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살이 8개월차가 본 전원주택의 아쉬운 점
▶아이 학원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이 점은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요즘 학원은 꼭 교육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친구들을 만나서 놀 수 있는 장소의 역할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인접한 학원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 중에서도 학교까지 셔틀을 제공하는 학원은 더욱 제한적이다. 그러니 골라서 학원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학교로 데리러 오는 몇 안 되는 학원 중에서 보내야 한다. 음악, 미술, 영어, 태권도 정도의 전형적인 학원이 아니면 무조건 시내로 라이딩을 시켜줘야 하는데, 매일 학교 라이딩에 학원 라이딩까지는... 쉽지 않다.
▶놀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 어렵다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파트를 벗어나서 전원주택을 선택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오히려 아이가 친구를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이 주변에 많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잘 어울려 놀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 집이 별로 없거나, 아이들이 살고 있지 않은 경우는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아파트가 단지에 놀이터가 있고, 주변에 학원도 많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은 환경일 수도 있다. 학교 친구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경우가 많으니 만나서 놀기도 훨씬 좋다. 다만, 형제가 있는 집에서는 항상 놀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이니, 이 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난방비
이사 오기 전 연식이 있는 주택에 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집이 너무너무 춥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구옥이니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축 주택이고 고작 10월임에도 불구하고 집이 꽤 춥다. 대부분 주택들은 LPG 가스나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데, 아파트 난방비의 3~4배 정도가 나온다고 하니 추워도 보일러를 틀기가 망설여진다. 설계할 때 단열에 신경 많이 쓴 곳은 훨씬 덜하다고 알고 있지만, 직접 살기 위해서 설계한 집이 아니라면... 주택에서 겨울을 나는 것은 만만치 않은 것임을 실감하고 있다.
▶치안 문제
집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파트보다는 외부에서 접근이 쉬운 공간임은 분명하다. 겁이 많으신 분들은 밤에 혼자 집에 있는 게 무섭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주변에 상가나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논밭이고 밤에는 깜깜하니까. 이런 부분이 신경 쓰이신다면 주택단지가 크게 조성되어 있는 곳이나 타운하우스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아파트만큼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벌레
여름이 다가올 무렵 벌레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었다. 듣도 보도 못한 벌레들이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익히 많이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한여름을 겪어보니 , 지은 지 3년이 안된 신축 이어서인지 특별히 집 안에 벌레가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변에 논밭이 많이 있음에도 방충망 단속에 신경을 썼더니 모기 때문에 큰 불편을 겪지 않았다. 이 부분은 주택의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케바케일 듯하다.
▶운전이 필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운전을 꼭 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에 따라서는 차가 두 대 필요할 수도 있다.
▶인프라가 없다.
돌고 돌아 인프라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도심에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나 공원 같은 것은 없다. 물론 집 주변에 시골길이나 산책할 수 있는 좋은 길이 있으면 좋은데... 외진 곳에는 오히려 찻길 외에는 마땅히 걸을 공간이 주변에 없을 수도 있다. 헬스장, 도서관 같은 시설도 도심에서는 흔하지만 이곳에서는 차를 타고 10분 이상 가야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시설들을 자주 이용해야 한다면 많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 (글 : (브런취) 숨쉬는 솜사탕)
*다시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첫째, 집은 크지 않을 것
삼백 평 정도의 대지에 이층 주택을 가진 이웃들은 하나같이 집이 너무 커서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벗어나 주택에 살 생각에 평소 생각하던 꿈을 마음껏 펼치고 싶어서 크게 짓는 사람이 있지만 시골은 흙먼지가 많고 벌레도 많아서 도시처럼 깨끗하게 지내려면 청소가 힘들다.또 잔디와 밭이 너무 넓으면 혼자 관리하기가 벅차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데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아주는데 아주머니 두 분의 일당 십만 원씩과 전지 하는 아저씨는 이십 만원이라고 들었다. 여름내 잔디를 관리하려면 여러 번 사람을 불러야 하기 때문에 정원과 밭은 집주인의 체력에 알맞아야 한다.
둘째, 단층으로 지을 것
이층의 활용도는 생각보다 적고 자주 오지도 않는 손님을 생각해서 방을 늘릴 일은 아니다. 냉난방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꼭 이층을 하려면 계단에 문을 달아서 분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층 집이 보기에 규모가 있고 우람하지만 생활해보면 물건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꽤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족한 수납공간은 다락 등을 활용하면 된다.
셋째, 다용도실을 넓게 할 것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주택으로 오면 주부의 희망사항이 주방을 넓게 하는 것인데 막상 커다란 주방은 역시 관리하기가 힘이 들고 차라리 주방을 줄이고 다용도실을 넓게 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많이 한다. 다용도실은 반드시 북향으로 해야 해가 들지 않아 음식물을 보관하기에 좋다. 시골에서는 저장 식품이 많아서 다용도실이 널찍해야 이것저것 살림을 보관하기에 편리하다.
넷째, 침실에는 유리창을 작게 할 것
아무리 시스템 창호를 해도 겨울에 유리창에서 나오는 냉기는 오싹하다. 거실은 전면 유리를 하더라도 침실에는 유리창이 작아야 따스하게 잘 수 있다. 인터넷에서 두 면이 통창인 침실을 보고는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시야가 확 트여 시원하지만 겨울에 그 찬 기운을 어찌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커튼을 해도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겨울에 찬바람만큼 싫은 것도 없다.
다섯째, 창고나 차고 등 여유 공간이 있을 것
손바닥만 한 텃밭이라도 농사랍시고 지어보면 온갖 잡동사니는 다 필요하다. 시골은 비닐이나 나무토막, 돌 같은 것도 모아두면 다 쓸모가 있는 법이어서 허드레 공간이 꼭 필요하다. 이런 것도 집 지을 때 미리 궁리해두면 동선이 꼬이지 않아서 편리하다.
여섯째, 욕실은 좁게 할 것
욕조도 필요 없고 큰 욕실은 춥기만 하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으려면 도시가스가 안 들어오는 시골에서는 감당이 어렵기 때문에 샤워실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고 욕실 바닥에 난방을 해도 추운 겨울에는 잘 씻지 않게 된다. 겨울엔 동네 목욕탕이 훨씬 활용도가 높다.
크고 높은 집과 넓은 정원에 반해서 산 집에 살아보면 집주인의 손이 일일이 가야 하고, 추운 겨울을 지내보면 다시는 커다란 집에 안 산다는 말을 한다. 작고 아담한 집에서 힘들이지 않고 살겠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되는데 전원생활이 눈만 뜨면 밖에 나와서 지내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집은 휴식을 위해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면 집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을 일이 그만큼 줄게 된다.
날씨가 더워지면 슬슬 벌레들이 나타날 것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방충망을 단단히 해둬도 집안으로 들어오는 벌레를 막을 수는 없다. 마당에서 저녁이라도 먹으려면 국그릇에 빠진 나방을 건져가며 먹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불편에도 시골은 좋다. 흙을 만지며 농작물을 키우다 보면 세상 부귀영화가 부럽지 않으니 말이다. 내가 지금 농번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면 다들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바로 비웃는다.(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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