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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조지훈)

by 까마귀마을 2022. 4. 10.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피었다 몰래지는
고운 마음으로
 
흰무리 쓴 촛불이 
홀로 아노니
 
꽃지는 소리
하도 가늘어
 
귀 기울여 듣기에도
조심 스러라
 
두견이도 한목청
울고 지친밤
 
나혼자만 잠들기
못내 설워라
 
 
주렴 : 구슬 따위를 꿰어 만든발
귀촉도 : 두견새 (소쩍새)
우련 : 보일듯 말듯

 

어진이는 만월(滿月)을 경계하고 시인은 낙화를 찬미하리니

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세속의 분별과 속도로 부터 한걸음 물러서 있는 사람이다

조지훈은 섭리로서의 소멸에 대한 아름다운 통찰을 보여준 시인이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꽃은 바람에 지지 않는다.

피면 지고, 차면 기울기 마련 이라서 꽃은 꽃의 시간이 다해서 지는 것이다.

저꽃을 지게 하는건 바람이 아니라 밤을 아침으로 바꾸는 시간이다. 세월이다.

시인은 촛불이 켜진 방안에서 주렴 밖으로 꽃이 지는 것을 보고있다.

아니 꽃이 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리라.

돋았던 별이 하나 둘 스러지는 새벽,

먼산의 소쩍새가 울고, 뜰에는 꽃이 지고있다.

달빛이 고즈넉 했던지 꽃지는 그림자가 미닫이에 비친다, 흰 창호지 문을 물들이는 붉은 낙화의 그림자.

방안의 촛불을 꺼야 지는 꽃이 빛을 발한다.

인간의 촛불을 꺼야 어둠속에서 목숨이 지는 자연의 꽃이내는 소리를 온전히 들을수 있다(글 :정끝별 시인)

 

시구중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라는 문구는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한자리 하다가 자신의 이상이 좌초할 위기에 처하면 답답한 자신의 심정을 빗대어 인용하는 문구로서도 유명하다

 

조지훈(趙芝薰)

1920년 경상북도 영양군 일월 출생,본관은 한양, 본명은 東卓

1939~40년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문장〉에 시 〈고풍의상 古風衣裳〉·〈승무〉·〈봉황수 鳳凰愁〉가 발표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어 〈백지〉에 〈계산표〉·〈귀곡지 鬼哭誌〉·〈진단서〉 등을 발표했는데, 이 시들은 회고적·민속적인 것을 소재로 민족적 정서와 전통에 대한 향수를 읊은 것이다. 특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로 시작되는 〈승무〉는 그의 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시로, 섬세한 미의식과 불교세계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청록파 시인 가운데 한사람이며 어려서 할아버지로 부터 한학을 배웠고 혜화전문학교(지금의 동국대학교)를 졸업, 일제의 탄압을 피해 오대산 월정사에서 불교전문 강원 강사로 있었고

1942년 조선어학회 편찬위원으로 참여, 조선 어학회 사건으로 검거 되기도 하였음, 해방이후 명륜전문학교, 경기여자 고등학교에서 강의.

1947년 동국대를 거쳐 고려대학교 교수, 6.25때는  문총구국대 기획위원장으로 종군.

1952년 시집 풀잎단장 펴냄

1963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 연구소 초대소장.

1965년 성균관 대학교 대동문화 연구원 편찬위원.

1968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1968년 사망.

1972년 서울 남산에 詩碑가 세워짐.

1973 [조지훈 전집] 발간

 

 

*낙화를 제목으로한 시를 모아 올립니다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1]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낙화(유치환)
 
뉘가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더뇨
이렇게 쟁 쟁 쟁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며 내리는 낙화
아 길이었다
손 하나 마주 잡지 못한 채
어쩌지 못한 젊음의 안타까운 입김 같은
퍼얼펄 내리는 하아얀 속을
오직 말없이 나란히 걷기만 걷기만 하던
아아 진홍 장미였던가
그리고 너는 가고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는 육체 없는 낙화 속을
나만 남아 가노니
뉘가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더뇨
 
낙화(박종권)
 
어찌할거나
쑥대머리 산발한 채 혀를 깨물고
하늘 높이 붉은 목이 내걸려
눈 부릅뜨고 흐르고 있는
저녁 노을 속으로
불타며 사라지는 봄날의 상처 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어찌할거나
파닥거리며 날개 치는 소리
아직은 참으로 자유로운 몸짓이 아니라서
참으로 싱싱하게 밀려와 쓰러지는
싸움의 파도가 아니라서
어떤 부드러운 꿈도 말할 수 없는
우리들의 한반도
해마다 무덤으로 부풀어오르는 황토 위에
핏방울처럼 뚝뚝 떨어져 스미는
저 어지러운 바람 소리
어찌할거나 구겨진 신문지 조각으로
얼굴을 덮어쓴 우리들의 사랑이
잠시 떴다가 가라앉는
마지막 햇살의 눈물 속에서
꽃잎처럼 지워져만 가고 있으니
어찌할거나 이 일을

 

낙화 (도종환)
 
사람의 마을에 꽃이진다
꽃이 돌아갈 때를 못 깨닫고
꽃이 돌아올때도 못 깨닫고
본지풍광 그 얼굴 더듬어도 못보고
속절없이 비오고 바람부는
무명의 한세월
사람의 마을에 비가온다
 
낙화 (정호승)
 
섬진강에 꽃 떨어진다
일생을 추위속에 살아도
결코 향기를 팔지않는
매화꽃 떨어진다
지리산
어느절에 계신 큰스님을 다비하는
불꽃인가
불꽃의 맑은 아름다움인가
섬진강에 가서
지는 매화꽃을 보지않고
섣불리
인생을 사랑 했다고 말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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