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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口禍之門 舌斬身刀(구화지문 설참신도)

by 까마귀마을 2025. 5. 17.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입은 재앙을 불러드리는 문이요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혀는 자신을 베는 칼이니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 입을 닫고 혀를 깊숙히 간직한다면
安身處處牢(안신처처뢰) 어디에서든 몸이 편한 하리라.

                         -----馮道(풍도)----

 

註.

斬(참) : 베다.

處處(처처) : 이곳 저곳, 어디에서나.

牢(뢰) : 우리. (예문. 出牢( 출뢰) : 죄수가 형기(刑期) 마치고 교도소로부터 석방되어 나옴.)

 

口禍之門 (구화지문 )이라는 고사성어는 전당시 말(언어)에 관한 詩를 모아놓은 舌詩(설시)에 실려있는 풍도의 시에서 유래했다. 풍도는 중국 당나라 말기부터 宋(송)나라가 건국되기 까지 5대 ( 후량(後梁), 후당(後唐), 후진(後晉), 후한(後漢), 후주(後周), 10국(오월(吳越),(閩), 형남(荊南),(楚),(吳), 남당(南唐), 남한(南漢), 북한(北漢), 전촉(前蜀), 후촉(後蜀)시대에 걸쳐 활약했던 정치가이다. 그는 난세에 노련한 처세술을 앞세워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성을 가진 열한명의 임금(오조팔성십일군·五朝八姓十一君)밑에서 재상을 지낸 처세술의 달인으로 입을 닫고 혀를 감추어 할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구분하고, 말을 할 때와 안 할 때를 처세의 신조로 삼아 다섯 왕조와 11명의 임금 밑에서 20여년간 몸을 보전하며 73세의 천수를 누리고 영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舌斬身刀(설참신도) 

혀는 내 몸을 베는 칼이다. 세 치의 혀가 여섯 자 내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말은 그 사람 자신이며 인격이다. 말은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말에는 힘이 있다. 말은 곧 권세이다. 듣는 사람을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며 감정을 격앙시켜 분노하게도 하고 사랑을 느끼게 할 수 도 있다. 감정의 시작이 언어로 나타난다. 심신이 편안한 삶은 때와 장소를 가려 말을 삼가고 조심함에 있다. 그래서 인간은 "언어가 주는 의미의 장에 갇혀 있다"라고 표현한다. 성경은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이 온전한 사람이라 했다, 생각과 감정과 행동 등 모든 인간행위의 출발은 언어에서 시작된다. 내가 의도적이든 의도 하지 않았든 나의 한마디 말이 칼이 되어 나 자신은 말할것도 없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찢고 살을 도려 내기도 하며 사랑이 되고 약이 되어 찢어진 상처를 낫게하고 꿰매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는 내 자신은 물론 남의 목숨을 살릴수도 있고 죽일수 있는것이 말의 힘이고 권세이다. 말은 하느님이 우리 인간에게만 준 선물이다. 그러나 그 선물이 때로는 우리에게 되돌릴수 없는 근심 걱정이되고 내 운명마저 바꾸는 재앙이 됨을 늘 잊지 말아야 겠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성경 잠언 18:21)

얼마나 작은 불이 얼마나 많은 나무를 불태우는가.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몸을 더럽히고 (성경 야고보서 3:5-6)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 (성경 야고보서 3: 8)

말은 깃털과 같이 가벼워서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기 힘들다.(탈무드)

입으로 지은 죄업(구업)을 정화하는 일이 깨달음의 시발점이다. (불경)

입속의 말은 내가 지배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나를 지배한다.(노자 도덕경)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리니, 가슴에 담아둠만 못하다.(노자 도덕경)

말로 입힌 상처는 칼로 입힌 상처보다 깊다(모로코 속담)

말 네 필이 끄는 수레조차 혀에서 나오는 말을 따라잡지 못한다(駟不及舌:사불급설)(전국시대 고사성어)
들은 귀는 천년이요, 말한 입은 사흘이다.(우리속담)

 

풍도가 살았던 시대는 국사에 가장 혼란스런 시대중 하나로 당이 멸망하는 907년부터 송이 건국되는 960년까지 53년간 화북지역에 5개의 왕조가 교체되고 강남 지방에는 10개의 지방 정권이 할거하던 시대를 말한다. 이 시대는 길면 수십 년, 짧으면 고작 수년 간격으로 왕조가 바뀌고 반란과 쿠데타가 꼬리를 물며 일어나는 혼란기 중의 혼란기였다. 풍도는 이 혼란기에 5대 왕조에서 재상을 역임하며 천수를 누린 아주 특이한 인물이다. 왕조가 교체될 때마다 전란 또는 쿠데타가 일어나며, 전 왕조의 권신들이 대거 숙청되는 피바람이 불었을 시대에서 살아남아 다섯 왕조에서 재상을 역임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풍도가 얼마나 뛰어난 처세술을 지녔는지 알수있다.

 

당시 나라의 신하란 왕조와 함께 운명을 같이하고 충심을 다해 황제를 보필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던 시대 였음을 감안할때 풍도는 완전히 그와 반대의 길을 걸었으니 어찌보면 국가가 무너져 가거나 무너졌는데도 이를 방관했거나 아님 권력의 변화에 따라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한 변절자나 기회주의자로 생각할수도 있지만 풍도는 그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 아주 강직한 인물이었다 한다. 당대 문신 서생들은 황제의 성격이 어떻든 신하는 오로지 충성을 다하며 잘못된 일이 있으면 목숨을 내걸고 간언을 하는 것을 옳다고 여겼다. 하지만 풍도는 이와 반대로 황제가 무도하고 충언을 받아들일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면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치기보단,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백성들에게 피해가 덜 갈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상당히 민본주의적이고 실용주의의 정치가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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