. 이 얼마나 기막힌 운명의 아이러니인가.

위 시를 지은 玄綺(현기)는 사대부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 조선말기를 산 중인이었다. 고귀한 양반이 아니지만 미천한 상민으로 보기도 어려운 폐쇄 사회의 중간계급. <넘사벽>의 재능에도 불구하고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 앞에서 그는 좌절했으며 통한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가 가고 난 뒤 세상의 신분 질서가 바뀌었다. 봉건적인 구조 하에서 차별 받던 신분과 계급은 사라졌다  사대부의 전유물이던 문학이 閭巷(여항 : 일반 대중들의 세상)의 시인들에 의해 평범한 모든 사람들의 시가 되고 문학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오늘 지는 꽃도 어제는 붉었다, 꽃은 지지만 다시 봄은 오고 다시 꽃을 피우고 우리 인생의 봄도 계절과 같이 다시 오지만 신분과 계급으로 짓눌려 살아온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봄은  꽃 피는 화려한 봄이었을까? 그래도 봄이면 어김없이 꽃은 핀다,  어느듯 봄이가고 꽃은 지지만 세월은 세상을 바꾸고 제도를 바꾸어 이제는 모든 인간사의 평등한  開花가 되었다.

 

그네 ---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시간은 또 소리 없이 계절을 데려와
어느새 난 그대 손을 놓쳤던 그 날이죠

아름다운 봄날에 핀 한송이 벚꽃처럼
아름답던 그대와 나 이제는 사라지고

혹여 우리 만남들이 꿈은 아니었는지
그대 함께 있던 순간이 너무나 아득해요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바람이 머물던 그곳에서 여전히 서성인다

그날 그곳 그 시간에 그대 그 고운 손을
잡았다면 붙잡았다면 아픔은 없었을까

혹여 그대 돌아오는 길 헤맬지도 몰라서
한걸음도 떼지 못했죠 아직 그대로예요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바람이 머물던 그곳에서 여전히 서성인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바람이 머물던 그곳에서 여전히 서성인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을 지나 겨울을 만나도 내 맘은 변함없다

내 맘은 변함없다
내 맘은 변함없다

시간은 또 소리 없이 계절을 데려와
어느새 난 그대 손을 놓쳤던 그 날이죠(노래 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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