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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尋春(심춘)

by 까마귀마을 2022. 3. 7.

尋春(심춘)

진일심춘불견춘 (盡日尋春不見春)

망혜답편용두운 (芒鞋踏遍壟頭雲)

귀래소념매화후 (歸來笑拈梅花嗅)

춘재지두이십분 (春在枝頭已十分)

 

盡日: 終日(종일)

芒鞋 : 짚신

踏遍 : 여기 저기 걸어다녔다

壟 : 언덕

拈 : 집다. 따다.

嗅 : 냄새등을 맡다

已十分 : 이미 모자람 없이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맸건만 봄은 보지 못하고

짚신이 닳도록 산 위의 구름만 밟고 다녔네

지쳐서 돌아와 뜰 안에서 웃고 있는 매화향기 맡으니

봄은 여기 매화가지 위에 이미 무르익어 있는 것을

 

 

남송의 유학자인 나대경(羅大經)이 지은 『학림옥로(鶴林玉露)』 권6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비구니의 오도송이 기록되어 있다. 여성수행자 특유의 섬세함이 충분히 느껴지는 이 아름다운 시에서 매화는 깨달음의 매개체인 동시에 깨달음의 내용이기도 하다.

봄(깨달음)을 찾아 밖으로 헤매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지쳐서 돌아오니, 집 뜰 안에 핀 매화를 보고서 비로소 봄이 왔음을 알았다는 내용이다. 깨달음은 밖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갖추어져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매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인용]

아래 시는 중국 송()나라의 戴益(대익)이 지은 시 探春(탐춘. 봄을 찾아서)이란 詩 이다. 두詩가 너무 비슷하여 누구인가는 모르지만 한사람은 표절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杖藜踏破幾重雲(장려답파기중운)

歸來適過梅花下(귀래적과매화하)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맸건만 봄은 끝내 보지 못하고,

지팡이 짚고 몇 겹의 구름만 헛되이 헤치고 다녔네.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매화나무 밑을 지나노라니,

아뿔싸, 봄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이미 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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