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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잘 살다 가는 것도 실력이다

by 까마귀마을 2022. 11. 9.

 

요즘 들어 장례식장에 갈 일이 많아졌다.

친구 부모님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80대 중반을 넘어선 부모님들은 날이 갈수록 쇠약해진다.

새삼스레 숙명적으로 닥아올 우리들의 숙제를 꺼내본다.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게 살다 가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

그 답을 찾은곳은 또 다른 장례식장이었다. 친구 아버님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

 "ㅇㅇ야 너 그거 아니? 사람이 죽는것도 실력이 있어야 돼"

그런 면에서 우리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실력으로 끝까지 휼륭한 스승이셨어, 고인은 반년전 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갑자기 닥친 죽음 앞에서 비통하고 당황할 법도 하지만 그 분은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 했다.

혼자 살아가야 할 아내를 위해 조그만한 집으로 이사를 하고 재산을 정리해 자녀들에게 선물처럼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고 한다.

"사람은 마지막 까지 잘 아파야 하고 잘 죽어야 된다"

너희들 사는것도 힘든데 부모 아픈 비용까지 감당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냐, 아버지가 오랫동안 준비 해놨으니 돈걱정은 하지말고 나 죽기 전까지 얼굴만 자주 보여줘라. 그리고 그분은 본인이 스스로 정한 병원에 입원 하셨다.

임종을 앞두고 의사에게 심정지가 오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고 문서에 사인까지 직접 하셨다. 자식들에게 아버지 연명치료를 결정하는 아픔과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 였다. 임종이 가까와서는 1인실로 옮기기로 미리 얘기해 두셨다. 자신이 고통에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의 누군가가 불편하거나 겁먹을 수도 있으니 가족들과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친구의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하신 일이다.

가족들 모두에게 각 각의 영상편지를 남기신 것이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그리고 손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작별인사를 하며 영상긑에 이런 당부를 남기셨다고 한다. 

"사랑하는 딸아 아버지 부탁이 있다 한달에 한번씩은 하늘을 봐라 아버지가 그기있다 너희들 잘되라고 하늘에서 기도 할테니 꼭 한달에 한번씩은 하늘을 보면서 살아라"

힘들때는 하늘을 보면서 다시 힘을내라 그분은 마지막까지 자식들에게 존경스러운 스승의 모습으로 살아가셨다.

아플땐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죽는 모습은 어때야 하는지 존엄성을 지키면서 인생을 마무리 한다는게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 주신것이다.

우리는 주로 뭔가를 시작할때 준비라는 단어를 붙인다. 출산준비, 결혼준비, 취업준비등,  제2의 인생이라 하는 은퇴준비는 그토록 허술하고 임종준비는 금기시  하고있다. 

그러나 자식들 공부 시키고 먹고살기 바쁜 현실을 버티다 보면 어느새 거짓말처럼 노후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때 부터라도 정말 잘 죽을 준비를 시작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식들 형편에 따라 아파야 하고 자식들 돈에 맞춰서 병원에 끌려 다녀야한다. 부모 입장 에서는 존엄성도  체면도 사라지는 데다 자식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 때문에 많던 적던 내가 가진것을 자식에게 미리 주지 말고 내 자존감을 지키고 마지막을 잘 정리 할수있는 비용은 반드시 남겨나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들에게 후회와  원망대신 아름다운 추억과 부모로서 스승다운 모습을 남길수 있도록, 부모를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 지울수 있도록 마지막 준비를 하고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어디 보통 실력인가?

나이 들수록 부지런히 배우고 깨닫지 않으면 그런 내공은 갑자기 생겨 나지 않는다. 늙으면 고집이 세지고 남의 말은 듣지 않은 추하고 괴팍한 늙은이로 변하는게 대부분이다.

인간다운 삶과 피할수 없는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긴 공부를 하고 배워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결정할수 있는 것이다.

잘 죽는 것이야 말로 한사람의 인생이 담긴 진짜 실력이다.   

                                     --- 김미경 (김미경 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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