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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쥴리로도 막을 수 없는, 가진자들의 욕망

by 까마귀마을 2021. 12. 18.

쥴리로도 막을 수 없는, 50대 가진자들의 욕망 85

99+
동언애비
6,463
2021-12-17 13:16:48222.♡.6.224

 

50대입니다.

최근 월급받는 사람 3명과 함께 식사를 했고

오늘 사업하는 사람 3명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월급받는 사람들은 비교적 멀쩡한 사람들이었는데도

주위 여론이 다 윤이라고 했고

특히 그중 한 명은 윤이 되어야 한다며

아주 입에 거품을 물고 이재명은 빨갱이라고 부르짖고 있었습니다.

사실 멀쩡한 대학 나오고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그가 빨갱이 타령을 하는 것이 저는 몹시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6.25가 일어난 게 언제인데 아직도 그런 고리짝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의 지적 수준이 의심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사업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입에서도 반복되는 사회주의, 공산당, 빨갱이 타령을 종일 듣고서야

나는 그 빨갱이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내내 '문재인이 한 일'들에 치를 떨며 분개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니까 그들은, 종부세, 양도세 등 부자세가 올라가고,

임대차 법이 개정되어 세입자 권리가 강화되고,

중대재해 처벌법이 생겨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등등등 그런 변화 자체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내 피같은 집을 팔고서 전보다 더 많이 세금을 뜯기는 것이 억울하고,

내 집에 살던 세입자를 내보내려는데 권리를 주장하며 나가지 않아 억울하고,

중대재해 처벌법 때문에 아무 죄없는 자신이 손해를 본다며 억울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억울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피를 토할 정도였는데

자신들이 열심히 일해서 얻게된 '정당한' 부를 문재인 정권이 강제로 빼앗아가고 있다며

거의 무슨 횃불봉기라도 일으킬 기세였습니다.

예전 토지개혁 때 대대손손 물려받은 땅을 빼앗기게 된 지주의 분노가 이랬을까,

그 지주가 공산당에게 갖는 적의, 불구대천지 원수를 바라보는 시선,

그게 그들이 문재인 정권에게 갖는 입장이더군요.

가난한 놈들 주겠다고 내 재산을 빼앗는 사람들을,

역사적으로 빨갱이라고 지칭해오지 않았던가요.

그들에게는 사회주의 공산당 타령이 1950년대 지나간 이념 대립이 아니라

진심으로 지금, 현재 진행형이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과거 토지개혁처럼 강제로 재산 전체를 몰수당할 일은 없겠지만

사회의 방향이 살짝 그쪽으로 틀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갖는 공포심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백화점에 1년에 1억을 써야 만들 수 있는 VIP카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몇천만원 양도세를 내기 위해 적금 다 해약한다고 거품을 물고있는 아이러니라니.

들으면서도 어이가 없었지만 그들에게는 하나도 어이없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번 돈 1억을 백화점에서 쓰는 건 안아깝지만

몇천만원 세금을 뜯기는 것은 정말로 생살을 뜯기는 것 같은,

그 재빠른 이재를 통해 그들은 지금의 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정치라는 것은 결국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조율하느냐 하는 것이기에

모든 사람이 100% 만족하는 정책이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덕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손해보는 사람이 있고,

그러니 사회 공동체를 위해 어느 집단이 어느 정도로 손해를 감수할 수 있을 것인가,

식자들이 토론하고 논의하며, 개개인이 가진 욕망의 분출 정도를 합의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욕망의 맨 앞에 서 있는 언론과 특정 정당이

가진 자들이 부끄러움 없이 욕망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논리의 토대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빨갱이다, 무능하다, 저런 정책을 하는 자들이 더 부패하다....

그 논리 위에 올라서서 참으로 당당히 쏟아내는 그들의 날 것인 욕망이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프랑스 독일이 왜 선진국인지,

경제규모로 이탈리아도 앞지른 한국이 왜 당당하게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지,

뼈아프게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그들의 너무 뒤쳐진 사회 시스템과 비효율적인 모습을 비웃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최소한 그들은 저런 주장을 하는 자들을 극우라고 칭하며

그런 사상이 옳지 않다는 사회적 동의까지는 되어 있지 않던가요.

그런데 우리는 저런 주장을 일고의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저런 주장이 나쁘다고 말하면 빨갱이라고 비난을 받습니다.

이 얼마나 후진 사회입니까.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그들도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전쟁을 겪었습니다만,

그런 시간과 비용의 댓가를 덜 치른 우리는

아직도 일제강점기가 끝나지 않았고,

지주들의 토지개혁조차 끝나지 않았나봅니다.

씁쓰레하게 모임을 마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는, 언론이 이 모든 말도 안되는 여론의 원흉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언론과 검찰,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호도하고

그릇된 정보로 이끈다고만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보니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하긴 말도 안되는 한낱 표창장을 가지고 공정하지 않다고 일가족을 난도질하고,

멀쩡히 잘 한 방역 가지고도 백신 타령하며 생떼를 쓰고,

그런 것들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말이 안되는데

어찌 다들 그렇게 약속이나 한 듯 넘어갈 수 있었겠습니까.

사람들은, 넘어가고 싶어서 넘어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의는

줄리가 갖고 있는 의혹 나부랑이 따위로 절대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줄리가 광화문 네 거리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탬버린 치며 노래를 불러도

문재인 정권을 몰아내고 내 재산을 지킬 수만 있다면

기꺼이 줄리에게 표를 줄 것입니다.

" **가 영부인이 되는 것은 좀 그렇지 않아? "

아닙니다. 상관 없습니다.

내 재산을 지킬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여자가 나와도 상관없다,

그것이 오늘 확인한 그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사회가 어떤 식으로든 발전을 한다고 믿었는데

나라를 망쳐도 나만 잘 살겠다는 자들의 욕망이 늘 디폴트로 강력하게 있으니

이젠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득권 세력이 득세하면 망했고, 운좋게 막아내면 발전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지금도, 발전하다가 한 발 잘못 디디면 멀리 퇴보하기도 하고,

영영 못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우리 사회는 대체, 어디로 가게 될까요.(클리앙에서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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