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연이 있는 한시

月下獨酌 (월하독작)

by 까마귀마을 2022. 3. 16.

달빛아래에서 홀로 술 한 잔을 기우리며
- 月下獨酌 (월하독작) - 이백(李白) 

[一]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꽃밭에서 한 병의 술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홀로 마시며 서로 친한 이 없구나.
​舉杯邀明月(거배요명월)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와 달과 나 세 사람 이루네.
月既不解飲(월기불해음)   달은 이미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만 한갓 내 몸 따르누나.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잠시 달과 그림자 짝하니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행락은 모름지기 봄철에 해야 하네.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은 배회하고
我舞影零亂(아무영령란)   내가 춤추면 그림자는 어지럽게 흔들리네.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깨었을 때에는 함께 사귀고 즐기나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한 뒤에는 각기 나뉘어 흩어진다오.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무정한 놀이 길이 맺어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멀리 은하수 두고 서로 기약하노라.  

(주)
○ 壺(호) : 병, 술병.
○ 零亂(영란) : 흩어지다. 그림자가 어지럽게 움직이는 모습.
○ 三人(삼인) : 홀로 잔을 기울이는 자신과 하늘의 밝은 달, 그리고 달빛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합하여 말한 것이다.
○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 ‘장(將)’은 ‘여(與)’와 같은 바, 달과 그림자를 벗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음을 표현하였다.
○ 邈(막) : 멀다. 아득하다.
○ 雲漢(운한) : 은하수 



 [二]

天若不愛酒(천약불애주)   하늘이 만약 술 좋아하지 않았다면 
​酒星不在天(주성부재천)   하늘에 주성이 있지 않을 것이요,
​地若不愛酒(지약불애주)   땅이 만약 술 좋아하지 않았다면
​地應無酒泉(지응무주천)   땅에 응당 주천이 없으리라.
​天地既愛酒(천지기애주)   하늘과 땅이 이미 술 좋아하니 
愛酒不愧天(애주불괴천)   술 좋아함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네.
已聞清比聖(이문청비성)   이미 청주는 성인에 비한단 말 들었고
​復道濁如賢(부도탁여현)   다시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하는구나.
賢聖既已飲(현성기이음)   성현을 이미 마시니
​何必求神仙(하필구신선)   어찌 굳이 신선을 찾을 것 있겠는가.
三杯通大道(삼배통대도)   세 잔 술에 대도(大道) 통하고
​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   한 말 마시면 자연에 합치되네.
​但得酒中趣(단득취중취)   다만 취중의 취미 얻을 뿐이니
勿為醒者傳(물위성자전)   이것을 술 깬 자에게 전하지 마오.

(주)
○ 酒星(주성) : 《晉書(진서)》 〈天文志(천문지)〉에 말하기를 “주성(酒星)은 유성(柳星) 옆의 세 별로 주기성(酒旗星)이라 이름 한다.” 하였다.
○ 酒泉(주천) : 하서(河西) 숙주(肅州)가 주천군이며, 술의 샘이란 뜻을 가진 지명이다. 섬서성 대려현(陝西省大荔縣)에 있는 주천 샘물은 술을 빚기에 알맞고, 감숙성 주천현(甘肅省酒泉縣) 동북쪽에 있는 주천 샘물은 술맛이 난다고 함.
○ 已聞淸比聖(이문청비성) 復道濁如賢(부도탁여현) : 이미 청주는 성인에 비한단 말 들었고 다시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말하누나. 
《魏書(위서)》에 “서막(徐邈)이 위(魏)나라에 벼슬하여 상서랑(尙書郞)이 되었다. 
당시에 술을 금하였는데 서막이 몰래 마시고 몹시 취하였다. 
조달(趙達)이 따져 물으니 서막은 ‘중성인(中聖人)’이라고 대답하였다. 
조달이 이 사실을 아뢰자, 태조(太祖:조조(曹操))는 서막이 성인으로 자처한 것으로 알고 크게 노하였는데, 선우보(鮮于輔)가 앞으로 나와 ‘취객은 맑은 술을 성인이라 하고 탁한 술을 현인이라고 하니, 서막이 성인(청주)에 취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하였다.
○ 復道(부도) : 또 말함.
○ 賢聖旣已飮(현성기이음) : 성현(聖賢)을 이미 마시니. 성현(聖賢) : 성인과 현인
○ 大道(대도) : 노장사상(老荘思想)의 무위자연(無為自然)의 원리.
○ 醉中趣(취중취) : 술에 취하는 즐거움이나 흥취. 孟嘉(맹가)가 술을 좋아하니 상관인 정승 桓溫(환온)이 술에 무슨 좋은 것이 있어 마시느냐고 묻자 “공은 아직 ‘酒中의 趣’를 모르신다.” 하였음.〈晉書>
○ 勿爲(물위) : ~하지 마라.



 [三]

三月咸陽城(삼월함양성)   삼월이라 함양성에
​千花晝如錦(천화주여금)   갖가지 꽃 대낮에 비단 같은데
​誰能春獨愁(수능춘독수)   뉘라서 이 봄 홀로 근심하리오
​對此徑須飮(대차경수음)   이 풍경 마주하여 마시리로다.
​窮通與修短(궁통여수단)   궁핍과 형통, 장수와 단명도
造化夙所稟(조화숙소품)   일찌기 조물주로부터 받은 것
一樽齊死生(일준제사생)   한 동이 술에 삶과 죽음이 같아지고
​萬事固難審(만사고난심)   세상만사야 원래 알기가 힘든 것
​醉後失天地(취후실천지)   취한 후엔 천지마저 잃어버리고
兀然就孤枕(올연취고침)   문득 홀로 잠에 빠지면
​不知有吾身(부지유오신)   이 내 몸 있는지도 모르게 되니
​此樂最爲甚(차락최위심)   이 즐거움이 으뜸이로다.

(주)

○ 咸陽城(함양성) : 장안(長安)
○ 徑須(경수):우선。경(徑)은 곧, 바로.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 “主人何為言少錢,徑須沽取對君酌 주인은 어이하여 돈이 적다고 말하는가, 우선 술을 받아다 그대와 대작하리라.” 라는 표현이 있다.
○ 窮通(궁통) : 궁핍함과 형통함. 빈궁과 영달.
○ 修短(수단): 장단(長短). 즉 사람의 수명.
○ 造化(조화): 조물주 ○ 稟(품) : 주다. 내려주다.
○ 齊死生(제사생) : 삶과 죽음은 차별이 없이 동등하다.
○ 兀然(올연): 홀로 외롭고 우뚝한 모양.
○ 孤枕(고침) : 홀로 잘 때의 외로운 베개. 곧 외로운 잠자리



[四]

窮愁千萬端(궁수천만단)   근심걱정은 천만 갈래요
美酒三百杯(미주삼백배)   잘 익은 술은 삼백 잔이라.
愁多酒雖少(수다주수소)   근심은 많고 술은 비록 적으나
​酒傾愁不來(주경수불래)   술잔을 기울이니 근심은 오질 않네.
所以知酒聖(소이지주성)   술이 성인임을 알겠으니
酒酣心自開(주감심자개)   술이 거나하면 마음 절로 열린다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   먹기를 사양한 백이 숙제 수양산에 누웠고
屢空飢顔回(누공기안회)   안회는 자주 쌀독이 비어 굶었지만
​當代不樂飮(당대불락음)   살아서 술 마시기를 즐기지 않았다면
​虛名安用哉(허명안용재)   헛된 이름 어디 쓰겠는가?
​蟹螯卽金液(해오즉금액)   게의 집게발 안주는 신선의 단약이고
糟丘是蓬萊(조구시봉래)   술지게미 언덕은 봉래산이라.
且須飮美酒(차수음미주)   모름지기 잘 익은 술 마시며 
​乘月醉高臺(승월취고대)   달빛 타고 높은 누대에서 취해보리라.

(주)
○ 窮愁(궁수) : 궁핍(窮乏)을 겪는 근심
○ 千万端(천만단) :천만가지. 端은 끝 ‘단’으로 길이의 단위.
○ 美酒(미주) : 빛과 맛이 좋은 술

.○ 所以(소이) : 까닭.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
○ 酒聖(주성) : 맑은 술. 청주(淸酒).  술을 잘 마시는 사람. 주호(酒豪)
○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 : 수양산에서 곡식을 사양하였다. 고죽국의 백이와 숙제는 지조를 지키기 위해 수양산에서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서 죽었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 屢空飢顏回(누공기안회) : 어려운 처지의 안회는 굶주렸다. 屢空(누공)은 어려운 처지(處地). 도연명의 음주 제11수에는 “屢空不獲年(누공불획년) 안회는 끼니 자주 걸러 오래 살지 못했고”라는 표현이 있다. 
○ 安用(안용) : 어디에 쓰려하였나. 安은 ‘어디에’라는 뜻.
○ 蟹螯(해오) : 게와 조개. ○ 糟丘(조구):술지게미 언덕.
○ 蓬莱(봉래):고대 전설의 신산(神山)의 이름. 즉 선경(仙境)을 말한다.
○ 乘月(승월): 달빛을 받고 오르다.

 

이백의 술에 대한 또다른 詩 山中對酌도 올립니다.

 

              山中對酌(산중대작: 산속에서의 대작)

兩人對酌山花開 (양인대작산화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수작하는데 산에는 꽃 피어 있으니,

一杯一杯復一杯 (일배일배부일배)    한 잔 한 잔 또 한 잔 하게 되네.

我醉欲眠君且去 (아취욕면군차거)    나는 취해 자고 싶으니 그대는 돌아갔다가,

明日有意抱琴來 (명일유의포금래)    내일 아침 생각 있거든 거문고를 안고 다시 오게나

 

욕면 (欲眠) : 자고싶다

차(且) : 또, 장차

군차거(君且去) : 그대는 우선가라

유의(有意) : 마음에 있음

 

[李太白詩集]에는 ‘山中與幽人對酌’(산중여유인 대작)이라 題하고 있다.

‘幽人’이란 숨어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한편으로는 죽은 사람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一盃一盃復一盃 일배일배부일배는 지금까지도 술자리에서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구절이다.

我醉欲眠君且去: [南史] 隱逸傳에 ‘도연명은 술이 먼저 취하면 곧 客에게 말하기를,“ 나는 취하여 자고 싶으니 그대는 가도 좋다.”고 한말을 인용 한것으로 손님을 쫒아내려고 하는 뜻이 아니라 속세의 예의범절에 구애받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君’을 ‘卿’으로 쓴 판본이 있기도 하다.


나는 술을 잘못한다.  
한잔만 해도 얼굴이 붉어지고, 억지로 한두잔 먹고난후는  술이 깰때 기분이 정말 안좋다. 위 시에서 말한것 같이  술취함이 즐거움의 으뜸이라 술은 취할려고 먹고  취함이  즐거움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술을 먹으면 몸이 괴롭기만 하니 술자리는 피하게 되고 술과의 인연은  점점더 멀어지게 된것같다.  
선천적으로 술이 체질에 맞질 않았으나  젊어서는 어쩔수 없이 직장에서 회식이나 동료들과 또는 친구들과 어울려 가끔 술자리를 하곤 했지만 지금 정년퇴직을 하고 16년이 지나는 동안 전부 마신술이 소주 한두병이나 될려나....

 술을 잘못하니 친구 사귀기도 어려웠고 굴곡많은 우리네  인생사에서 기쁠땐 한잔의 술이 기쁨을 더 크게 하고 괴로울땐  술 한잔이 근심걱정을 잊게하고 좋은 위안이 되며 잠시의 망각이 될수도 있었는데, 이백은 술 한동이만 있으면 삶과 죽음이 같다고 했건만 외롭고 가슴아픈 많은 날들을 힘들어 하면서도 그 흔한 술한잔에 의지못하고  버텨온 내 지난 삶이 참 삭막하고 답답하고  아쉬움이 많지만 허나 이제 다 지난일이니.... 


花月이다, 삼춘의 호시절, 행락에 술한잔이 어찌 없을소냐!

하물며 시를 짓고 노래를 하는데 술이 없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술은 문객들의 좋은 친구이며 한시의 영원한 주제인가 보다. 술에 관련된  시가 수없이 많고 술을 애주한 시인도 수 없이 많지만  음주시의 대표 주자라면 단연 이백을 꼽을 만하다. 

“자고로 성현들은 다 적막하지만 술 마신 자만이 그 이름을 남겼노라”고 했던 이백.

두보는 그를 “술 한 말 마시는 동안 시 백 수를 지었고, 술집에 곯아떨어져 황제가 불러도 나 몰라라 했던 주중선(酒中仙·술을 마시고 세상일을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 이라 불렀다.

이 시는 한 애주가의 지독한 음주 찬가다. 예나 지금이나 기쁘건 슬프건, 설령 일 없이 무료할지라도 주당의 음주 핑계는 막무가내다.
그런 핑계를 이백이 나서 논리적으로(?)방증한다. 하늘과 땅, 성현, 대도의 통달과 자연합일 등을 동원해 애주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청탁 불문의 근거를 성인, 현자에게서 찾은 건 애교요, 술 없이 사는 이들에게 ‘취중의 즐거움’을 비밀로 하라는 훈계는 순진한 선동이다.

이 시는 이백이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던 40대 초반에 지었다. 따라서 취중의 즐거움이란 것도, 또 성현과 신선을 끌어들인 것도 기실 내면의 울적함을 취기로 달래보려는 일종의 자기 마취다. 술은 불우한 시인을 마취시키기도 하지만 술 없는 삶이란 또 얼마나 삭막했으랴.(옮겨온글 보완)

 

이백(李白, 701 – 762)
이백의 자는 태백(太白), 청련거사(淸漣居士)라 스스로 호를 불렀다. 

두보(杜甫)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당시 그를 가르켜, 눈은 불꽃 같고 입을 벌리면 굶주린 호랑이 같다고 한 것을 보면 외국사람 인 것 같이 생각되므로 이백은 혼혈일 가능성도 있다.
그의 일생은 낭만으로 가득 차 있으며 세상일들에 구애 받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의협심이 강했고 재산을 가볍게 여겨 남에게도 상당히 후하였다.
술을 너무 좋아하여 세인들에게는 술 한 잔에 시 한 수를 쓰는 천재적인 문장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종 때 한림원에 벼슬하게 되어, 후세엔 이 한림이라고도 불렸다.
전해지는 설에 의하면 이보는 채석기(採石磯)라는 강가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술에 취하여 달을 잡으려고 물속에 뛰어 들어 죽었다고 전한다. 

최후 또한 시인다운 낭만적(?)인 죽음이다.
그의 시풍은 첫째, 의기가 빼어나서 늘 자기 마음대로 글을 짓기 때문에 크고도 넓고 힘 있고 아름다운 멋진 글을 이루고 있다. 둘째, 그의 생각과 감정이 빼어나서 글과 시가 신선의 말 같아서 사람들을 감탄케 한다. 하지장은 그를 보자 ‘귀양 온 신선’이라 불렀다

 

 

 

 



'사연이 있는 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曲江--(杜甫)  (0) 2022.04.05
황진이 시 모음  (0) 2022.03.28
尋春(심춘)  (0) 2022.03.07
采蓮曲(홍만종의 채련곡)  (0) 2021.12.16
奉別蘇判書世讓 (봉별소판서세양)  (0) 2021.12.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