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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눈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진명여고 위문편지 논란

by 까마귀마을 2022. 1. 17.

온갖 병폐와 비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의 선진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군인을 대하는 그들의 품격을 목도할 떄다.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우대 정책을 제외해도, 국가를 위한 군인의 희생을 숭고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비행기 1등석을 군인에게 양보하고,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관공서나 은행에서 군인의 민원을 가장 먼저 처리해 준다.

 

1차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무수한 전쟁을 거치며 우리를 대신해 싸우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뛰었다는 공동체 의식이 깊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물론 그 전쟁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더 논해야 할 문제겠으나. 군인에 대한 복지가 젠더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미국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질 때가 많았다.

 

선진국에 비해 급속한 민주화를 거치는 와중에 군대에 대한 이미지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쿠데타를 일으키고, 힘으로 국민을 찍어누른 권력의 모습이 크다. 물론 그들도 미쳐버린 일부 수뇌들의 명령에 따른 것일 테지만. 총을 들고 자유를 억압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된 군대는 민주화 이후 애꿎은 남녀 갈등의 온상처럼 되어버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방에서 추위에 떨면서 가족과 국민을 위해 불침번을 서고 있을 젊은 청년들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해서 손이 떨릴 지경이다.

 

나도 예비역 출신으로서 진명여고 위문편지 사건을 보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봉사활동 점수를 걸고 학교가 억지로 시켰다고 해도, 아무리 시험이 끝난 직후라 짜증이 났다고 해도 '눈 열심히 치우시라' '샤인머스캣 진짜로 나오느냐' '비누를 줍지 말라'는 식의 골빈 행동은 용서받을 수가 없다. 지금은 남북 분단 상황이고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고 있다. 전쟁이 터지면 8줄짜리 편지 쓰기도 싫어하는 저런 정신나간 애들을 위해 제일 먼저 희생할 사람들이 군인들이다. 고등학생이면 곧 성인이 될 나이인데 사리분별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저딴 풍경을 보면 치가 떨린다. 학교는 도대체 왜 사전 데스킹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고.

 

물론 위문편지가 과거의 낡은 유물인건 맞다. 왜 주로 여고생만 군인에게 글을 적어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아예 진명여고 학생들의 수강 신청을 금지한 학원 대표도 선을 넘었다 싶다.

 

근데 이런 걸 다 떠나서, 편지 하나로 남녀 진영이 전쟁처럼 피튀기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편지를 받은 군인은 어떤 생각이 들까. 상처받았을 그들이 너무 안쓰럽고 미안하다. 제대로 데스킹을 하지 않은 학교나, 학교가 강요했다며 반박글 올리는 진명여고 학생이나, 이때다 싶어 싸우는 페미와 남초들의 공격 가운데에 정작 군인에 대한 예우 논리는 빠져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젠더 이슈를 걷어내고 국가 보안과 애국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를 두고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hardy : 10년차 일간지 기자 청와대 출입)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여고생, 軍위문편지 논란

 
 
“고3이라 XX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
/온라인 커뮤니티
한 여고생이 군 장병을 조롱하는 듯한 위문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복무 중 받은 위문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친구가 올려 달라고 해서 올린다”라며 해당 편지를 공개했다.

모 여고 2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고생은 위문편지에서 “군인 아저씨 안녕하세요? 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힘써서 감사합니다”라며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라고 한다.

이어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라며 “저도 이제 고3이라 XX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라고 했다.

여고생은 “군대에서 노래도 부르잖아요. 사나이로 태어나 어쩌고~”라고 쓴 부분을 지운 후 “지우래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니까 파이팅~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라고 했다.

해당 편지는 지난해 12 30일 보낸 것으로 되어 있다.

글 작성자는 “대부분 다 예쁜 편지지에 좋은 말 받았는데 (친구만)혼자 저런 편지 받아서 의욕도 떨어지고 너무 속상했단다. 차라리 쓰질 말지 너무하다”라고 했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정말 못됐다” “군대 다녀온 것이 후회된다” “해당 여고생이 꼭 징계를 받았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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