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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생활/한문서예

松茂栢悅蕙焚蘭悲 (송무백열 혜분난비)

by 까마귀마을 2022. 12. 31.

 

 

松茂栢悅蕙焚蘭悲  (송무백열 혜분난비)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하고, 혜초가 불에타면 난초가 슬퍼한다.

 

계묘년 새해는 우리의 친구나 이웃에게 좋은일이 있으면 나도 기쁘고 우리의 친구나 이웃이 아프면 나도 슬퍼하는 서로 상생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귀한 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빕니다

 

 *출처.

삼국을 통일한 진나라때  陸機(육기)가 지은 歎逝賦(탄서부 : 사라지는 것을 탄식함) 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탄서부에는 信松茂柏悅 芝焚蕙嘆。(신송무이백열 차지분이혜탄)

(진실로 소나무가 무성해지면 잣나무가 기뻐하고 아, 지초가 불에 타면 혜초가 한탄하네).

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芝焚蕙歎(지분혜탄)을 우리에게 더 알려지고 귀에 익은 같은 뜻을 갖인 '蕙焚蘭悲(혜분난비)로 바꿔 썼습니다.('지초'와 '혜초'는 모두 향기로운 풀입니다)

 

육기는 삼국시대 오나라 대도독 육손의 손자로  총사령관이었던 육항의 넷째 아들로, 자는 사형· 오군. 화정 사람이다. 오나라 출신으로는 최초의 주요작가이자 문학비평가이다. 육기의 키는 7척이며, 목소리가 종(鐘)과 같았다. 어려서 남다른 재주를 지녀, 유학을 숭상했다. 육기에게 하늘이 내려준 재능은 비단처럼 다듬어져(天才綺練), 문장의 아름다움의 점에서는(文藻之美) 당대 제일이었다. 또한 박학하면서도 예법에 어긋나면 행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가 진(晉:265~317)에 의해 멸망하고 난 뒤 10년 동안 숨어 살았다. 이후 진나라가 삼국을 통일하는데, 망국의 후예로 숨어살던 육손의 손자 육기는 오나라 사람이지만 통일된 진나라에서 명문가로 이름을 떨지게 된다.

290년 수도인 뤄양(洛陽)으로 가서 학자들의 환대를 받고 태학의 장(長)으로 임명되었다. 결국 진의 고위 관직에 오르고 귀족이 되었으나, 후에 황제를 폐하고 수도를 점령하려던 정치음모에 연루되어 303년에 처형되었다. 육기는 의고적인 서정시를 많이 남겼지만 그보다는 시와 산문이 뒤섞인 복잡한 형식으로 이루어진(賦)의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歎逝賦 전문을 올립니다. (시간이 있으시면 꼭 한번 전체를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유한하지 않은 우리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시입니다) 

 

歎逝賦(탄서부) 사라지는 것을 한탄함 ㅡ 陸機(육기)

昔每聞長老追計平生同時親故
옛날에 어른들이 살아왔던 날들을 추억하며 소싯적 친구들을 꼽는 것을,

或凋落已盡 或僅有存者
이미 목숨이 다한 사람과 몇 남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지.

余年方四十
내가 이제 갓 마흔인데

而懿親戚屬 亡多存寡
친척 중에는 죽은 이가 많고 살아 있는 사람은 적다.

昵交密友 亦不半在
가까운 친구들 역시 절반도 안 남았다.

或所曾共遊一塗 同宴一室
일찍이 함께 놀던 무리들, 한방에서 연회를 즐기던 이들도

十年之外 索然已盡
10년이 지나면 모두 죽을 테니

以是思哀 哀可知矣 乃作賦曰
슬픈 생각이 들어 이 부를 짓노라.

伊天地之運流 紛升降而相襲
하늘과 땅이 운행하고 때로는 올라가고 때로는 내려가며 서로 변해가네

日望空以駿驅 節循虛而警立
세월은 덧없이 내달리고 계절은 별자리를 돌아 놀랍도록 빨리 돌아오네.

嗟人生之短期 孰長年之能執
오호라! 인생의 짧음이여! 누가 장생불로의 비기를 가질 수 있는가.

時飄忽其不再 老晼晚其將及
시간은 홀연히 흐른 후 다시 오지 않고 노년은 점차 다가오고 있네.

懟瓊橤之無徵 恨朝霞之難挹
하얀 꽃들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말은 증명하기 어렵고,
아침의 안개는 양생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나는 많이 아쉽다.

望湯谷以企予 惜此景之屢戢。
탕곡의 해를 보려 까치발로 서도 이 경치가 번번이 숨어버리니 애석하구나.

悲夫!슬프다.

川閱水以成川 水滔滔而日度
작은 하천들이 모여들어 큰 강물을 이루고는 낮과 밤을 쉬지 않고 도도히 흘러가듯

世閱人而為世 人冉冉而行暮
인간 세상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뤄진 것.
세상 사람들도 모두 점점 늙어 황혼의 나이에 들어간다네.

人何世而弗新 世何人之能故
어느 세대에 새로 태어나지 않는 사람이 있겠으며 세대의 어떤 사람이 오래 전 옛사람 그대로일 수 있겠는가?

野每春其必華 草無朝而遺露
매년 봄의 들녘에 아침이슬 구르지 않는 풀 있으랴.

經終古而常然 率品物其如素
오랜 옛날부터 늘 그러하듯 만물은 근본으로 돌아간다.

譬日及之在條 恒雖盡而弗寤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는 무궁화꽃이 가지 위에 피어 있어도 항상 일찍 지고 마는데 여전히 이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雖不寤其可悲 心惆焉而自傷
그 슬픔을 비록 깨닫지는 못해도 마음이 외로워 스스로 상처를 만들 뿐!

亮造化之若茲 吾安取夫久長
사람의 운명이 이와 같이 정해져 있다면 내가 어찌 오래 살기를 바라겠는가?

痛靈根之夙隕 怨具爾之多喪
조부와 부친이 일찍 세상을 떠나신 것이 원통하고 많은 형제마저 세상을 떠나는 것이 원망스럽다.

悼堂搆之隤瘁 慜城闕之丘荒
어른들이 이룬 성과가 무너진 것이 아쉽고 오래된 성곽과 궁궐이 황폐해진 것이 애잔하다.

親彌懿其已逝 交何戚而不忘
많은 친척이 이미 돌아가셨고 친구마저 세상을 떠나 어찌나 걱정되어 잊지 못하는지!

咨余今之方殆 何視天之芒芒
아하, 나의 목숨마저 경각에 달렸으니 마음이 아득하고 떨리기만 하는구나.

傷懷悽其多念 戚貌瘁而尠歡
만감을 가슴에 아프게 품으니 처량한 마음에 얼굴은 야위어 가고 기쁜 일은 드물다.

幽情發而成緒 滯思叩而興端
울적한 마음이 일어나면 잡념이 일고 결국 생각이 막혀 즐거움은 끝에 이르렀다.

慘此世之無樂 詠在昔而為言
이 세상에 즐거움이 없으니 옛일을 추억하며 시를 지어 읊어본다.

居充堂而衍宇 行連駕而比軒
어른들이 계시던 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했고 물건들도 많이 쌓였었고 행차 때에는 마차들이 줄지어 출발을 다투었지.

彌年時其詎幾 夫何往而不殘
그때부터 몇 년이나 지났단 말인가. 모두 사라지고 말았네.

或冥邈而既盡 或寥廓而僅半
어떤 집은 깡그리 망하고, 또 어떤 집은 가세가 절반으로 줄었어.

信松茂而柏悅 嗟芝焚而蕙歎
진실로 소나무가 무성해지면 잣나무가 기뻐하고
아, 지초가 불에 타면 혜초가 한탄하네.

苟性命之弗殊 豈同波而異瀾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지가 않다.
함께 흐르는 물과 같아 같은 물결에 높낮이가 조금 다를 뿐.

瞻前軌之既覆 知此路之良難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길에서 마차가 엎어지는 것을 보는 것과 같으니 이 사망의 길을 아는 것은 참 힘든 일.

啟四體而深悼 懼茲形之將然
그들의 몸을 보고 그들을 깊이 애도하며 나 또한 쓰러진 자와 똑같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나니 두려움이여.

毒娛情而寡方 怨感目之多顏
즐거운 기분은 거의 없고 방법도 많지 않다.
죽은 사람들의 여러 가지 얼굴 모습이 떠오르는 것도 괴롭다.

諒多顏之感目 神何適而獲怡
원통한 일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얼굴이 하나하나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것.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게 되면 나의 정신은 또 어디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尋平生於響像 覽前物而懷之
떠오르는 아름다운 얼굴들 중에서 나의 친구들을 찾게 되고 그들과의 사연이 있는 옛 물건들을 보게 되면 무한한 상념에 빠지게 된다.

步寒林以悽惻 翫春翹而有思
한림을 천천히 걷자니 참으로 처량한 마음.
봄날 만물이 무성하게 핀 풍경을 보아도 생각이 떠올라

觸萬類以生悲 歎同節而異時
온갖 종류의 나무를 접촉하면서도 비감이 든다.
우리는 같이 살았지만 또 서로 헤어질 터!

年彌往而念廣 塗薄暮而意迮
해는 쉬지 않고 흐르고 생각은 넓어져 길은 멀고 날은 저문데 그리움은 박절하다.

親落落而日稀 友靡靡而愈索
친한 이는 줄어들어 희소해지고 친구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顧舊要於遺存 得十一於千百
옛 친구의 유물과 약속을 되돌아본다. 천백 개 중 열에 하나 남고 모두 사라졌다.

樂隤心其如忘 哀緣情而來宅
즐거운 마음은 이미 잊었고 슬픔과 사람 사이의 정 때문에 괴롭지만

託末契於後生 余將老而為客
남은 일들을 후생에게 맡기고 나는 머지않아 늙어 세상을 떠날 것인데

然後弭節安懷 妙思天造
인생의 여정을 끝내고 편히 쉬게 됨을 생각하면. 묘한 생각이 절로 생겨나고

精浮神淪 忽在世表
기분은 오르락내리락한다. 갑자기 세상에서 벗어나

寤大暮之同寐 何矜晚以怨早
자기가 땅 밑에서 잠자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찌 늦다고 즐거워하며 이르다고 원망하랴.

指彼日之方除 豈茲情之足攪
그날이 점점 끝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혼란하다.

感秋華於衰木 瘁零露於豐草
썩은 나무에서 피는 가을꽃을 보고 즐거워하고 무성한 풀잎 위에서 이슬이 떨어지는 것을 슬퍼하먀

在殷憂而弗違 夫何云乎識道
깊고도 깊은 근심 속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대저 어떻게 대도를 깨달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將頤天地之大德 遺聖人之洪寶
나는 천지의 대덕을 함양하여 성인이 물려준 이 귀중한 생명을 보존하며

解心累於末跡 聊優遊以娛老
노년을 힘들게 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해탈함으로써 소요유의 유쾌한 삶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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