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회 이야기(나는 왜 가나안 성도인가)

예수, 지옥에 가시다 (사도신경)

by 까마귀마을 2024. 3. 12.

예수, 지옥에 가시

 

   사도신경

기독교인 이라면 주일 공 예배나 또는 각종 예배시 어김없이 신앙고백으로 사도신경을 읽는다.

한때 내가 다니던 교회는 어느날 부터 예배시 사도신경이 사라져 버렸다. 혹시 잊어서 인가 했지만 이후 다시는 사도신경을 예배시 고백하지 않았다. 수십년 이어온 예배의식을 어느 한사람의 판단으로 아예 없애 버린다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후에 알고보니 사도신경이 성경에 없는 문구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럼 수백 종류의 찬송가의 구절은 모두 성경에 있는 문구로 되어 있어 부르고 있는지...

사도신경은 비록 짧은 문구이지만  교회 공동체에서 기본적으로 믿어야 할 교의를 요약 정리한 것으로, 언뜻 보면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의 간략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더 오래된 기원을 가진 별도의 신앙고백이다. 주로 가톨릭 등 서방교회에서 사용하고, 정교회 등 동방 교회에서는 이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정교회, 동방교회에서 사도신경을 사용하지 않는것은 동방교회의 전승으로 사도신경의 연원이 사도시대에 닿아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방교회는오로지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만을 사용한다.

사도신경은 전승에 따르면 12사도들이 작성했다고 하나 실제로는 초기의 세례 예비자용 문답례에서 발전했다. 200년경 로마에서 사용한 문답례의 한 실례가 히폴리토가 쓴 (사도전승 Apostolic Tradition)에 보존되어 있다. 주교는 "당신은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믿으십니까?"와 같은 그리스도교의 주요신앙에 대해 질문하곤 했다. 긍정적인 명제로 씌어진 이 진술들은 신조가 되었으며, 이 신조들은 이후에 세례신조로 알려졌다.

현재의 사도신경 본문은 3, 4세기에 로마에서 사용한 세례신조와 비슷하며, 그 최종적인 형식은 6세기말 또는 7세기초 프랑스 남서부지방에서 확립되었다. 이것은 점차 세례신조를 대신하게 되었고, 교황 인노첸시오 3세(1198~1216 재위)가 서방 로마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신앙 진술로 인정했다. 

부활절 전 금요일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리고 이 날부터 사흘째 되는 날인 주일이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 가운데 금요일과 부활절 사이인 가장 큰 비극과 가장 큰 환희 사이에 끼인 이 토요일은 도대체가 존재감이 없는 날처럼 보인다. 교회에서 의미 있게 행하는 예식도 없다. 아무 색깔도 없어 보이는 이 무채색의 날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을까?

뜻밖에도 교회가 함께 고백하는 사도신경에는 이 날과 관련된 언급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회에서 삭제해버린 문구이기는 하지만 원래 사도신경에는 개신교회의 사도신경 중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죽은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에서 ‘장사한지’와 ‘사흘 만에’ 사이에 생략된 부분이 있다. 그 말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지옥에 내려가셨다.”

미국이나 독일 등 한국 이외의 나라들은 물론 이 말을 생략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가톨릭과 성공회만은 다음과 같이 예수께서 지옥에 가셨다는 언급을 각자의 사도신경 번역 안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가톨릭 사도신경) “본티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죽음의 세계에 내려가시어 사흘 만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성공회 사도신경)

 

한국의 개신교회는 왜 이 구절을 빼버렸을까?

이 말을 빼버린 데에는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 말이 가톨릭의 연옥교리를 연상시킨다는 염려도 분명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생략 없이 원래의 사도신경을 두고 볼 때, 예수님이 지옥에 내려가셨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신약에서도 가장 난해한 본문에 속하는 베드로전서 3:19은 “그는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가셔서 선포하셨습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사도신경은 예수께서 왜 지옥에 내려가셨는지를 뚜렷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가셨다고만 할 뿐. 

내가 교회에 나가고 사도신경을 처음 읽어면서 든 의아함은  저리로서 산자와 죽은자를 심판하려 오심을 믿나이다 라는 구절이다.(저리로서 : 저곳. 하나님 계신곳)

이 말에 따르면  사람이 죽고나서 바로 심판이 있지 않고 마지막 날 즉 예수님 재림때 심판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믿는자나 불신자나 의인이나 악인이고 아무도 심판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고 아무도 천국이나 지옥에 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지옥에 예수님은 왜 갔으며 왜 교회에서는 입만 열면 천국에 갔다,  지옥에 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을까?

 

 

아래 각 교파의 사도신경 전문을 올립니다.

 

가톨릭 사도신경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아멘.

 

종도신경

공의회 전에는 종도신경이라고 했다. 종도(從徒) 자체가 '따르는 무리'라는 뜻이니 사도신경과 같은 뜻이다.

나 천지를 조성하신 전능 천주 성부를 믿으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저 성신을 인하여 강잉하사 마리아 동신(童身)께로서 나심을 믿으며

본시오 비라도 벼슬에 있을 때에 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묻히심을 믿으며,

지옥에 내리사 사흗날에 죽은자 가운데로조차 다시 살으심을 믿으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 천주 성부 우편에 좌정하심을 믿으며,

저리로조차 산이와 죽은이를 심판하러 오실줄을 믿나이다.

나 성신을 믿으며, 거룩하고 공번된 회와 모든 성인의 서로 통공함을 믿으며,

죄 사함을 믿으며,육신이 다시 삶을 믿으며, 영원히 삶을 믿나이다.

아멘.

 
 

개신교 사도신경

일반적으로 암송하는 사도신경은 이렇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아멘.

 

한기총, NCCK, 성서공회에서 공동으로 번역한 새번역 사도신경은 다음과 같다. '저리로서'나 '공회'와 같은 옛말을 현대어로 바꾸고 매끄럽게 번역했다. 'descendit ad inferos' 부분은 각주로 추가했다. 물론 아직 앞 버전의 사도신경을 암송하는 개신교회가 많지만 이를 암송하는 개신교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단 예장통합 소속 교회는 대부분 이 사도신경으로 바꿨다.

 

개신교에서 새로 출간된 성경에는 새 사도신경과 옛 사도신경이 모두 나온다.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나는 그의 유일하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으며,

하늘에 오르시어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거기로부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십니다.

나는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죄를 용서받는 것과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아멘.

 
 

성공회 사도신경

성공회도 개신교지만, 한국의 성공회에서는 타 개신교 교파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번역문으로 암송하지 않기에 별도로 문단을 내었다. 대한성공회에서 번역한 사도신경은 다음과 같다. 성공회에서는 그리스도교인으로서의 신앙을 되새기는 세례 서약을 다짐할 때와 저녁 기도를 할 때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한다.

 

나는 믿나이다.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 하늘과 땅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하느님의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성령으로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나시고,

본티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죽음의 세계에 내려가시어 사흘 만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하느님 오른편에 앉아 계시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다시 오시리라 믿나이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공교회와, 모든 성도의 상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몸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생명을 믿나이다.

아멘.

 

*저리로서의 뜻은 저곳을 의미하며  지금 예수님이 계신곳 하나님 우편 즉 하나님 계신곳을 말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