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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봉설숙부용산주인 (逢雪宿芙蓉山主人)

by 까마귀마을 2021. 11. 19.

봉설숙부용산주인逢雪宿芙蓉山主人

유장경 (劉長卿)

(눈을 만나 부용산의 주인집에 머물며)

 

일모창산원 ( 日暮蒼山遠 )  해저무니 푸른산은 멀리 보이고

천한백옥빈 ( 天寒白屋貧 )  날 차가운데 가난한 초가집

시문문견폐 ( 柴門聞犬吠 )  사립문 밖에 개짖는 소리

풍설야귀인 ( 風雪夜歸人 )  눈보라 치는밤 누가 돌아 오나보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부용산의 주인집에 하룻밤 머물면서 그 감회를 적은 시다. 여기서 부용산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앞의 두 구절은 짙푸르게 보이는 먼 산과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민박집의 시각 이미지를 살린 것이고, 뒤의 두 구절은 민박집에서 멍멍 짖어대는 개의 청각 이미지를 살린 것이다. 어느 비평가가 말한 것처럼, 이 시는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정감이 있다.

​길손은 마침내 하룻밤 쉬어갈 곳을 찾아 들어갔다. 눈 덮인 하얀 초가집이다. 하지만 날씨도 을씨년스럽거니와 민박집조차도 누추하기 그지없다. 썰렁한 추운 날씨와 초라한 민박집의 애옥살림의 관계가 교묘하게 하나로 어우러진다.

시인은 온종일 피곤한 여정에 지쳤다. 민박집에 들어가 저녁 밥상을 물리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깊이 잠에 빠져 들었다. 얼마나 잤는지 모른다. 한밤중 갑자기 문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산 아래의 마을에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부용산의 주인을 개가 누구보다 앞서 반갑다고 소리친다.

이윽고 펑펑 쏟아지는 눈을 함뿍 맞은 부용산의 주인은 사립문 앞에서 함박눈을 툴툴 털면서 아내에게 사립문을 빨리 열라고 재촉한다. 부용산 주인의 아내가 서둘러 문 밖으로 뛰어나가 사립문을 열고 돌아오는 바깥주인을 반갑게 맞이한다.

시인은 객지를 정처 없이 떠도는 길손의 입장에서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이(귀인歸人)’를 통해 식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안락한 집으로 돌아가고픈 절절한 바람을 표출하였다. 사람이라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든지 날이 저물면 제 집으로 돌아가려는 꿈을 꾼다. 그런데 이 시를 쓸 당시에 유장경은 좌천되어 지방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언제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딱한 처지였다. 그러니 유장경의 입장에서야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부용산의 주인이 얼마나 부러웠겠는가?

 

유장경(劉長卿)(709?-790?)은 자는 문방9文房)이고, 하간(河間)(지금의 하북성河北省 하간현河間縣) 사람이다. 당나라 현종9玄宗 )천보(天寶)(742-756) 연간에 진사로 급제하였다. 강직한 성품에 두 차례나 벼슬살이에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였다. 당나라 덕종(德宗) 건중(建中)(780-783) 연간에 수주자사隨州刺史를 끝으로 벼슬살이에서 물러났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유장경을 유수주(劉隨州)라고 불렀다. 유장경은 오언시에 아주 뛰어나 ‘오언장성(五言長成)’이라 불리기도 한다.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손에 먹을 묻혀 그린 그림이다. 지두화(指頭畵)다.

최북은 애꾸에다 키도작고 외모가 보잘것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호는 호생관 ( 붓 하나로 먹고산다) 이며 별명은 최 매추라기라 불리웠다. 매추라기는 꼬리도 없는 못생긴 새다 볼품도 없고 못생긴 그를 비유하여 지어진 것이다.

최북은 스스로 세상을 조롱하며 왕따를 자처한 그는 많은 일화를 남기며 조선 후기를 요란하게 살았던 붓잡이다. 권세와 주머니 두툼한 양반들의 아니꼬운 꼴이 보기 역겨워 스스로 한쪽눈을 멀게하고 한세상을 거침없이 살았다.

 

매서운 눈보라가 치는밤에 지팡이를 든 처사가 시종아이를 거느리고 사립문을 나와 어디론가 돌아가는 중이다.

바람은 거세고 차가운데 사립문 밖까지 따라나온 검둥이는 컹컹 짖지만 배중 나온이는 없다. 

사립문을 나와 두툼히 언 개울위에 놓여진 다리를 지나 눈보라 치는 차가운 하늘아래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힘겹게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는것 같다.

왜 최북은 나그네와 동자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을까? 최북은 혹시 북풍한설이 휘몰아치는 밤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자신의 불우한 상황과 처지를 그려 인생의 고달픔과 외로움을 노래한 것은 아닐까?

최북은 한평생 고달픈 인생길에 허덕이다가 어느 추운 겨울밤에 동대문 밖 성 밑에서 술에 취해 쓰러졌다가 얼어서 죽었다고 전해진다. 같은 시라도 읽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옮겨온 글을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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