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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題都城南莊 (제도성남장 )

by 까마귀마을 2024. 4. 22.

 

 題都城南莊 (제도성남장 ) 도성 남쪽의 별장에서 쓰다.

 

去年今日此門中(거년금일차문중) 지난해 오늘 이 문 안에서

人面桃花相映紅(인면도화상영홍) 사람 얼굴 복사꽃 같이 서로 붉게 비추었지.

人面不知何處去(인면부지하처거) 의 얼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고

桃花依舊笑春風(도화의구소춘풍) 복사꽃만 변함없이 봄 바람에 웃고있네.

                                    -------崔護 (최호)-----

 

註.
도성(都城) : 당나라 수도 장안.
장(莊 엄할 장) : 마을. 촌락.
거년(去年) : 지난해.
금일(今日) :오늘. 지금.
인면(人面) :사람의 얼굴.
도화(桃花) : 복숭아꽃. 복사꽃.
상영(相映) : 서로 어울리다. 대비를 이루다.
의구(依舊) : 옛날 그대로 변함이 없다. 옛 모양(模樣)과 변(變)함 없음

위의 시 題都城南莊은 당나라 시인 최호의 유명한 염정시(艶情詩)다. 

崔護(최호)의 자는 殷功(은공), 博陵(박릉)사람으로 당나라 때 경조윤, 어사대부, 嶺南節度使(영남절도사)등을 지낸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생애는 행적이 분명하지 않다. 전당시에도 그의 시는 겨우 6수만 남아 있다. 그러나 "제도성남장"이라는 제목의 위의 시는 인구에 회자되는 명작이다.

시에 얽힌 이야기는 당나라 맹계(孟棨)의 본사시(本事詩)와 김관식(金冠植)의 여정집(麗情集)에 실려 있다. 

당(唐)나라 덕종(德宗) 때 박릉(博陵, 지금의 하북성 정현) 땅에 한 젊은 서생이 있었다. 이름은 최호(崔護). 어느 해 청명(淸明)날 그가 혼자서 장안(長安)을 여행하다 성(城) 남쪽에 이르렀다.  마침 복숭아 꽃 만발한 곳에 인가(人家)를 발견하고 물이나 얻어 마실까 하여 대문을 두드렸다. 한 젊은 처자가 나와 그에게 물 한 그릇을 따라 주었다. 꽃이 만발한 복숭아나무 아래에 선 그 여인의 모습은 한 떨기 복숭아꽃처럼 아름다웠다.  최호는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에 넋을 잃었고, 그 여인도 최호의 늠름한 모습에 반하였다. 이듬해 같은 날 최호는 일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다시 그 곳을 찾았다. 

집과 담은 옛 모습 그대로였으나 문은 굳게 닫힌 채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최호는 제도성남장(題都城南莊)이라는 제목의 시 한 수를 지어 아쉽고 허전한 마음을 달랬다 한다. 

 

후인들은 둘의 못다 이룬 사랑이 못내 안타까웠던지 이 모티프를 희극, 소설에 접목한다. 시를 남긴 시인이 며칠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는데 집 안에서 곡성이 들렸다. 사연인즉 그간 상사병을 앓던 여자가 죽을 지경이 되었는데 극적인 상봉이 이루어짐으로써 웃음을 되찾았다는 내용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별의 고통을 겪는 뭇 연인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라건네고 싶어서 인것 같다.

최호는 젊어서 과거에 수차례 응시했으나 그 해도 낙방했다. 마침 청명절이었는데, 울적하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려고 혼자 장안성 남쪽 교외로 봄 구경을 나섰다. 성남문 밖에 도착했을 때, 복숭아꽃이 만발한 농장(農莊)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아담한 장원의 뜰에는 꽃나무만 우거져 있고 조용하여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박주(薄酒)라도 한 잔 얻어 먹고 갈증을 풀려고  농장의 대문을 두드렸다. 얼마 후 한 아가씨가 문틈으로 머리를 내밀고 물었다. "누구세요?" 최호는 자기의 이름을 말하면서 "나 혼자 도시를 벗어나 노닐다가 술을 마신 뒤 목이 말라서 그러니 물을 좀 구해 주시오."

아가씨는 문을 열고 그에게 들어오게 한 후에 집안으로 가서 물을 한 잔 들고왔다. 그녀는 복숭아나무에 기대어 조용히 서 있었는데, 복숭아꽃과 어우러진 그녀의 자태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최호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묵묵히 그를 주시만 했다. 그가 물을 다 마시고 가려고하니 그녀는 문밖까지 따라왔다.

최호가 작별 인사를 하니, 그녀는 조금 아쉬워 하는 듯 하면서도 조용히 집으로 들어갔다.

최호도 계속하여 고개를 돌려 아쉬워하며 돌아왔고 돌아간 후, 이 일은 점차 잊어버리는 듯 했다.

이듬해에 청명절이 되자, 그는 갑자기 그 아가씨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그리운 정이 생겨나니 더 이상 제어할 수 없어 곧장 성남으로 갔다. 최호가 그 곳에 도착했을 때, 대문과 장원에 모습은 작년과 완전히 똑같았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나오는 이는 없었다.  오랫동안 쓸쓸히 있다 왼쪽 문에 시를 한 수 썼다.

 

去年今日此門中

人面桃花相映紅
人面不知何處去
桃花依舊笑春風

며칠 후, 그리움의 정이 더욱 굳어져서 그는 다시 그녀를 찾으려고 성남으로 갔다. 그런데 문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와, 문을 두드리니 한 노인이 나왔다.노인은 울면서 "당신이 내 딸을 죽인 것이다."라고말하니 최호는 몹시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노인은 "내 딸은 어려서부터 사리에 밝아 이미 성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그녀는 늘 흐리멍덩하고 무엇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청명절에 그녀와 함께 심경을 달래려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문 위에 적혀있는 글자를 보고 문에 들어서자마자 병상에 몸져 누웠는데,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는 결국 죽고 말았다."

"나는 이미 늙어서 그저 믿음직한 군자를 찾아 내 딸을 시집 보내어 나의 일생을 기탁하려 했는데, 오늘 뜻밖에 딸이 죽었다. 이거 당신이 내 딸을 죽인것이 아니냐?" 최호 역시 몹시 비통해 하였고, 그가 들어간 후에도 죽은 처녀는 여전히 태연자약하듯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자신의 다리에 그녀의 머리를 얹고 울면서 기도하며 말했다.

"나는 여기에 있다. 나는 여기에 있다."

잠시 후, 아가씨는 눈을 떴다.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에 깜짝 놀란 아버지는 딸을 최호에게 시집 보냈다.

죽은 연인을 깨어나게 하고 연인과 마침내 가정을 이루게 된다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사랑 이야기다.(옮겨온 글) 

이 고사는 원(元)나라 때 '최호알장(崔護謁漿)'이라는 제목의 잡극(雜劇)으로도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제목이 題昔所見處 ( 제석소견처 )난날 보았던 곳에서 짓다로 된 본도 있다.

 

"人面桃花"(인면도화)

위의 시 두번째 구의 人面桃花(인면도화)는 최호의 시에서는 복숭아꽃 처럼 어여쁜 여인의 모습을 형용하였으나, 나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 경우 또는 경치는 예전과 같지만 그 경치를 함께 하던 연인은 곁에 없는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쓰이게 되었다.

 

중국 전 근대 화가들이 그린 人面桃花(인면도화)

 

근현대 중국화가 부전(溥佺)의 인면도화(人面桃花)

 

청말근대 화가 반진용(潘振鏞)의 인면도화(人面桃花)

 

 

근현대 중국화가 안소상(晏少翔)의 인면도화상영(人面桃花相映紅)

 

청말근대 화가 번허(樊虛)의 인면도화(人面桃花)

 

근현대 중국화가 사지광(謝之光)의 인면도화(人面桃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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