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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생활/한문서예

春夜行(춘야행) 봄밤이 간다

by 까마귀마을 2023. 3. 22.

 

春夜行(춘야행)  봄밤이 간다

春宵一刻値千金 (춘소일각 치천금)   봄날 밤의 한 순간은 천금과도 같다

花有淸香月有陰 (화유청향 월유음)   꽃은 맑은 향기 풍기고 달은 으스름한데

歌管樓臺聲寂寂 (가관루대 성적적)   노랫소리 피리소리 요란하던 루대도 조용해지고

鞦韆院落夜沈沈 (추천원락 야침침)   그네있는 마당안은 밤이 깊어만 가네.

                   ------蘇東坡(소동파)-----

 

註. 

歌管[가관]...노래와 피리

鞦韆[추천]...그네.
 
 

봄날 밤의 한 순간은 천금과도 같다

우리의 인생에서 꽃피는 봄을 몇 번이나 더 맞을 수 있을까! 이팔 청춘이라 해도 100번도 채 되지 않을 것이고 나같이 칠십 종반의 나이라면 열번이나 될까? 정말 천금같은 봄임에 틀림이 없는것 같다.

봄은 후다닥 피었다가 순식간에 지고 마는 벚꽃처럼, 오는가 싶으면 어느새 가버리는 짧디 짧은 순간이어서 더 아름답고 간절 한가보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분분히 휘날리며 지는 꽃잎을 보며 옛날이나 지금이나 많은 문객들이 봄을 시와 노래로 읊고있다. 꽃이 몽울 몽울 피는가 하면 어느새 꽃비가 되어 지고 있는 짧은 봄은 1000년 전을 살았던 중국 옛 시인들부터 오늘을 사는 이 시대의 시인들까지 풀지 못한 슬픈 정한의 대상인가 보다.

위의 詩는 970여 년 전 어느 봄밤, 안뜰의 빈 그네를 바라보며 지은 송나라 시인 소식(蘇軾·1036~ 1101년) 소동파의 ‘봄 밤이 간다(春夜行)’는 詩다. 사람들은 ‘천금 같은 봄밤’이라는 첫 구절을 말하며 짧은 봄을 안타까와 하지만 마지막 구절의 ‘빈 그네가 걸려 있는 안뜰’의 묘사가 더 애절하다. 노랫소리 피리소리 씨끌뻑쩍 즐기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달빛 어린 봄밤의 안뜰에서 텅빈 그네를 바라보는 시인의 허전함과 쓸쓸한 마음이 깊어가는 봄밤의 정취로 잘 드러나 있다.

봄밤이 아름다운 만큼 어렵게 얻은 짧은 시간도 천금처럼 아끼고 귀중하게 여겨 알차게 보내라는 의미이다.  엄벙덤벙  하다가는 시간만 축내고 천금같은 젊음은, 호시절은 언제 왔느냐 싶게 금방 가버리는게 봄날이고 또 우리 인생이기도 하다.

 

소동파 보다 300여 년 전의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년)도 술로 봄밤의 허허로운 적막을 술로 달래며 詩 한편을 남겼다

對酒不覺暝 (대주불각명)  저무는 줄 모르고 술잔 들이켰다         

落花盈我衣 (낙화영아의)  취해 쓰러진 사이 옷 위에 수북이 꽃잎 쌓였네                  

醉起步溪月 (취기보계월)  비틀거리며 일어나 달 비친 냇가 걷다 보니                              

鳥還人亦稀 (조환인역희)  새는 어디론가 돌아갔고 길엔 사람 그림자 조차 끊겼네

이태백이 쓴 ‘스스로 달랜다’는 뜻의 ‘自遣(자견)’이란 시다. 제목 자체가 철학적 화두다. 술에 취해 잠든 사이 피었던 꽃이 져서 벗어놓은 옷 위에 꽃잎 쌓였다니. 옷 위에 내린 꽃비는 술 취한 사람에 대한 위로이기 보다 영원 속의 짧은 생명을 누리는 인간에 대한 연민 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이름이 軾(식)인 동파는 宋(송)나라 문장가로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자 부친 洵(순), 아우 轍(철)과 함께 三蘇(삼소)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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