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기억도 이제는 가물 가물합니다.
마지막 퇴근을 준비하며, 직원들 하나 하나 얼굴을 보며 인사를 하고
퇴근카드를 마지막으로 찍고, 아이디 카드를 막내직원에게 건네 주던 것이 엊그제 같습니다.
쿨하게 나왔지만...
지하철로 내려가며,
스마트폰 앱으로 당장 내일 부터 시작 할 알바를 알아보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묵직해집니다.
아마도 내 입으로 내 손으로 내 보낸 내 후배들도 그러한 마음이었겠죠...
50이 넘은 나이에 배운 것은
사업계획서 작성과 직원관리만 하던 제가 나가서 뭘 할까 생각하니 까마득하더군요..
시작은 흔히 이야기하는 쿠팡맨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야간조로 시작을 해서 1~2달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치열하게 경쟁을 했던 사회 생활을 단순노동만 하니 정말 편하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에 찍힌 주소로 배달을 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배송을 하고
낮12시쯤 부터 다니던 직장과 분쟁으로 소송 진행을 하고 2달정도 하다보니...
앞으로의 비전이 안보이더군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뭘까 생각을 하다가
인테리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나더군요...
젊은 시절 공연장과 각종 다목적 시설 설계과 기술영업을 하던 가닥이 있었고,
나름 전국을 돌아디니면 자식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건축물도 있어서
이런쪽 일을 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50넘은 사람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겠습니까?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이 막연하게 찾아 갔죠.. 예전에 거래하던 하청업체도 가보고
정말 몇년만에 전화를 해봤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사람구하는데는 정말 없더군요..
그래도 어찌 어찌 찾다보니... 욕실공사하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나보다 2살이 어린 친구지만, 정말 선생님으로 잘모시면서 1년을 그 밑에서 배웠습니다.
욕실철거, 설비, 레미탈 쭈꾸미 잡기, 타일 붙이기, 벽판 붙이기, 천장 올리기, 도기 세팅하기...
성격도 지랄 같아서 하루에도 12번은 내가 이짓을 왜하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꾹!! 참고 1년을 버티었습니다.
저에게 기술을 가르쳐 준 스승도 7년전에 다니던 직장이 부도가 나서
이쪽 시장으로 들어 왔다고 하더군요
컴퓨터 업계에서 오랜동안 일을 하다가 부도가 났다고 하기에 기사를 찾아보니...
정말 스승의 얼굴과 이름이 떡하니 나오다군요..
조수로 1년쯤 일하고 나니...
스승이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형님도 이제는 머리 올리셔야죠.
그리고 그다음날 제가 사수가 되고 스승이 부사수가 되어서
첫 현장을 나갔습니다.
아침 8시부터 철거부터 시공까지 혼자서 시작과 마무리를 하고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되더군요
꼬박 12시간이 걸려서 욕실 공사를 마무리를 했습니다.
옆에서 필요한 공구와 자재를 서포트를 하던
스승이 첫날인데 정말 잘했다는 얘기를 들었을때는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더군요...
오늘이 제가 퇴직한지 3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욕실기사가 된지는 2년이 되었구요...
종합인테리어 현장 소장이 된지는 8개월이 되었습니다.
많이는 아니지만, 스승에게 오더도 드리는
소장이 되어서 뿌듯하기도 하네요
겨울이 다가오니 비수기라.. 조금은 걱정이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 벌어가는 일을 하다보니 예전에 머리 싸메고 일하던 시절을 어떻게 지냈나 싶습니다.
요즘은 집이 안팔려서 그런가 살면서 리모델링을 하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일주일에 실측을 2~3건 나가는 것 같습니다.
한달에 현장은 4개정도 돌리고 있구요.
새벽 5시 30분에 나가서 저녁 8시쯤 집에 들어 오지만.. 마음은 정말 편합니다.
오늘은 현장마감 한군데만 있어서
제가 조수 시절을 막 시작 할 때쯤 구매 했던 전동공구가 고장나서
자가 수리를 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이공계열이라 뚝딱 수리를 했네요..
올 분해를 해서 임팩장치에 구리스를 넣어주고, 망가진 led 납땜해서 조명 기능 살려주고
세월의 상흔이 곳곳에 묻어 있어고, 볼품은 없지만..
제가 힘들때 묵묵히 같이 일을 해왔던 녀석을 퇴직 시키면 안될 것 같습니다.
얼마전부터 흔들거리고
조명은 외눈박이가 되고
간헐적인 동작을 해서 새 제품을 주문을 했는데...
오늘 시간이 나서 뚝딱거리고 수리를 해줬더니.. 멀쩡히 또 작동을 하네요..
이녀석은 제가 이일을 그만 둘때 까지는 같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퇴직하시는 분들 많으시던데... 다들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출처 :퇴직한지 3년이 되는 오늘... | 보배드림 베스트글 (bobaedream.co.kr)
tonyok님의 댓글 11/25 13:48
답글 신고동병상련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이 글에 댓글 달고자 생전 안 하던 로그인을 일부러 했습니다.
저 역시 나이 26살에 직장생활 시작 24년을 기획, 홍보, 인사 관리 업무 하다가 나이 50에 명예퇴직을 당하고... ㅎㅎㅎ
5년이 흐른 지금은 건설기계 정비 및 건설기계 조종(운전) 직업훈련교사로 근무중입니다.
IMF 대리 시절에 선배들이 허망하게 짤려 나가는 걸 보면서 막연히 뭐라도 해야지 하면서 따둔 굴착기 자격증과 대학시절에 남들이 신청하길래 중등 2급 정교사 자격을 딸 수 있는 교직 과목을 이수 했었습니다.
그야말로.. 두개다 아무 생각없이.. 24년동안을 쓸 일은 없었지요. 아니 쓸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장 생활 대부분을 관리사무직으로 근무하다가 맞은 나이 50은 참... 허망하더군요. 아무것도 할께 없는~~~
반년여를 방황 하다가 카센터를 하는 친구랑 소줏잔 기울이다가 야.. 너 사람 가르치는 거 잘 하잖아..
이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추가 건설기계 정비, 건설기계 조종 자격증 취득에 반년을 공들이고 그리고 국비 보조 교사 2년을 거쳐.. 지금은 정교사로 2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버는 돈은 이전 한창 나이때 비하면야 반토막이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이만한 선택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누라가.. 당신 인생에서 자기를 선택한 것 다음으로 지금 직업을 선택한 걸 두번째로 잘 한거라고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평생을 사무실에서 근무한 사람이 흙만지고 기름만지고 못할줄 알았답니다.
남자들이여 힘냅시다.
특히, 50넘어 새 인생을 출발하는 분들은 더욱 더.. 화이팅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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