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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생활/한글서예

秋江에 밤이드니

by 까마귀마을 2023. 6. 17.

 

 秋江에  밤이드니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월산대군-----

    "추강에  밤이드니"                    
이 시조는 조선 초기  덕종(德宗)의 맏아들인 월산대군이 지은 시조로 청구영언에 실려있다.
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도 차고, 고기도 아니 물고, 고기잡이 나간 배는 빈 배에 고기 대신 무심한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는 모습에서 물욕과 명리를 벗어나 자연속에서 유유자적 하며 살아가는 여유로운 삶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조선시대 지어진 많은 시조중 초기의 시조는 천편일률적으로 임금에 대한  충성심이나 회고의 정이 주류를  이루었던 시조들과는 달리  江湖의 閑情(한정)을 담담한 심정으로 읊고 있다. 속세를 떠나 한가로이 가을 달밤의 운치 속에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며, 고기 대신 아름다운 달빛을 가득 싣고 돌아오면서도 오히려 만족해하는 작가의 사심(邪心)없는 마음은 안빈낙도(安貧樂道) 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활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장자 였지만 왕위 계승에서 밀려나  자연 속에서 은둔하며 35살의 짧은 삶을 살다간  월산대군의 세상을 향한 씁쓸한 독백이 느껴져 시조를 읽고 이 글을 쓰는 내  마음도  애처롭고 씁쓸함은 어찌 할수 없나보다.
 


월산대군은
월산대군(月山大君, 1454~1488): 자는 자미(子美), 호는 풍월정(風月亭), 시호는 효문(孝文). 이름은 정(婷), 덕종(德宗)의 맏아들이며, 성종(成宗)의 친형. 세조의 장손으로 매우 사랑을 받았으며, 세조 5년에 월산군에 봉해지고, 세조 16년에 대군으로 봉하였다. 그가 왕위에 오르지 못했음은 부친 덕종이 불과 20세의 나이로 요절(夭折)하여 삼촌인 예종이 동궁(東宮) 자리를 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찍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宗學에서 배웠고 사서를 즐겨 읽으며 시문에도 능하여 그의 시가 명나라에 까지 전해지기도 하였다, 그의 성품은 침착, 결백하고 술을 즐기며 또한 산수와 풍류를 좋아하여 근교에다 별장을 지어두고 자주 나아가 풍류를 즐기곤 하였으나, 3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끝마쳤다. 그의 저서로는 「풍월정집(風月亭集)」 25권이 있으며 청구영언에 한수의 시조가 전해지고 있다.

"추강에 밤이드니 "
이 시조는 월산대군의 창작으로 후세에 알려지고 있지만 중국의 선자화상(船子和尙)의 禪詩를 의역한 것이라고 전해지기도 하는데  참고로 선자화상(船子和尙)의 禪詩를 올립니다.

千尺絲綸直下垂 ( 천척사륜직하수)   긴 낚시줄 똑바로 늘어뜨리니
一波自動萬波隨 ( 일파자동만파수)   하나의 물결이 일어 번져서 만파가 되어 멀리 퍼져 나간다
夜靜寒魚不食餌 ( 야정한어불식이)   밤은 고요하고 물이 차서 고기는 미끼를 물지 않으니
滿船空載月明歸 ( 만선공재월명귀)   달빛만 가득 빈 배에 싣고 돌아온다.

*船子和尙
唐(당)나라 고승으로 성은 알 수 없고 생애도 알려진 바가 없는데 藥山(약산)에 들어가 惟儼(유엄) 스님의 불법을 계승하여 법명을 德誠(덕성)이라 했다.
이후 華亭(화정)의 吳江(오강)에서 배 한 척을 띄워놓고 노를 두드리며 유유자적 사람들을 건네주면서 인연 따라 설법했다. 그래서 뱃사공이란 뜻의 船子(선자)화상으로 불렸다. 선지식을 깨우친 뒤 홀연히 배를 엎고 종적을 감췄다고 한다.

"一波萬波 (일파만파) "
하나의 물결이 연이어 많은 물결을 일으킨다, (한 사건(事件)이 그 사건(事件)에 그치지 않고 잇달아 많은 사건(事件)으로 번진다는 뜻으로, 물결 하나 없는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니 물결이 일어나 사방으로 번진다는 뜻) 우리가 흔히 쓰는 一波萬波란 사자성어는 船子和尙(선자화상)이 지은 이 선시의 둘째 구절인 一波自動萬波隨  에서 유래한 말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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