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中梅(설중매) 눈속의 매화
雪殘何處覓春光(설잔하처멱춘광) 눈이 아직 남았는데 어디서 봄을 찾으랴
漸見南枝放草堂(점견남지방초당) 초당 남쪽 매화나무 가지에 꽃이 막 피려하네
未許春風到桃李(미허춘풍도도이) 봄바람이 복사꽃 살구꽃 피워내기 전에
先敎鐵幹試寒香(선교철간시한향) 단단한 가지에 상큼 향 먼저 번지네.
----- 惲壽平(운수평)-----
註.
설중매(雪中梅) : 눈이 다 녹기도 전에 봄의 벽두에 맨 먼저 피는 꽃이 매화여서 이르는말.
멱(覓) : 찾다. 견눈질하다.
점(漸) : 점차, 차차,
미허(未許) : 허락하지 않다
철간(鐵幹) : 매화나무 가지가 무쇠처럼 보인다는 비유.(매화나무를 鐵幹(철간), 銅皮(동피),氷花(빙화), 雪蕊(설예)로 표현하기도 한다.
매화를 주제로 시를 섰지만 시의 구절에 매화란 글자가 없어도 눈속에서 고고하게 꽃을피운 매화의 자태와 상큼한 매화의 향기가 저절로 다가 올것만 같은 청나라 시인 운수평의 아름다운 시입니다.
매화를 노래한 한시에서는 눈과 향기의 비유가 곧잘 동원된다. 노매파(盧梅坡)의 詩, 雪梅에서는 ‘흰 빛깔은 매화가 눈보다 조금 못하고, 향기라면 아무래도 눈이 매화를 못 이기지’라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으며 ,王安石(왕안석)이 지은 詩 梅花에서는 ‘멀리서도 매화가 눈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건, 은은하게 전해지는 향기 때문이지’라 한 것 등이 그런 예다.(노매파의 시 설매와, 왕안석의 시 매화를 올립니다)
雪梅(설매)
梅雪爭春未肯降 (매설쟁춘미긍항) 매와와 눈이 봄빛을 겨루어 서로 지려하질 않으니
騷人閣筆費評章 (소인각필비평장) 시인도 붓을 놓고 비교하기를 그만 두었네
梅須遜雪三分白 (매수손설삼분백) 매화는 무름지기 눈보다 조금 덜 희지만
雪却輸梅一段香 (설각수매일단향) 눈은 오히려 매화에 한줄기 향이 부족하다네
------ 盧梅坡(노매파 : 宋 말엽의 시인으로 생몰연대 알수없음)----
매화(梅花)
장각수지매(牆角數枝梅) 담 모퉁이에 핀 매화 몇 가지
능한독자개(凌寒獨自開) 추위에 아랑곳없이 홀로 피었네
요지부시설(遙知不是雪) 멀리서도 눈 아닌 줄 알수있는 건
위유암향래(爲有暗香來) 어둠속 은은한 향기 때문이네
------王安石( 왕안석 : 宋 정치가, 문필가 당송 8대가의 한사람)-----
매화에 대한 시인의 찬사는 애써 과장하지도 도드라진 특징을 과시하는 법도 없이 조곤조곤 매화의 미덕을 보여준다. 봄이 오기도 전에 홀로 추위를 뚫고 의연히 꽃 피우는건 범접하지 못할 저만의 끈기 때문일 테다. 온 세상 눈 가득 내린 듯 하얀 천지에 아련히 퍼져나오는 유별난 향기, 아, 매화였구나. 그제야 비로소 눈에 띌 만큼 그 개화는 실로 겸손하다. 그 꽃, 그 향기가 시골집 댓가지 위에 새록새록 피어난다. 뽐내지도 자만하지도 않는 가만가만한 고절(孤節)을 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뿐이랴. 빈부귀천을 구분하지 않고 어디에서나 피는 저 너그러운 맘씨는 설중군자(雪中君子)의 고아한 기품이라 하겠다.(옮겨온 글 보완)
설중매(雪中梅)
엄동설한(嚴冬雪寒)
모진 인고(忍苦)를 딛고
서둘러 몽우리를 잉태하여 조매(早梅)한
백매(白梅) 홍매(紅梅)
인내하고 꽃잎에 향기를 품어
그 매향(梅香)을 팔지 않는다는
설중매(雪中梅)의 절개(節介)
대쪽 같은 선비의 맑은 정신(精神)처럼
청순하고 고결한 설중매(雪中梅)
梅, 蘭, 菊, 竹,
사군자(四君子) 중 으뜸이어라.
---김영국---
惲壽平(운수평)
운격(惲格, 1633년 ~ 1690년) 혹은 운수평(惲壽平), 중국 청나라 초기의 문인, 화가이다.
자(字)는 수평(壽平)·행(行)·정숙(正叔), 호(號)는 남전(南田)·운한외사(雲漢外史)·백운외사(白雲外史)이며 4왕 5운의 한 사람으로 시·글씨·그림에 능하여 삼절로 일컬어졌다. 남화의 정통파 화가로서 윤곽선 없이 그리는 방법으로, 특히 꽃·새 등을 그리는 화조화에 뛰어났다고 한다.
雪中梅(설중매) 기생 이야기
고려말 송도에 雪中梅란 이름의 미모와 재주가 뛰어난 기생이 있었다 한다. 하지만 그녀가 유명해진 이유는 아래 일화 때문이다.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뒤에 공신들을 모아 위로의 잔치를 베풀어 주는 자리에 설중매도 불려 나가게 되었는데 술기운이 오른 정승 하나가 설중매에게 농담으로
하고 짓궂게 묻자 그 말을 들은 설중매가 답하기를
“참으로 고명하신 대감의 말은 지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침에 동쪽에서 밥을 먹고 서쪽에서 잠을 자는 기생이나 어제는 왕씨를 섬기고 오늘은 이씨를 섬기는 대감이니 좋은 짝이 되겠습니다.”
라고 말했고 이에 비록 취중이기는 하지만 설중매의 비수 같은 말 한 마디에 자리에 같이한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워하며 돌아갔다고 한다.
高官宴會雪中梅(고관연회설중매) 고관들 연회에서 설중매는
娼妓無嬁冠盖詼(창기무등관개회) 창기의 정조 없음을 조롱한 고관에게
詰答公卿奉二姓 (힐답공경봉이성) 힐난하며 답하되 고관들이 두개의 성에게 봉사함을,
昔人知恥現知財(석인지치현지재) 옛 사람들은 창피함은 알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재물만 아네.
註
嬁 : 이을 등, 정조
詰 : 물을 힐, 꾸짖을 힐
盖 : 덮을 개, 어찌 합
冠盖 : 관모와 수레(높은 벼슬아치)
公卿 : 삼공과 구경을 아울러 이르는 총칭. 고관의 총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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