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독일의 병원 (병 보다 사람이 먼저)

by 까마귀마을 2022. 2. 4.

 

 

우리 가족은 남편 유학으로 독일로 떠났다. 그리고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기가 감기에 걸려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주치의를 개인적으로 정하고, 그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은 후 전문병원으로 연결된다. 아이들도 소아청소년과에 등록하고 개인 주치의를 정한다. 모든 병은 이제 이 주치의와 상의하게 된다. 병에 따라 이비인후과나 안과 등으로 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그들은 일단 주치의와 상의 후, 그가 추천하는 전문의를 만나게 된다. 몇 년 혹은 몇십 년 동안 같은 환자를 보아온 주치의는 그의 병뿐 아니라 그의 생활과 집안 병력 등을 모두 알고 있다. 주치의는 개개의 질환이 아니라 종합적인 내력과 몸 상태를 근거로 처방을 내린다. 그래서인지 주치의가 환자를 대하는 첫인사는 “다음, ㅇㅇㅇ씨”가 아니라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이다.

 

예약을 하자, 대기하는 1번 방으로 들어가라고 간호사가 알려준다. 문을 열었더니 난데없는 놀이터다. 진료실보다 이 대기실이 더 잘 꾸며져 있고 크기도 크다. 장난감들과 동화책, 작은 시소와 타고 노는 자동차 등 작은 놀이동산에 온 것 같다. 이곳이 병원인지 헛갈릴 정도다. 벽면에는 의사들이 아프리카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있는 사진이 걸려있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에게 기다림의 시간이란 없다. 주사를 두려워할 시간도 없다. 그저 노는 시간일 뿐.

 

대기실에서 의사 선생님 방으로 이동했다. 여기도 인형과 장난감 가득이다. 아기는 어느새 책상 밑의 트럭을 가지고 논다. 아이는 병원에 놀러 온 줄 아는 모양이다. 의사 선생님은 일일이 나와 남편과 아이와 악수를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묻는다. 그리고는 그는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가진다. ‘곽곽’ 그의 오리 소리 흉내는 일품이다. 한참을 놀아준 후 아이에게 묻는다. “내가 너의 귀와 코를 살펴봐도 되겠니?” 알아듣지도 대답도 못하는 6개월 아기에게 그는 천천히 독일어로 대화를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독일 의사도 이분과 같았다. 비슷한 시기에 지인의 딸이 치과에 갔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며칠 전 한국 치과에서는 아이가 움직일까 봐 손발을 묶어놓는다는 이야기를 친구에 들은 터였다. 한데 독일 치과의사는 30분이 넘도록 아이에게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여의사는 아이에게 사용할 치과 기구들을 하나하나 들고서 30분 동안 그 용도에 대해 찬찬히 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치료를 할 텐데 괜찮겠냐고 아기에게 묻고, 아기가 오케이를 하자, 그때서야 치료를 시작했다고. 그래서 아이는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치료를 잘 마쳤다고 한다.

 

선생님은 감기가 걸린 아기에게 맑은 공기를 쐬라고 한다. 약과 주사는 없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은 필요 없단다. 한국 같으면 당장 3일분 약을 지어주고 주사를 놓은 후, 3일 후에 다시 오라고 할 텐데. 독일 의사는 숲으로 나가라고, 따뜻한 아기 허브차를 마시라고 권한다. 그리고 병원비를 계산하려고 하니 간호사가 의아한 듯이 바라본다. 5유로 지폐가 적어서 그런가 하여 10유로를 꺼내니 손을 내젓는다. 간호사는 보험에서 다 처리되므로 병원비가 없단다. 남편과 나는 병원을 나오며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린다.

 

아이 몸이 건조해 의사의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다. 약국에도 타고 놀 수 있는 비행기 장난감이 놓여있고,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책상에는 그림 그리는 도구들이 있다. 아기는 좋아서 또 한쪽에 자리를 잡는다. 크림을 사러 간 남편이 오지 않아 가보니 그는 약도 무료라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소아와 청소년에 대해서는 병원비와 약값이 전혀 들지 않는 독일. 그뿐만 아니라 아기를 가진 임산부에 대한 약값도, 출산도 혹은 유산도 아무런 비용을 내지 않는다. 우리 같은 외국인 유학생 가정에도 혜택은 동일하다. 한국 사람들은 암에 걸리면 돈을 걱정하고 독일 사람들은 건강을 걱정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독일 정부의 의료보험은 약간의 입원비만 낼뿐 암 같은 무거운 질병까지 모두 무상 치료다.

 

병원비 무료, 약값도 무료

 

이곳에서 당연한 '사람' 중심의 모습들이 생경하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나는 마음에 쿵, 돌덩이가 내려앉는 것 같다. 독일에서는 이방인인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고, 보험료를 낸 만큼 당연히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 또 따뜻한 차를 마시고, 맑은 공기를 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감기의 약이라고 설명한다. 독일 의사는 그리고 독일인들은 모든 사람을 한 귀한 사람으로, 영혼으로 대한다. 그리고 알약과 주사 대신 자연 속으로 들어가라 한다. 가난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모든 사람을 정책으로 보호해주는 나라, 내가 본 독일의 한 모습이었다.(글 : 카페라덴.  대안학교 교사. 기자. 작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